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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왕·강소제약사의 비결…"노오력 대신 휴식을 허하라"
|창간 15주년 기획| "휴식-생산성 직결…휴식의 가치 재정립 필요"
기사입력 : 18.07.04 06:00
최선 기자(news@medic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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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대표되는 일중독 사회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반성 때문일까.

1990년대 일본 소설에 등장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그리고 1970년 대 말 영국에서 등장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 해묵은 단어가 2018년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16년 기준 2069 시간에 달한다.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에 비해 연간 706 시간을, OECD 회원국 평균 보다 305 시간을 더 일한다.

노동생산성은 반대다. 노동시간은 길지만 생산성은 꼴찌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노동시간이 길어야 생산력이 높아진다는 믿음 자체가 허구는 아닐까.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못했던 '저녁 있는 삶'이 회자되고 있다. 저녁을 찾아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산성의 비밀을 들었다.

▲영업왕의 비밀은 휴식…"휴식이 곧 생산성"

2013년 모범상, 사내 KPI 평가 전국 1등, 최연소 과장 특진.

입사 7년만에 전국 매출 1등에 오른 제약 영업왕의 비결은 뭘까. "노오력이 부족하다"는 꼰대들이 들으면 의아할지 모른다.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
그 비결은 그를 뛰게 만들고, 성장하게 했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게 된 지금에서야 고백한다는 그 비결은 '휴식'이다.

손재현 라온파마 대표는 "한국에는 휴식을 생산력 저하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독일 같은 선진국을 보면 근로시간이 짧아도 생산력은 월등하다"며 "기계적으로 근로시간과 생산력을 동일시하는 건 오류"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떤 제약사는 영업사원에게 하루 20곳의 거래처 방문을 강요하는 곳이 있다"며 "거래처 방문을 많이 한다고 해서 실적이 좋게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하는 것은 그저 관리를 위한 구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손 대표의 경우 영업사원 시절 쉴틈없이 돌아다니기 보다는 동종 업계 영업사원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등 휴식을 중요시 했고 이런 휴식이 장기 근속과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의 거래처 방문 강요와 같은 수단이 실적으로 이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영업사원의 퇴직 원인의 1순위가 실적 압박인 만큼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휴식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판단.

손재현 대표는 "실적만 요구하면 오히려 실적 좋은 직원은 워라밸이 좋은 곳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에 손실이 된다"며 "이제 관점을 바꿔 휴식이 곧 생산력이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업계의 연봉 수준이 평준화되면서 이직의 주요 척도가 회사의 분위기, 워라밸 등 근무 환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는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신입들의 직장 선택 요소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직원이 즐거워야 회사 성장"

지금까지 대부분의 제약사들의 성장 모델은 양적 팽창이었다. 자사 품목 개발보다는 제네릭과 오리지널 제약사의 도입 품목으로 매출을 늘려왔다.

매출이 성장의 척도가 되면서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은 소모품처럼 대체돼 왔다. 직원들과 동반 성장하는 대신 기업들만 성장했던 셈이다.

채찍질만 하면 오히려 실적이 떨어진다는 역설을 깨달은 손재현 대표는 영업직 경험을 살려 제약(도매)사 창업을 준비중이다. 순우리말로 즐거움을 뜻하는 '라온'을 사명으로 정했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존재 목적이 된 한국 사회에서 즐거움을 경영 이념으로 내민 건 특별하다 못해 특이하다.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손재현 대표는 "양적 팽창 모델은 한계가 있고, 젊은 세대들의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은 확실히 바뀌었다"며 "이제 제약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그 과정에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들끼리 승진 욕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약사에서의 정년 보장이나 퇴근 후에 삶 보장 여부를 먼저 따진다"며 "워라밸이 좋은 곳에 유능한 인재들이 모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쉴 때 쉬고 즐기면서 일했을 때 성과가 좋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사명을 라온으로 결정한 것이다"며 "경영 이념 역시 우수한 의약품으로 환우에게 즐거운 삶 제공, 고객에게 즐겁게 다가가는 기업, 직원들이 즐겁게 다니는 기업으로, 즐거움을 키워드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강소제약사 되겠다" 더유의 실험

김민구 더유 대표
워라밸을 강조하는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휴식과 복지의 강화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적어도 제약사 더유 사례에서는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2013년 설립된 더유는 학자금 지원과 건강검진, 해외여행, 사내동호회 활동 지원, 골프 레슨 등 자기개발비 지원, 조식 제공, 무조건 출산 휴가, 콘도 지원 등 대형 제약사 못지 않은 복지 혜택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업사원 출신인 김민구 더유 대표는 "우리의 비전에는 우수한 의약품 제공뿐 아니라 회사 구성원들의 행복이 명시돼 있다"며 "그 비전을 공유하면서 피부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시장을 특화해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서 추구하는 건 직원들과의 동반 성장이고, 직원들이 행복하고 즐거워하면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며 "여러 복지 혜택도 그런 철학의 일환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더유는 동반 성장을 목표로 경력보다는 신입을 선호한다. 팀장급의 경력직을 제외하면 사원의 95%는 신입으로 채워졌다.

김민구 대표는 "스펙과 학점, 자격증보다는 인성과 개성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며 "오래 함께 해야 할 사람을 뽑기 위해 이력서 한장에 5분 이상을 볼 정도로 고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4세 정도로 직원들이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다"며 "작년 말 기준 적성으로 인한 수습 기간 퇴사자를 빼고 3년간 퇴사자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더유는 구성원들의 행복을 회사 비전으로 내세웠다.
더유의 직원 행복 우선주의 철학은 현재까지 합격점.

2013년 직원 17명, 매출액 25억원으로 시작한 더유는 2016년 피부과 처방 1위 의약품 5품목을 보유하고 전국 9개 지점으로 영업망을 확대한 바 있다.

2017년 260억원 대 매출을 기록한 이후 올해 cGMP 공장 완공과 매출 360억원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중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더유를 모델로 복리후생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연봉이 높지 않더라도 인재들이 더유에 몰리는 것을 보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더유가 한국형 강소제약사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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