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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인력인가, 피교육자인가" 인턴 폐지론 급부상
기사입력 : 20.01.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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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사태를 계기로 인턴 수련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병원계 내부에서 언제까지 인턴을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인턴제 폐지론이 불붙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급부상하는 인턴제 폐지론의 가능성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 |필수과목 미이수 인턴 수두룩한 의료현실 개선 여론 확산
  • |의학계 "미래 의사양성 과정 구멍" 일선 교수들도 공감
#지방의 A수련병원 인턴 김씨는 얼마 전 산부인과 턴을 돌았다. 그의 업무는 응급실 당직. 열악한 지방 중소병원이다보니 야간에 병동을 지킬 전문의 채용이 어려워 간혹 병동에서도 콜이 떨어졌다. 수련은 커녕 쏟아지는 환자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제 갓 의사면허를 취득한 김씨는 혹여 의료사고를 내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따름이다.

이는 수련병원 인턴의 사례이지만 병원계 복수관계자들은 "김씨와 같은 사례는 허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수련병원에서 '인턴=값싼 인력'이라는 인식이 깊숙히 박혀있다는 얘기다.

서울대병원 인턴 필수수련 미이수 사태를 계기로 인턴제 폐지 필요성이 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인턴이 필수과목인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미이수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병원계는 "허울뿐인 인턴제를 차라리 폐지하자"는 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규정에 맞추고자 일정표를 수정해 필수과목 이수는 맞췄더라도 인턴의 역량은 뒷전인채 시간만 채우는 것이 수련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팽배하다.

수년째 논의에 그친 인턴제 폐지…결론은 주먹구구식 인턴수련

사실 인턴제 폐지론은 수차례 거론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지난 2013년 당시에는 대한의학회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턴제 폐지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지만 막판에 보건복지부가 결정을 유보하면서 결국 흐지부지됐다.

당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는 인턴제 폐지를 대비해 ▲의사 실습과정 표준화 ▲전공의 선발 기준 마련 ▲기초의학교육 강화 및 활성화 ▲의사면허제도 ▲학생인턴제 등 5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하는 등 구체적인 논의까지 진행했다.

즉, 인턴 과정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혹은 인턴의 업무를 누가 맡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도 논의를 시작했던 것.

심지어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 인턴제 폐지 시기를 묻기도 했다. 당시 의대생이 꼽은 적절한 시점은 2018년. 하지만 2020년을 바라보는 현재까지도 올스톱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현재, 인턴은 여전히 병원 내 값싼 인력으로 활용(?)되는 굴레어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턴' 의과대학·학회 관리 사각지대

인턴은 병원 소속으로 수련 커리큘럼을 개선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내과, 외과 등 전문과목은 각 학회가 지도전문의를 지정하고 커리큘럼을 구축해 필수적으로 수련받아야할 항목을 제시하지만 인턴은 늘 방치된 상태다.

인턴은 병원 내 잡무를 전담하는 인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의과대학 혹은 각 전문과목학회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존재, 병원 교육수련부가 근무 스케줄을 관리할 뿐 그들이 의사로서 어떤 역량을 갖춰야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수련을 받아야할지는 관심이 없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AMC) 한희철 이사장은 "인턴이라는 인력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모호하다보니 늘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된다"며 "KAMC가 총괄해 관리하는 역할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련병원에서 인턴 혹은 의과대학생의 환자 진료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KAMC가 주도적으로 대국민 홍보, 대정부 설득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공탐색' 의미 퇴색한 인턴제도 지속할 의미 있나?

또한 전공의법 제정 이후 수련환경이 바뀌었고 내과, 외과 등 각 학회가 주도적으로 역량중심 수련과정을 내세우는 등 변화가 있는 만큼 인턴 과정도 손질할 때가 됐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인턴이라는 제도 취지는 여러 전문과목을 돌며 전공탐색의 기회를 갖으라는 것이지만 현재 인턴제도는 의미가 퇴색한 지 오래.

일선 수련병원 교수들은 과거에는 인턴이 엑스레이 검사 결과지를 들고다녔지만 최근에는 상당수 전산화, 자동화되면서 잡무가 아닌 제대로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내년초 KAMC와 대한의학회, 수련병원협의회 3개단체가 모여서 하나로 통합하는 논의를 시작함과 동시에 KAMC 내부에서는 인턴 과정 개선을 주도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공의법 제정 등 여러 환경적 요인이 인턴제 폐지 논의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여론이 거세다.
서울대병원 배은정 인재개발실장은 "최근 사태를 계기로 인턴도 역량중심 수련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며 "의료환경이 바뀐만큼 인턴 수련과정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엄중식 수련위원(길병원)은 인턴제도를 폐지할 경우 방법적인 측면을 제시했다.

그는 "인턴과정이 사라지면 의대 본과 4학년, 레지던트 1년차과정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를 논의하면 된다"며 "병원의 인력으로 잡혀있기 때문에 어려울 뿐,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정부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한발 빼고 있는 상태다.

복지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인턴제 폐지에 대해)논의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 내부에서 서울대병원 인턴 추가수련 및 정원 감축 사태와 관련해 인턴제 폐지 여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있는만큼 전문가들과 논의해야하는 문제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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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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