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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무만 하는 인턴 1년, 시간이 아깝다…차라리 폐지하자"
기사입력 : 20.01.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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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신년 인터뷰|

전공 탐색의 기회를 갖고자 운영하는 인턴제도가 취지와는 달리 '잡무'역할에 그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상당수 수련병원이 필수과목 수련조차 제대로 못받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인턴제 폐지 여론이 거세다. 과거 인턴제 폐지 논의를 주도했던 서울의대 왕규창 교수를 만나 필요성과 가능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전 의학회 왕규창 수련이사가 바라본 최근 인턴 사태 해법
  • |수련 기능 못하는 인턴제도 비판…취지 퇴색한지 오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왕규창 교수는 지난 2013년 당시 대한의학회 교육수련이사로 인턴제 폐지를 주도한 만큼 최근 인턴 필수과목 미이수 사태를 지켜보며 착잡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어느새 7년을 흘렀고 본인 또한 올해 정년을 앞둔 원로교수가 됐지만, 인턴 제도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서울의대 왕규창 교수(소아신경외과)
특히 그는 당시 의료계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정리하고 설득해 복지부 결정만 남은 상황에서 진영 전 장관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거듭 아쉬워했다.

인턴제 폐지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둔채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인턴 제도를 폐지하면서 시스템을 개혁하는 편이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사라진 인턴 제도를 대신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왕규창 교수는 현재의 인턴 제도를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수십년째 바뀌지 않는 제도를 지적하며 병원 내에서의 경험치를 쌓는다손 치더라도 1년이라는 인턴과정은 시간이 아깝다고 봤다.

체계적인 수련프로그램 없이 의료공백을 채우는 인력으로만 활용하느니, 차라리 폐지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지난 2013년 당시와 비교해 2020년, 현재는 인턴제 폐지를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바라봤다. 전공의법 제정으로 전공의에 대한 병원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오로지 전공의에만 의존하던 병동 환자 케어에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전문 영역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인턴의 업무 중 꼭 의사가 해야하는 일이 아니면서 반복적이고 행정적인 부분은 전문간호사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왕규창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Q: 지난 2013년 당시 인턴제 폐지가 입법예고 코앞까지 갔던 것으로 안다. 지난 얘기지만, 그때 왜 밀어부치지 못했나.

A: 모든 합의가 마무리돼 있었다. 의학계부터 의대생까지 협의하고 설득해서 의견을 일치해놓고 복지부 발표만 남아있었다. 그런데 당시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이 반대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 쉽지않은 과정이었는데…

Q: 복지부 장관의 반대로 무산됐다니 답답했겠다. 혹시 진영 전 장관이 반대했던 이유를 알고 있나.

A: 추측만 할 뿐이다. 주변에 병원장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의 의견이 많이 좌지우지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공식적인 명분은 미국은 의대과정이 4+4제도이기 때문에 인턴이 없지만 한국은 2+4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지만, 이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다. 방법은 찾으면 그만이다.

Q: 알겠다. 한국의 인턴제도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자.

A: 일단 인턴 수련과정 1년이라는 시간이 아깝고, 수십년째 바뀌지 않는 제도가 답답하다. 한국은 미국에서 인턴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미국은 지속적으로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을 손질하고 손질하면서 인턴이라는 제도 또한 사라졌는데 한국만 왜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Q: 미국은 정부가 수련비용을 지불하니 한국과는 또 상황이 다를 수 있지 않나.

A: 솔직히 지금처럼 인턴 즉 전공의를 잡무를 처리하는 인력으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수련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물론 정부가 건강보험 틀로 묶어놨으니 인력양성도 책임져야하지만, 대다수 수련병원이 전공의 1명 정원을 받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아닌가.

Q: 하긴 최근 서울대병원 인턴 사태를 살펴보니 그들의 전문과목 턴은 중요하지 않더라.

A: 그렇다. 소아청소년과를 돌던 소아정형외과를 돌던 어차피 잡무를 하니까 그런거 아니겠나. 개인적으로 소아신경외과이지만 우리과에 인턴은 소청과 전반적인 것을 배우는게 아니다. 설사 소청과에 배정돼 소아신경과 병동을 돈다고 뭐 다르겠는가. 인턴 수련의 당초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본다.

Q: 동감이다. 인턴이라는게 전공과목 탐색의 취지가 있는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 같다.

A: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의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마련했는데 오히려 위축시키는 것 같다. 교육의 주체도 뚜렷해야하고, 명칭도 '인턴' 딱지 떼는 게 낫다고 본다. 최근 환자들은 '인턴'의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차라리 의과대학 실습 과정에서 진로를 탐색, 결정하고 전공의 과정에서는 그에 맞춰서 수련을 받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Q: 방법론으로 들어가보자. 서울대병원도 110명 인턴 정원이 사라지면 병원 운영이 마비된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인턴 제도 폐지할 수 있겠나.

A: 현재 닥친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늘 주장하는 바이지만, 수련병원은 전공의와는 무관하게 굴러가야한다. 전공의를 값싼 인력으로 운영해선 안된다. 오히려 전공의들로부터 수련 비용을 받더라도 전공의 없이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하는게 맞다.

Q: 알겠다. 그럼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달라.

A: 당장 인턴제를 폐지한다면 현재 인턴 1년에 레지던트 4년으로 구분한 것을 과도기적으로 전공의 5년을 통으로 묶었다가 4년으로 줄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또 의과대학 실습과정에서 전문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Q: 의과대학 실습과정에서 전공선택을 하도록 하려면 실습과정에서 전문과목을 두루 경험해야 하는데 가능한가.

A: 물론이다. 사실 과거에는 경우에 따라서는 의대 실습과정에서 진료에 참여하고, 인턴이 되면 수술도 참여했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못하다. 인턴의 업무 수준은 점점 더 낮아지는데 근무시간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과거와 동일한 인턴 과정 1년을 지내지만 배우는 것은 더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내가 의과대학 시절 전문과목을 정하고 인턴을 시작한 마지막 세대였는데, 지금과 비교해 진로설정에서 차이는 없었다.

서울의대 왕규창 교수(소아신경외과)

Q: 앞서 2020년은 과거 2014년 대비 인턴제 폐지를 논하기에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봤는데 그 이유는 뭔가.

A: 여전히 전공의 업무가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산화, 자동화로 과거에 비해 잡일자체가 줄었고, 전공의법 제정 이후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공식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PA간호사가 늘고 있으며 입원전담전문의도 늘면서 여건이 많이 갖춰졌다고 본다. 말나온김에 PA간호사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Q: 마지막 얘기는 민감한 내용인 것 같다. 인턴이 해온 업무 중 일부는 PA간호사로 대체해야한다는 의미인가.

A: 사실 의사의 업무 영역은 자꾸 늘어나는데 왜 간호사의 업무영역은 그대로인가. 생각해봐라. 20년전 대비 내원하는 환자수는 급증했으며 연구는 더 많이해야 버틸 수 있다. 또 환자안전과 감염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의사로서 검사하고 확인해야하는 것이 많아졌다. 가령, MRI가 없을 땐 그냥 수술했지만 이제 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아웃컴이 좋아졌지만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높아진 것이다.

Q: 인턴제 폐지 논의 과정에서 늘 나오는 얘기인 것 같다. 결국 인턴의 업무 공백을 누군가는 채워야하기 때문아니겠나.

A: 의사 수는 제한돼있는데 어떻게 의사가 다할 수 있나. 또 간호사라도 다 같은 간호사가 아니다. 전문간호사 영역을 인정해줘야한다. 세상이 바뀌는데 왜 간호사 영역은 그대로여야 하는가. 인턴제 폐지는 이미 늦었다. 더 늦기 전에 손질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2014년에 비해 의료환경 여건은 좋아졌다. 논의를 시작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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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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