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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강요받는 의대교수들...참다못해 의사노조 만든다
기사입력 : 20.01.2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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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의대교수가 왜 '노동조합'을 논하게 됐나

2020년 3월 31일 이후 대학교수도 노조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의대교수 노조도 꿈틀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수면 아래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는 노조 결성의 필요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돈벌이 내몰려 번아웃에 빠진 의대교수들
  • |초점-상|환자 살리는 의사가 근로자 '권리' 꺼내든 이유
  • 쏟아지는 '업무'에 치이고 진료실적 '평가'에 눌리는 신세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병원 수익증대를 위해 환자 검사 처방전을 한건이라도 더 발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수도권 A상급종합병원 전임교원인 김성실 교수(가명)가 몇년 전, 병원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김 교수는 문득 전공의 시절 "이 환자 검사 처방은 뭘 확인하기 위한 거야?"라며 불필요한 검사인 경우 교수에게 따가운 질책을 받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의료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의사는 그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의과대학 교수도 '노조'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아주대병원은 지난 2018년 12월 임상교수로 구성한 노동조합을 설립했으며 2020년 3월 31일 이후로는 전임교원도 단결권이 인정된다.

앞서 지난 2018년 8월 30일 교원노조법 제2조에서 "초중등 교원으로 정함으로써 대학교수의 단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

아주대병원 노재성 노조위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헌번재판소는 의과대학뿐 아니라 사립대학과 국공립대학을 망라해 전체 대학 교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학교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아주대병원은 오는 4월 1일 노동조합 창립을 준비 중이다.

또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은 4월 24일 총회를 열고 '전국의과대학교수노조'로 명칭 변경을 논의한다. 이어 5월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하는 워크숍은 노동노합 준비위원회를 발족,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전의교협 등 의대교수들 사이에서도 노조 설립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상아탑의 교수, 게다가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과대학 교수들은 왜 노조활동을 논하게 된 것일까.

사실 이미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과격하게 '노조'라는 용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하 흉부외과학회)는 환자의 생명을 살려야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극심한 번아웃에 시달려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지경이라며 '특별법'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공의들이 극심한 업무로 환자진료가 어려우니 '전공의 특별법'을 제정했듯 흉부외과 등 외과계 교수들 또한 번아웃 상태로 '특별법'이 시급하다는 게 그들의 주장.

현재 근거자료 마련을 위해 공신력있는 설문조사 기관을 통해 현직에서 활동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500~700명을 대상으로 번아웃 실태를 파악 중이다.

이는 외과계 교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장은성 교수팀은 국내 44개 의료기관에서 내시경 검사 및 진료를 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번아웃을 호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여성 의료진의 경우 70.4%로 남성 의료진 59.7%보다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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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문과목을 불문하고 대학병원 교수들이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면서 급기야 의대교수들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한 보직자는 "최근 정부에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잡겠다고 하면서 그와 동시에 수많은 평가와 시설투자를 요구받으면 결국 수익창출을 위해 의대교수를 닥달하게 되는 구조"라며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병원 존립을 위해 환자진료를 늘리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최근 전공의들은 법으로 보호를 받게됐지만 교수들은 더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미 공룡화된 대학병원들은 경영을 유지하고자 의대교수의 업무로딩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일명 신해철법으로 통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등 의료진의 리스크는 높아졌다.

게다가 전공의는 특별법으로 보호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의대교수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면서 참다못한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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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대교수는 진료, 연구, 교육 3가지 역할을 해야하고 이중 어떤 것도 소홀할 수 없다보니 더욱 답답하다"며 "개인적으로 지난해 논문 하나밖에 못 썼다. 연구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대학병원 진료과장급 회의에서 진료실적 200%를 달성했다고 박수를 치고, 진료실적 목표치를 정해두고 매달 그 결과를 이메일로 통보받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의료의 모습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분위기가 고착화되면서 젊은 의사들은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보다는 수익창출을 위한 검사와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의대교수의 노동조합 설립은 일부의 목소리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전공의특별법 제정을 현실화 시키는데 크게 일조했던 송명제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회장은 "의과대학 교수 노동조합 설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본다"며 "전공의법 시대를 거친 전공의가 의대교수가 되는 시점에는 변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대한병원협회 임영진 회장 또한 "의과대학 교수 노조에 대해 알고 있다. 대세를 거스리긴 힘들다고 본다"며 "다만, 다른 노조와는 달리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 방향을 지적하는 노조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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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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