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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무엇이 변해야 하는가? 잊지 말자 우선은 보건소다
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기사입력 : 20.04.2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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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고려대 안암병원장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헌신적으로 역할을 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보건소가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의료인들에게 가장 많은 비난을 들은 곳을 들라고 하면 아마 보건소일 가능성이 있다.

왜 그럴까? 최전선에서 대민 업무를 하는 곳의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보건소의 역할이 그동안 정치인 단체장들에 의해 왜곡된 것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사실 보건소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료인들 사이에서 지적된 바 있지만 이참에 보건소의 기능을 원래대로 돌려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보건소의 원래 기능은 지역 보건 사업일 것이다. 감염병 관리, 방역, 그리고 가능하다면 만성질환자들에 대한 생활 습관 개선 사업 같은 의료기관이 수행하기 어려운, 그러나 사회적으로 국민 보건 상 매우 중요한 사업에 매진해야 함이 맞다.

과거에는 본래의 역할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방 자치 시대로 들어오면서 보건소가 정치인 단체장들의 치적 사업의 한 방편으로 전락되면서 본래의 역할에 취약해 지고 말았다. 즉 보건 사업보다는 저렴한 값에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이상한 기구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저소득층 주민을 위한 진료 기능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이 주가 돼서는 안 됐어야 하는데 대민 진료에 치중하다보니 코로나19 같은 사태에서는 중심이 되기보다는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 원성을 사고 말았다. 사실은 워낙은 이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초 방어선은 보건소라야 했다. 열이 나거나 호흡기 질환 의심이 드는 환자는 무조건 관할 보건소를 방문해서 거기서 확진 여부 판정을 받고 지정된 코로나19 관리 병원으로 갈지, 아니면 1차 의료기관이나 더 상급의 의료기관으로 갈지가 결정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즉, 확진자 선별 기관이 대형병원의 선별진료소나 응급실이 아닌 보건소가 그 역할을 맡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했던가? 의심환자 또는 우연히 발견된 감염자가 의료기관에 와서야 확진이 되다보니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료기관이 폐쇄되거나 접촉했던 의료인들이 격리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그런 식으로 폐쇄되고 의료인들이 격리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보건소가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 보니 확진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적극적인 1차 저지선의 역할을 못하고 있더라는 것인데 보건소의 구성 인력이나 역할을 본다면 바로 이런 상황에서는 보건소가 이 역할을 했었다면 그야말로 칭찬할만한 방역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보건소는 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고? 정치인들 탓이다. 단체장이 관할하는 보건소가 단체장이 요구하는 사업에 매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어처구니없게도 보건소가 1차 의료기관과 경쟁을 하는 상황이니 말해 무엇 하랴. 그렇게 입만 열면 코로나19 사태에 발 벗고 나서겠다는 정치인 단체장들이 만든 시스템의 왜곡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아직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리 되어가는 듯 한 양상을 보이기에 하는 소리다. 간혹 들리는 1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의 최초 저지선이 되어야 한다는 이런 이상한 주장이 나오면 안 된다. 바로 보건소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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