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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된 능력의 발견, 공명의 시작
정은별 원광의대 학생(2학년)
기사입력 : 20.06.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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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 Medical Mavericks 홍보팀장


|원광의대 예과 2학년 정은별|학생은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나중에 의사로 일하는데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왜 하려고 하니? 학생이 그 활동을 한다고 실질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지도 못하는데, 그럴 시간에 책 한 자나 더 봐!

"요즘 뭐 하니?" 라는 질문을 받고, 학교 공부 외에도 관심을 가지고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종종 듣게 되는 반응이다.

작년에 IFMSA(세계의대생연합)이라는, 세계의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비정부기구(NGO)에 대해 알게 되고, SCOPH(공중보건상임위원회)의 우리나라 담당자를 지원했을 때만 해도, 그저 다른 나라의 의대생들과 교류해보고 싶다는 지극히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홍콩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의대생들을 만나고, 대만에서 전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의대생들을 만나 가벼운 각 나라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다소 학문적 성격이 강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는 국제보건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두 번의 총회에 참석하고 나서, 단순히 세계의대생연합이 여러 대륙에서 온 의대생들의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형태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지난 18일에 개회한 제 73차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의 세계의대생연합 대표단으로 참가한 의대생들은 세계의대생연합 내에서 ‘건강 형평성 및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Health Equity and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등에 대해 쓴 정책 제안서(Policy Document)를 기반으로 의대생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총회의 본 회의 전에는 각국의 의대생들이 주도하여 세계보건총회에 대표단으로 참가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가령, 역량 강화 워크숍에서 보편적 의료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을 다룰 때에는, 참가자들이 정부, 의사, 보험 회사 등의 이해 당사자들 역할을 맡게 한다.

각 이해 당사자들이 특정 활동을 했을 때 보편적 의료 보장을 구성하는 6개의 요소 중 특정 요소에 대한 유∙불리 정도의 변동을 점수로 표시하고, 6개 요소에 대한 최종 점수에 따라 자신이 미국, 대만, 남수단, 필리핀, 시리아, 독일의 보편적 의료 보장 형태 중 어떤 것과 가장 비슷한 결과를 얻었는지 비교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국의 의료시스템의 장단점을 익히고 비교해 볼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은 워크숍의 내용부터 전달 방식까지 모두 학생들이 자력으로 설계했다는 사실은, 학생은 그저 정해진 교육과정에 맞추어 학습을 하는 수동적인 객체라는 일반적 관념의 틀을 깨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대생들은 국제 단위 총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학생 자치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레바논 의대생들의 경우, 정부나 학교에서 정해주는 지침에 따라 학습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의대생들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코로나19 대응 전략 매뉴얼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준하는 기관과 협력하여, 상담 전화 센터 봉사, 출입국관리, 인식 제고 캠페인 등을 진행하는 데 참여하는 구체적인 의대생의 수 등을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 하는 방식이다.

케냐 의대생들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7회의 웨비나(webinar) 시리즈를 계획하여 정부 및 지역단체, 유관기관과 함께 2달간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자국 및 타국의 의대생들이 임상 연구와 사례 연구를 출판할 수 있는 무료 온라인 의료 학생 저널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연구 역량 구축, 연구 멘토링 참여, 연구 출판 등을 독려하기도 한다.

물론, 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본분은 전공 과목에 대해 학교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하며 따르는 것일 것이다. 의대생들의 경우, 공부해야 하는 학문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학교 공부를 따라가는 것도 만만치만은 않다.

그러나, 앞서 말했던 세계보건회의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는 의대생들, 국가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 코로나19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대생들은 교육과정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의학을 전공하며, 많은 공부량에 시달리는 학생들이다.

모든 학생들이 국제사회나 지역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조금의 관심이라도 가진다면 각자의 시간을 조금씩 쪼개어 역량 강화나 옹호 활동들에 참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모인다면 소수의 의대생들의 작은 날갯짓이 큰 공명(resonance)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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