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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속으면 바보, 세번 속으면 공범…식약처는?
최선 의약학술팀 기자
기사입력 : 20.07.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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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제제 메디톡신의 허가 품목 취소 사태를 보면서 "과연 첨단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주 등을 생산하면서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허가된 원액으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원액 및 제품의 역가시험 결과가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 적합한 것으로 허위기재했으며 조작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해당 의약품을 시중에 판매했다.

인보사 역시 서류로 제출한 내용과 실제 사용한 세포가 달라 허가 취소의 운명을 맞았다. 실제 사용 세포와 서류 내용이 다른데도 임상 투약 및 허가를 거쳐 상용화되는데까지 걸림돌은 없었다.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가 아니다. 메디톡스는 작년 기준 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견사다. 인보사를 만든 코오롱생명과학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 바꿔 말하면 비단 두 회사의 문제로 끝이냐는 지점까지 문제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 가공의 서류를 내도 검증할 제도적 장치가 지금까지 없었다. 작정하고 속이려들면 식약처는 그저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취재하면서도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1990년대 초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얻은 해당 약제는 수 년간 약효 논란에 시달렸다.

논란이 일자 식약처는 재작년 품목허가 갱신까지 적법하게 받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전체 품목에 대해 부랴부랴 재평가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재평가의 당위성에 대해 허가 '당시의 기준'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솔직히 과거 기준이 '허접했음'을 시인한 대목이다.

최근 특정 NSAIDs의 추가 적응증 획득 관련 취재에서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다. 많은 의료진들이 임상을 통해 진통 적응증을 획득한 NSAIDs 계열 약제가 처음 나왔다며 추켜세웠다. 과거 출시된 NSAIDs 올드 드럭의 경우 "효과가 있더라" 정도의 문헌으로도 적응증이 추가됐다고 한다.

의약품의 허가 및 관리엔 구멍이 많았다.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 새 검출법의 발견, 임상 메커니즘의 발달 등이 없었던 과거엔 그런 허점이 통용 가능했다는 주장도 일부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에도 서류 조작으로 품목 허가까지 받을 수 있거나, 과거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유효성 입증에 눈을 감는 일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보사는 세포주 변경 이슈가 밝혀진 이후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체결이 무산됐다. 품목 허가 취소로 메디톡신이 진출한 49개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가 부정 사태는 국내한정판 '해프닝'이 아닌 K-바이오/제약의 신뢰도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는 뜻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류 조작에 대해서는 무관용·엄단 조치를 예고했다.

식약처는 제조·품질관리 서류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기준(GMP) 중 데이터 신뢰성 보증 체계를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데이터 작성부터 수정, 삭제, 추가 등 변경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관리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현장점검을 통해 기준을 마련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는 등 관리지침에 어긋나는 경우 데이터 조작 시도·행위로 간주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할 계획이다.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앞으로 과제는 이런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는지 여부다. 이런 말이 있다. "두번 속으면 바보, 세번 속으면 공범". 식약처가 각성한 바보가 될지, 공범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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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선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협회를 기반으로 국내제약사와 학술 분야를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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