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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업 시기보다 정교한 제도설계 중요하다(하)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기사입력 : 20.11.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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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은 2015년 민간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2016년부터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이 시작되어 4년째를 맞고 있다. 시범사업이 응당 그렇듯 그 결과를 토대로 본 사업으로의 전환 또는 폐기 되는 것이 그 운명인데, 뚜렷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4년째 불안정한 상태로 표류중이다. 그동안 전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2016년 11명에서 2020년 249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전국민 건강보험과 행위별 수가제를 토대로 하는 국내 수가제도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진료수가의 신설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2019년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소위원회에서의 긍정적 논의를 거쳐 본 사업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였으나, 의사 파업 이후 2020년 9월에 개최된 건정심에서 수가 신설이 의결되지 못하고 본 사업으로의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

수가 신설이 지연되는 큰 이유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의사 인건비 부담의 정당성, 서울 이외 지역의 가산 수가 문제,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에 따른 타 직역 의사 인력의 부족 유발 등의 문제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사 파업 이후 일종의 괘씸죄가 더해져 일부 문제는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에 수가를 신설하는 것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이다.

시범사업 당시 입원전담전문의를 채용 가능한 수준의 수가를 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오해가 유발된 것으로 생각되나, 본 사업에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의 개념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이에 따른 보다 정교한 비용 산정을 통하여 합리적 수준의 수가를 신설하여야 한다.

또한 서울 이외 지역의 가산 수가 문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서울지역으로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다. 시범사업의 평가에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았고,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으로 인해 지역별 의료격차의 감소 효과를 나타낼 수 있기에 보다 효율적인 확산을 위해 지역 가산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다만 이는 본 사업 초기에 한시적 적용 후 그 효과를 재평가 하여야 하며, 가산되는 수가 차액에 동일한 본인 부담을 적용하는 것은 수도권 환자와의 역차별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로 수가 신설 시 입원전담전문의 본 사업 확산의 가장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경직된 수가 구조이다. 각 의료기관의 병동의 규모와 입원중인 환자의 중증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유연한 수가 구조의 적용이 입원전담전문의 사업 확산에 필수적이다.

가령 20병상 규모의 중증 환자가 주로 입원중인 병동과, 30병상 규모의 경증 환자 병동 중에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을 운영한다면 경직된 수가 구조에서는 운영 기관 입장에서 당연히 30병상의 병동에서 운영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게 된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필요는 각 기관별로 모두 다르며, 경직된 수가 구조는 결국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도를 낮추도록 유도하여 본 제도의 취지를 희석시키고 확산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는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며,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에 따른 지역별 의료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이 타 직역 의사 인력의 부족을 유발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 이미 개원가는 과포화 상태이며, 이에 의해 국민적 의료비용의 증가가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오곤 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보다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는 전문의들을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의료인력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환경을 마련하고, 동시에 의원급 기관 등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 공급의 왜곡을 완화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의원급 전문의 1인당 연간 요양급여 발생비용은 내과 약 4억 1천만원, 외과 약 2억 1천만원 수준으로, 이들 중 약 8%를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 시 예상되는 연간 요양급여 발생 감소액은 내과 약 2199억원, 외과 약 425억원에 달한다.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정한 것이며 요양병원이나 신규 배출 전문의의 일부를 포함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규모의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만족하고, 의료진이 만족하는데 더하여 지역 간 의료격차를 완화하고 의료비 발생 절감 효과까지 갖춘 입원전담전문의의 본 사업 전환이 지연되는 원인이 보다 정교한 논의를 위한 것이기를 바란다. 지금은 본 사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대형병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며, 수도권의 환자만을 위한 제도는 더욱 아니다.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한 전국 모든 환자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정교한 논의에 주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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