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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펌프 급여 2년…의사‧환자 모두 고개 젓는 이유
기사입력 : 21.09.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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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 |분석|소모품에 기기까지 급여 대상 포함됐지만 실제 지원은 쥐꼬리
  • |환자단체, 지원 확대 요구 "높은 기기 값 엄두도 못 내" 하소연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정부가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자동주입기(펌프) 소모품을 시작으로 관련 의료기기까지 건강보험으로 지원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 만큼 지원 초기에는 당뇨병을 진료하는 의사, 환자 모두 환영한다는 평가가 줄을 이은 것이 사실.

하지만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의사와 환자 모두 인슐린 펌프를 포함한 지원 혜택을 계기로 당뇨병 진료환경이 결코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환자들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고가인 의료기기 값의 부담으로 인해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이는 의사들도 마찬가지.

지방에서 당뇨병 진료를 하는 A대학병원 교수는 '인슐린 펌프' 진료를 하냐는 질문에 제도적 한계와 관련 의료기기 시장의 혼란으로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뇨병 관리에 있어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인슐린 펌프 등 관련 기기의 발목을 잡는 한계점은 무엇일까.

23일 정부의 인슐린 펌프 건강보험 지원 확대에 따라 당뇨병 진료 환경의 변화를 알아보고, 의료계와 환자가 생각하는 제도 개선점을 들어봤다.

정부 지원인데 인슐린 치료율은 더 하락

실제로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당뇨병 진단을 받은 국내 환자의 인슐린 치료율은 6.4% 수준에 불과하다.

2015년과 8.9%였던 것을 생각하면 5년 사이 인슐린 치료율이 더 떨어진 셈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인슐린 주사 치료율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

이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인슐림 펌프 건강보험 지원이 본격화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실질적으로 봤을 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일반적인 의료기기의 지원시스템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복지 차원으로 관련 기기의 원가를 매긴 후 소모품을 90%, 기기는 70%를 '요양비'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

의사 입장에서도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펌프와 관련된 진료와 교육을 한다고 해도행위 수가로서의 이득이 없기에 해당 환자들을 진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하는 수 없이 당뇨병 환자 본인이나 소아가 많은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환자 부모가 '독학'을 통해 인슐린 펌프 활용방법을 숙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사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재현 환자관리이사(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는 "환자가 인슐린 펌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받기 위해선 이를 직접 구매하고 의사로부터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 의료기기를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며 "이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려면 반복적인 집중 교육이 필수적이지만 의료 행위에 관련 진료를 할 수 있는 수가 자체가 없다보니 환자가 직접 공부하고 일반 병‧의원은 못 이기는 척 구입을 위한 처방전만 내주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또 다른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사실 현재 시스템 상으로 인슐린 펌프를 쓰는 당뇨병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하면 병원은 망한다"며 "이들을 진료를 하지 않아도 당뇨병 환자가 너무 많기에 사실 인슐린 펌프를 쓰는 환자의 진료를 무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대형병원에서 관련 환자를 진료 보는 사례가 존재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인슐린 펌프를 쓰는 당뇨병 환자들의 갈 곳은 더 없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사실 부산지역에서 인슐린 펌프 환자를 별도로 진료하는 의사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지만 관련 의료기기의 도입 초기에 의사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도입 초기부터 특정 회사의 제품 문제를 둘러싼 의사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전체 인슐린 펌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양비 지원? 비싸서 못 쓴다는 환자들

임상 현장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인슐린 펌프 요양비 지원의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하소연한다.

현재 국내 시장에 도입된 인슐린 펌프의 경우 MiniMed 640G(메드트로닉), DANA I(수일), 이오패치(이오플로우), 디아콘G8(지투이)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보공단은 인슐린 펌프를 5년 기준 170만원으로 정해 기준 금액의 70%를 요양비 체계로 지원하고 있다. 추가로 소모품 비용은 기준 금액의 90%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초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인슐린 펌프의 요양비 지원을 검토했을 당시 기준 금액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점이다. 환자들은 건보공단이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인슐린 펌프의 실제 기기 값도 아닌 원가를 평가해 기준 금액을 정하면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T2DM MDI 환자 대상 요양급여는 펌프 소모품에 전부 적용한 것으로 가정(단위 : 원)
즉 인슐린 펌프 시장에서 가장 고가라고 할 수 있는 메드트로닉의 MiniMed 640G를 사용하기엔 요양비 지원을 해도 금액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않고 비보험으로 MiniMed 640G를 사용했을 경우 펌프와 소모품, 송신기‧센서 모두 합해 1개월에 68만원 가량 소요된다.

이를 5년으로 보면 약 4100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1형 당뇨병 환자가 요양비로 지원을 받으면 부담은 완화되지만 그마저도 1개월에 약 33만원으로 5년 환산 시 환자가 약 2000만원을 부담해야 하는 꼴이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새롭게 개념의 인슐린 펌프는 요양비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가 그것이다.

2019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이오패치는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로 펜과 주사기 일색인 시장에 새로운 바람으로 주목 받고 있지만 정작 요양비 지원이 되지 못해 환자들이 쓰기 어려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이오패치의 경우도 쓰기 위해선 1개월 약 40만원, 5년 약 2400만원의 기기 값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인슐린 펌프를 판매하는 일부 업체의 경우 기기 문제 시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전문 센터조차 전무해 환자들만 손해 보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당뇨병 관련 환자단체는 복지부에 인슐린 펌프의 낮은 요양비 비율과 이오패치 등 신규 의료기기까지의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형 당뇨병 환우회의 경우 자체 설문조사를 통해 관련된 내용의 설문을 진행하면서 이를 토대로 한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가 2021년 7월 13일부터 28일까지 커뮤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재구성한 것이다.
한국 1형 당뇨병 환우회 김미영 대표는 "요양비 기준금액 설정 당시 가장 저렴한 기기를 갖고 실제 가격도 아닌 원가를 매겨 책정했고 여전히 이 때문에 실제 구매 금액보다 요양비 지원이 낮은 상황"이라며 "국내 도입된 인슐린 펌프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턱없이 낮은 기준금액이다. 요양비 비율을 70%에서 90% 확대 또는 기준 금액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오패치와 같이 패치형 인슐린 펌프가 국내 판매, 허가 됐지만 요양비 지원이 되지 않는 부분도 문제"라며 "신규 의료기기에 대한 요양비 지원 확대도 복지부에 요구했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인슐린 패치를 포함해 연속혈당측정기까지 당뇨병 관련 의료기기의 제도적인 허점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뇨병학회 등 관련 의학계에 의견을 청취하면서 문제점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에 대해 나온 것은 아니다. 관련 학회와 논의를 하면서 실무적으로 한번 이야기해보자는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수가 마련 등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현장에서 말하는 제도적인 한계를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기기 값은 요양비로 지원되지만 의료진 교육‧상담료 문제가 걸림돌인데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었다. 일단 이마저도 온도차가 존재해 관련 내용을 터놓고 논의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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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문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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