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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오해 받던 진료행태, 심층진료로 사라진다
|현장|인하대병원 심층진료 현장을 가다
기사입력 : 18.02.08 05:00
문성호 기자(news@medic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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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가 간다|인하대병원 심층진료 현장을 가다

|메디칼타임즈 문성호 기자|"약물 치료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울렁거림도 있고 간혹 머리카락도 빠질 수 있습니다. 제일 문제는 3개월 이 후 손과 발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는 거예요."

"곧 있으면 설날인데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치료시기를 조절할게요."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가 대장암 환자인 박인나(가명)씨와 진료 중에 나누는 대화다. 임주한 교수가 진료에 임한 시간은 총 18분.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이른바 '15분 진료'로 불리는 심층진료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으로 지정 받으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1월 22일부터 복지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 7개과 8명의 교수진을 대상으로 심층진료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 중에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심층진료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 중인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진료를 참관한 뒤 향후 본 사업 전환 시 개선 사항을 들어봤다.

의사·환자 모두 원했던 '심층진료'

공교롭게도 기자가 방문한 날은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가 시범사업 시작 후 첫 심층진료 환자를 마주하는 날이었다.

심층진료 첫 환자는 최근 서울 S대학병원에서 대장암 2기 판정을 받아 수술을 마치고, 항암치료를 위해 인하대병원을 방문한 박인나(가명)씨. 아들과 함께 한 그는 진료 접수과정에서 심층진료 시범사업의 내용을 알게 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심층진료라고 하는 것을 처음 들어봤어요. 환자 본인부담도 크지 않은데다 병원에서 권유하게 돼 알게 됐거든요.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너무 좋죠."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주한 교수가 심층진료를 하는 모습이다.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진료 현장을 취재했다.
이어진 진료에서 임주한 교수는 박씨의 대장암 S대학병원에서 진행된 수술 등 진료 경과를 함께 살펴보며, 향후 6개월 동안 진행될 항암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그 때부터 임주한 교수의 손은 바빠진다. S대학병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처방 기록과 박씨가 가지고 온 CT 등을 함께 살펴보며 자세한 치료과정을 소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문 위쪽 직장이 있고 대장이 있는데 그 부분 11cm 가량 절제했어요. 이제부터 항암치료를 하게 되는데 6개월 치료 과정을 거쳐야 하고, 치료 종류도 선택해야 합니다."

뒤 이어 임주한 교수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과정 등을 설명하고, 박씨가 궁금해 하는 향후 항암치료 과정 종료 후 주의사항과 첫 항암치료 시기를 협의하는 것을 끝으로 첫 심층진료를 마무리 했다.

"항암치료 할 때 여쭤 볼 테지만 중간에 손과 발의 감각이 무뎌진다 싶으면 용량을 조절해야 해요. 그리고 첫 번째 항암치료는 입원하시고 받는 것이 좋아요. 곧 명절이기 때문에 가족 분들과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시기를 조절해 입원장을 내드리겠습니다."

이에 따라 진행된 심층진료 시간은 총 18분. 진료가 끝난 뒤 박씨는 기자를 만나 진료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진료를 함께 참관한 박씨의 아들도 마찬가지다.

"항암치료 과정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향후 재발 위험성까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너무 좋았어요. 근데 환자들은 심층진료라는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병원이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데, 홍보를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동안 '프로게이머'로 오해 받았다"

진료가 끝난 후 만난 임주한 교수는 심층진료 시범사업 참여를 자원했다며, 그동안의 진료 형태가 너무 버거웠다고 말한다.

의사가 환자와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오직 컴퓨터 모니터로만 진료하는 의료 형태를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8분을 잡고 진료를 하는 것도 버거웠어요. 대형병원은 간호사, 전임의가 진료를 도와주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혼자 진료를 해왔어요. 지방병원 교수들은 느낄 텐데 그 짧은 시간동안 환자와 모니터를 보다 보면 수능시험을 보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오죽하면 진료를 받던 아이가 저보고 프로게이머 같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죠."

임 교수는 시범사업을 참여하게 되면서 그나마 환자와 상담을 하며 진료하게 됐다며, 기존 외래에 추가 세션을 열어 현재 심층진료 환자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심층진료가 본격 급여화 시 진료의 강도에 따라 수가가 나눠져야 한다는 개선점을 지적했다.

"혈액종양내과 측면에서 본다면 진료의 강도에 따라 수가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종류에 따라 진료 시간은 달라지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결정이에요. 처방 건수 등을 통해 진료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동시에 심층진료 시범사업 도입 시부터 문제로 제기했던 수가 현실화를 꼬집었다.

"대부분 지방 병원 교수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텐데 수가현실화가 시급해요. 수가 보전을 통해 15분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8분 진료를 어쩔 수 없이 해왔던 거예요. 저는 이 때문에 계속 혼자 환자 얼굴보면서 키보드 타자치는 연습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신환에게만 가능한 심층진료, 현실성 없다"

임주한 교수와 함께 자리한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는 심층진료 시범사업 대상자를 초진환자로 제한한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은 교수
실제로 복지부는 심층진료 시범사업을 지난해 하반기 도입하면서 대상자를 초진 환자로 연 1회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저희는 원래부터 진료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였는데, 이번 심층진료 시범사업이 추진되면서 제도권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는 초진 환자에 한 해 1회만 심층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점이에요. 그 환자는 평생 그 전공 과목에서 1번 밖에 심층진료를 받을 수 없도록 묶어 놓은 것이죠."

이지은 교수는 소아청소년과만이 아니라 모든 과에서 적어도 2번의 심층진료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적인 검사를 마치고 환자에게 전달할 때 심층진료가 필요하다. 근데 초진에 한정해 놨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못하는 현실인 데다 여러 전문과목 협진이 필요할 때도 추가적인 심층진료가 필요하다. 본 사업으로 전환된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임주한 교수도 이 같은 문제점에 동의하며, 재진 환자의 심층진료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초진 환자 1번에 제한 한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요. 솔직히 처음 온 환자는 검사만 하고 결과가 나오고 보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15분 진료가 필요치 않은 사례도 많거든요. 검사를 해보고 어떤 질환인지 파악 한 뒤 가족들까지 함께 불러서 질환과 향후 치료 설명이 정말 중요한데 그 때는 정작 심층진료를 할 수가 없어요."

더구나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 된 이 후에는 심층진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임주한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이들 의료진은 의사의 진료 결정권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심층진료를 시작하면서 의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전혀 없다는 점도 문제에요. 저희한테 진료를 올 때까지 의사의 결정권은 없거든요. 현재는 초진 환자가 자신이 혼자 파악해서 심층진료를 받기 위해 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의사의 조언이 전혀 배제된 시스템이죠."

그러나 이들은 심층진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많아도 반드시 본 사업 전환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현재의 수가를 보면 의사들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꼴이에요. 하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진료 형태라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질환자만 집중적으로 보는 체계가 돼야 하는데, 수가 정상화 등을 통해 심층진료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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