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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에 반대하는 이유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
기사입력 : 18.07.18 09:16
이창진 기자 news@medical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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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진료실과 응급실을 가리지 않고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련 영상이나 기사를 보면 무섭기도 하고, 화도 나고,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으니 더 문제입니다.

피해의 당사자인 의사 입장에서는 분노와 억울함, 자괴감이나 회의감 같은 감정이 생길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폭행을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한 의사 단체들의 대응방법에는 여전히 동의하기 힘듭니다.

여러 의사단체들은 여전히 벌금형 삭제나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삭제를 통한 처벌의 가중을 우선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사단체들은 수시로 발생하던 의료기관내 폭행의 원인이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해서였다고 주장했고, 해결책으로 의사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법을 요구했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법은 실행된 지 2년여가 지났습니다. 더 이상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없어질 것처럼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치하하고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던 분들은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의료인 폭행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겠죠?

의사단체들은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폭행이나 협박에 대해 벌금 규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환자단체들이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을 반대했던 것은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정당하다거나 방조하고자 하는 뜻이 아닙니다. 진료 중인 의료인의 안전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그 심각성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할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중처벌을 반대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중처벌법이 ‘소통방해법’으로 작용할 우려입니다.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의료인에 대한 심각한 폭행은 대부분 폭행보다는 최소한 상해나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강력 범죄입니다.

폭행이나 협박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어서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옷을 잡아당기거나, 멱살을 잡거나, 하다못해 고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도 폭행에 해당할 수 있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모든 말들은 협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미한 사안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벌금형처럼 가벼운 처벌도 있고,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여 화해의 여지를 남겨두기도 합니다.

이번에 박인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갖가지 분쟁이 발생 가능한 의료 현장에서 환자는 의료인에 대해 일체의 반론을 제기하거나 항의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징역형을 감수해야 될테니까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삭제하게 되니 사소한 다툼 후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예외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통이 부족해서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처벌만 강조하게 되면 환자와 의료인의 소통은 커녕 의료인에게는 어떤 이의제기나 항의도 불가능하도록 하는 말 그대로 ‘소통방해법’으로 작용할 위험이 큽니다.

두 번째는 양형으로 인한 범죄예방 효과의 한계입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범죄가 빈번해지고 피해범위가 확대될 때 가장 먼저 고려해볼 수 있는 일차원적인 방법은 처벌의 강화입니다.

그러나 처벌 강화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미미하며, 폭행과 협박에 대한 처벌을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상해나 살인보다 무거운 처벌은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죄자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마다 처벌 기준을 일일이 고려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원인은 수사나 기소, 판결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지언정 폭행죄 자체의 형량이 적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적용되고 있는 가중처벌로도 효과가 없으니 더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는 주장은 사실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의 기사님들에 대한 폭행도 가중처벌이 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문제는 처벌 규정의 강화가 아니라 수사, 기소, 판결 과정에서 폭행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기존 형법 및 다른 법률의 적용을 통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세 번째는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다른 환자들의 생명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더 심각한 범죄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은 수없이 많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을 폭행하는 것도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인데, 모든 직역 가운데 오직 의료인만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해결책은 앞으로 수없이 많은 직역에 대한 가중처벌을 끝없이 만들어야하는 이유가 될 뿐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서비스업은 항상 폭행과 협박 앞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최근의 범죄 경향을 보면 그 양상은 점점 대담하고 잔인해지고 있으며, 전에는 없던 ‘묻지마 폭행’같은 것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이불 속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예고 없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를 모두 막기는 어렵다면 이런 경향의 원인을 우선 파악하고 예방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더 필요할 겁니다.

폭행 사태 발생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실 의료인에 대한 폭행에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그 대상이 의료인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아무 힘이 없는 야간 편의점 알바생에 대한 묻지마 폭행에도 우리는 분노합니다. 의료인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 자체가 근절되어야 할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환자단체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폭행을 처벌의 가중만으로 예방하겠다는 주장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단체나 그 기관지는 환자단체의 대표가 ‘폭행이 무서우면 어떻게 의사를 하나’라는 발언을 했다며 짜깁기한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고 자극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하며 상식 이하의 집단으로 매도했습니다.

이에 환자단체는 더 이상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사 단체들의 주장에 반대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입법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고, 실효성도 없는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실제 입법을 통해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근절된다면 그것을 반대할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이 불가능한 상대와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할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심각한 통증을 가지고 방문하는 응급실이나 진료실은 애초에 분쟁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입니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악결과가 발생 가능한 의료의 특성까지 감안하면 환자와 의사간의 소통과 신뢰 형성을 통해 분쟁과 갈등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가장 빈도가 높은 응급실에서의 진료순서에 관한 갈등을 없애기 위한 의료인의 노력은 가중처벌 안내 포스터를 부착하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진료계획, 응급실의 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인력구조 하에서는 불가능하다고만 합니다.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이 바라기 어렵기는 하지만 충분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 없이 처벌의 강화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물론 소통과 신뢰의 구축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주취자나 정상적인 도덕적 관념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이 병원이 있었기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폭행이 발생한 것이지, 동네 빵집이나 편의점, 술집, 시장 등 어디에서든 폭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고 처벌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폭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폭력성이 증가하는 직접적 원인은 개인의 내부에 잠재된 공격성을 쉽게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이고, 경쟁이 일상화되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끝없이 유발하는 사회 환경 자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폭행에 대한 수사나 처벌 과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 태도, 가끔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존중되는 경우, 공정하게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 죄질에 따른 공평한 처벌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든 판결들은 비단 의료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공감하는 문제점 들입니다.

응급실의 경우 한 순간에 생명이 사라질 수도 있는 특성을 감안하여 치안력이 높은 수준으로 작용해야 하는 공공의 장소로 설정하고 의료행위를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일체의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개입하고 제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응급실에 경찰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 응급실의 의료 행위를 공무로 규정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나 소방관에 대한 폭행과 함께 가중 처벌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주취자에 대한 가중처벌 및 진료 방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폭행 앞에 노출된 의료인들의 울분을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의료인을 대하는 모든 국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처벌만 강조하는 식으로 표출하는 것은, 폭행을 줄이기보다는 분열과 대립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 귀 기울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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