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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식약처 전문성 논란, 30년 후 '오래된 미래'는?
기사입력 : 19.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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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최선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 사항 변경 공지를 보면서 줄곧 의문이 들었다. 대다수가 비슷한 문구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안전성 정보와 관련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안전성 정보에 대한…
유럽 의약품청(EMA)의 안전성 정보 검토 결과에 따라…


시작 문구는 물론 결론도 비슷했다. ~의 검토 결과에 따라 허가사항 변경(안)을 마련했다는 것. 해외 규제 기관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게 아닌가 했지만, 그런 의문은 최근 국회 앞 1인 시위를 보고서야 해소됐다.

연례 행사처럼 국회 앞 1인 시위는 끊이지 않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비록 비정규직이더라도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 그것도 점잖은 심사위원이 시위에 나선 건 좀처럼 보기 쉽지 않다. 무엇이 의사 출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위원을 국회 앞으로 내몰았을까.

요지는 간단했다. 미국 FDA에는 의사 출신만 500명이 근무하고 허가의 최종 결정권이 의료인에게 주어지지는 반면 국내의 '공무원 천하' 분위기가 기관의 전문성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미국 FDA에는 약 500명의 의사가 근무한다. 역대 미국 FDA 국장의 2/3은 의사 출신이다. 중국 FDA만 해도 작년 의사 출신 심사관을 700명 증원했다. 반면 식약처에는 15명의 의사가 모든 임상시험을 검토하고 있다.

그마저도 육아휴직 등을 제외하면 주 5일 '풀타임' 근무하는 의료인은 10명에 그친다. 아무리 인구 대비로 심사 인력을 보정한다고 해도 500 대 10 나 700 대 10의 스코어는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심사위원은 "안전성 최신 보고(DSUR)와 안전성 정기 보고(PSUR)를 제약사가 제출토록 하고 있지만 실제 검토는 세밀하게 하지 못한다"며 "식약처는 임상을 승인하고 약품을 허가하지만 이후 안전성 관련 내용은 전적으로 해외 정보에 의존한다"고 비판했다.

인력 부족을 이유로 허가 이후의 관리 영역은 해외 규제 기관에 의존하고 있다고 실토한 셈. 사실상 식약처의 주도적 업무는 허가에 한정되고 사후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는 뜻이다. 허가 변경 공지의 서로 엇비슷했던 서두 역시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인했다.

흥미롭지만 인력의 부족을 지적하는 건 시위에 나선 의사뿐만 아니다. 인터뷰 차 만난 다양한 심사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약/바이오의 기술 발달 가속화에 따른 심사 역량 '도태 현상'을 우려했다. 그리고 그 전문성 강화의 방안으로 인력 확충을 제시했다. 이미 답은 알고 있는 셈. 해답대로 되지 않는 건 예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최근 의사의 인력 확충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지만 사실 대부분의 심사 인력들이 1인당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과중한 심사 업무에 시달린다"며 "이건 비단 의사들의 부족 문제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식약처의 특성상 기관 전체의 심사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약사/통계학자/화학분석자/바이오 전문가 등이 전체적으로 어우러져야 하지만 이들을 충원할 예산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이다. 식약처가 제시하는 대안도 기재부와 협의해 예산을 확충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다.

지금의 하소연이 향후에는 개선될 수 있을까. 최근 1인 시위를 기사화 한 후 모 취재원으로부터 문자 한통을 받았다. "3년 전 제가 쓴 칼럼이 있군요. 에휴. 3년이 지나도 그대로이니 앞으로 3년은 커녕 30년이 지나도 그대로겠죠."

그가 쓴 칼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식약처는 허가심사 전문심사관으로 능력 있는 임상의사가 전문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의 대거 채용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하니 국민건강을 위한 식약처의 이러한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2016년 11월

인력 확충을 내세운 식약처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3년 후, 아니 30년 후 식약처는 전문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가 제시한 '오래된 미래'가 틀리길 빌어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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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최선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협회를 기반으로 국내제약사와 학술 분야를 취재 보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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