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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폐암 국가검진 사업 우려.."의사-환자 신뢰깨질 것"
기사입력 : 19.10.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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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재호 교수 "정부, 검진 장점만 홍보 부작용 피해 쉬쉬"
  • | "국가가 나서서 폐암 고위험군 270만명 대상 임상시험 하나"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국가 암 검진 항목에 '폐암'도 추가된 가운데 타당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학계 지적이 나왔다. 이대로 사업이 진행되면 일차의료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가 깨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4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추계 학술대회에서 '폐암 국가검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폐암 국가검진 도입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만 모여 반쪽짜리로 끝났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가정의학회는 4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추계 학술대회에서
심포지엄에는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이재호 교수,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정승은 교수가 발표를 했다. 지정토론에는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용식 교수가 나섰다. 발표자와 토론자 모두 과잉진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좌장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세션 시작에 앞서 "3명이 발표하고 2명이 토론하는데 반대 토론자 섭외가 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양해를 구했다.

정부는 8월부터 54~74세 폐암 고위험군에 대해 2년마다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사업을 실시했다. 종합병원급 이상 230곳이 검진사업에 참여한다.

이재호 교수는 폐암 조기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00년 이후 폐암 조기검진과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가 이뤄졌다. 대표적인 게 5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NLST(National Lung Screening Trial)와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유럽의 NELSON 연구"라고 운을 뗐다.

이재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이 교수에 따르면 NLST 결과는 저선량CT를 통한 폐암 조기검진 환자의 사망률이 20% 줄었다. 하지만 미국 가정의학회는 NLST 결과가 지역사회 여건에서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고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봤다.

NELSON 연구는 지난해 12월 학술대회에서 조기검진의 효과를 발표했지만 저널에 공식적으로 소개되지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재호 교수는 "이들 연구는 전제가 있다. 일차의료 의사와 상의 후 저선량CT를 찍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라며 "우리나라에는 '내 의사'라는 개념이 없다. 선진국은 80% 이상이 주치의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에서 1년 동안 14개 의료기관에서 시범사업 후 본사업을 진행했다"라며 "대조군도 없다. 1, 2년 만에 졸속으로 한 결정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2015년을 기준으로 폐암 검진 고위험군이 270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임상시험을 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정부가 검진의 장점만 홍보하고 부작용 피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교수
폐암검진 사업은 일차의료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깰 수도 있다는 우려를 더했다.

이 교수는 "대형병원 검진은 일차의료에서 최초 접촉 진료 없이 바로 3차 병원 분과 진료가 가능한 창구로 전락했는데 국가검진 확대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검진 확대가 아니라 검진의 득과 실에 대해 주치의와 환자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건의료 체계 정비를 우선 정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폐암 조기검진에 국가 개입 타당성 논의 없어 창피"

정승은 교수는 폐암 검진 사업 도입 이전 타당성에 대한 근원적인 논의가 없었던 것에 대해 "창피하다"고 표현했다.

정승은 교수
정 교수는 "검진을 국가기관에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없었고 검진 기관 선정 조건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은 의료계 전체에서 창피한 일"이라며 "국가에서 시행해야 하는 암 검진으로서 근거가 충분한 것인지 영상의학회 등에서 한 번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80대 아버지 사례를 소개했다. COPD가 심해 장애 판정을 받은 정 교수의 아버지는 약 5년 전 폐CT를 찍었다 종괴를 발견했다. 다학제 협진 결과 정 교수는 아버지의 폐에서 보이는 종괴가 암인지를 검사하기 위한 처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COPD가 너무 심해서 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침습적 행위가 환자에게 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아버지와 같은 케이스가 굉장히 많은데 딸이 의사, 그것도 영상의학과가 아닌 상황에서 맞춤형 진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폐암 검진에서 국가의 개입에 대한 고민 없이 시행된 것은 안타깝지만 이미 시작돼 버린 사업인 만큼 질 관리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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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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