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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권칼럼|법전 한 번 보세요
이경권 LK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기사입력 : 20.08.0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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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이경권 변호사
지방의 모 병원에서 전자처방전 사업을 시행하려다 보류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병원이 전자처방전 사업을 실시하기 위한 사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특정 문전약국 3곳만 참여시켰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약사회는 병원과 특정 약국간 담합의 소지가 있음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고 기사는 전한다.

관련 기사를 보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려다 중단했다고 한다. 관련자들은 현행 의료법 규정을 제대로 살펴보기나 한 것인가?

현행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에 의하면 처방전은 환자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혹자는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닌 사람이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조 제2항에 의하면 예외적으로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문 전체를 합목적적으로 해석한다면 법령에서 정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환자 아닌 사람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없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 위법한데도 이를 추진하려는 병원, 이러한 형태를 사업모델로 삼은 회사, 현행 의료법 위반을 적시한 게 아니라 담합을 걱정하는 약사회 모두가 이상하다. 이 분야에 있다 보면 이런 경험을 꽤 하게 된다. 버젓이 현행 법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나 사업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기사, 법령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모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회사.

한 번은 카이스트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학생들이 상담을 온 적이 있다. 평소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아 흥미롭게 사업모델을 들었다. 놀라웠던 점은 실제 시제품까지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스타트업이 시제품까지 만들었다면 꽤 자신이 있었던 모양인데.

아뿔싸, 그들의 사업모델은 현행 법령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법률 검토는 제대로 했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어떻게 했으리라 능히 짐작되었다. 얼마 전에는 의과대학 의사분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이 몇 년 동안 준비한 아이템을 얘기하시는데 그 역시 현행법 위반이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법이란 사회구성원 공동의 약속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를 활자화한 것이 법이다. 따라서 그 법률은 개정되거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규범력을 가지며 국민 누구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시간을 쏟고, 자본을 투자하고, 열정을 갈아 넣어 만들어 낸 사업모델이 법령 위배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을 때의 심정을 법률가인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런 분들에게 제발 초기 단계에 법률가를 참여시키라는 조언을 해 드린다.

외국의 스타트업 회사들을 보면 반드시 법률가를 참여시킨다. 가급적 초기에. 지금도 성공의 꿈을 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밤을 새워가며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작이 잘못되면 결말은 뻔하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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