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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입원전담전문의
기사입력 : 20.10.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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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저는 2017년부터 4년째 내과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계 내에서도 생소한 직종이었습니다. 이 이전에는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라고 미국에서 도입된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미국에서 1996년 도입된 호스피탈리스트는 입원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직종으로 발전하였고 종사하는 인원도 2019년 기준 6만 명이 넘을 정도로 증가하였습니다.

질적으로도 재원 기간의 감소, 재입원율 감소, 입원 중 사망률 감소, 입원 중 비용 감소, 환자 및 보호자의 만족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호스피탈리스트들의 노력으로 인한 수적, 질적인 향상으로 미국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가 하나의 전문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위의 미국의 사례를 보면서 저뿐만 아니라 저 이전부터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하면서 가장 중요시하고 노력했던 부분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며 알리는 일이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입원 환자의 진료를 교수진의 책임 하에 최일선에서 전공의 선생님들이 담당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입원전담전문의가 처음 도입되었던 시기만 하더라도 아직 수련중인 전공의 선생님과 비교하여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전공의 4.5년차, 전공의 5년차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처음 시작하였던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버티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입원 환경을 개선하는지 하나 둘 보여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의 도입을 통하여 응급실 체류 시간을 짧게 하였으며 재원 기간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논문을 통하여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복합질환 환자들에 있어서도 입원전담전문의가 재원 기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 또한 보여주었습니다.

시범 사업 분석을 통하여 환자와 보호자 대상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 도입을 통하여 만족도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의사와의 접촉 시간 또한 늘었으며, 간호사를 포함한 동료 의료진의 만족도 또한 향상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하는 병원들에서는 입원의학과, 입원의학센터, 종합내과, 통합내과 등의 과 신설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즉 입원전담전문의를 입원 환자 진료의 전문가로 인식하는 모습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지원하고 싶어 하는 예비 지원자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노력해 왔던 일선의 입원전담전문의들을 지치게 하고 실망케 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28일 의료계 집단 휴진에 대한 대책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비상진료 패키지로 운영하여 전담 환자 이외에 일반 환자들을 볼 수 있다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대책은 사전에 입원전담전문의들과 논의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되었고 마치 입원전담전문의가 인력 부족의 대체제로 외래 및 응급실의 공백을 담당해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시그널을 주었습니다. 그동안 어렵게 만들어 온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서는 인력 부족의 어려운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중심으로 입원 환자 진료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한 후에 나오는 대책이었어야 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모습이 2020년 9월 7일 국회 국감장에서 또 나타났습니다. 당시 국감에서 보건복지부는 의대생들이 의사고시를 응시하지 못하여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사 인력 중 인턴 역할에 대한 대책 중의 하나로 입원전담의의 확대를 통하여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도를 보면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은 그동안의 입원전담전문의 정체성을 위한 노력들이 다시 한 번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보건복지부가 2020년 8월과 동일하게 입원전담전문의들을 단순히 인력 부족의 대체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시그널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운영하는 병원과 입원전담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환자 및 보호자에게도 전해질 수 있어서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2018년 보건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 인력자원 활용문제의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보고 있으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의사진로의 중요한 트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2020년 보건복지부의 입원전담전문의를 향한 시선과 모습들은 2018년의 발표와는 너무도 달라서 입원전담전문의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 진료의 전문가로서 입원 환자 진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입원 진료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환자 및 보호자,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 의료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단순히 의료 인력 부족의 대체제가 아닌 향후 의료 인력 자원의 활용과 배치에 있어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시범사업에서 보여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본 사업으로의 빠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입원전담전문의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책 발표를 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합니다. 의료계의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그동안 잘 만들고 유지해 왔던 결과물을 무너뜨리지 않는 지혜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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