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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수급 공백, 정부·여당 결단이 필요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남의사회장)
기사입력 : 20.11.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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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국시) 재응시 여부를 두고 그동안 불가방침으로 일관해 오던 정부·여당 일각에서 내년도 ‘의료 공백’을 염려하는 발언들이 나오면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섞인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4일 국회 예결위에서 의사 국시 문제와 관련하여 “(국시)추가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국민 거부감이 아직 상당하다”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고 밝힌 것은 기존 입장과 사뭇 다른 기류를 보였다고 평가 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인턴의 존재는 피교육생이자 교수진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가능하게 하는 최상의 조력자다. 인턴의 역할이 PA(Physician Assistant)로 대체될 수 있는 업무라면 이미 각급 상급종합병원의 인턴은 PA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인턴 업무가 PA 수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고도의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검증받은 의사 면허자이기 때문이다.

인턴의 업무를 국가 기관에 비유하자면 법원의 행정처장이나 국회의 사무총장처럼 각 기관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각 기관의 고유의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를 잘 모르는 법률가나 정치인에게 법원 행정처장이 없는 대법원과 국회 사무총장이 없는 국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는지 상상해 보면 내년도 상급종합병원의 업무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지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로 인한 직접적 피해자가 국민들 특히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는 환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본과 4학년들이 국시 미응시로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중단된다면 그로 인해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내년도 중환자 진료체계에 의료대란이 올 우려가 높다. 예를 들자면 뇌질환이나 심장질환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시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경과 관찰과 처치 업무는 통상 전공의 1년차가 주로 담당하면서 해당 과 인턴이 보조적으로 진료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인턴 공백이 발생되면 물리적으로 전공의 1년차가 매일 밤낮 환자를 볼 수밖에 없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입원을 제한해야만 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만일 이로 인해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의료대란이 발생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여당에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인턴 업무를 대체하겠다고 말하여 장관을 3년씩이나 하고도 의료현실을 이렇게도 모를 수 있는지에 대한 탄식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의사 1년차인 인턴 업무를 입원 환자 질 관리를 위해 두고 있는 교수급 전문의인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맡기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발언인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인턴 업무를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상급종합병원에만 문제가 발생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이 정상적으로 안 될 경우 매년 500~700여명 정도 충원되어온 신규 공중보건의 충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공중보건의사는 올 초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 신임 공중보건의사 742명을 현장에 투입되어 적극적인 검사 업무를 통해 초기 방역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가 있으며 지금도 각 지역의 보건소에서 코로나 환자 검사 및 진료 업무에 투입되어 K-방역의 핵심 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서 본4 국시 재응시 불가로 인해 공중보건의가 배출되지 못한 가운데 K-방역이 붕괴되어 2차 팬데믹 사태라도 발생될 경우 당정은 그로 인한 심각한 공포와 패닉 상황들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뿐 아니다. 일부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건에 있어서 공중보건의의 역할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농어촌 보건지소 및 의료 취약지의 응급의료나 필수 의료 분야에서 공중보건의의 역할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또한 군의관 수급 문제도 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의대생 국시 미응시로 인한 의료공백이 큰 차질을 빚을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는 등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다가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수도동귀’(殊塗同歸, ‘길은 다르지만 돌아가는 방향의 끝은 같다'는 의미)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국민 생명 보호와 환자 안전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의료계와 우리(정부)의 방향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다"고 말하며 입장 변화를 시사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지금의 사태를 유발한 책임은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해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적 근거도 없는 공공의대 설립 등 문제 투성이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부여당에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 발생된 모든 문제에 대한 일차적 책임도 정부여당에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금의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시 미응시 문제를 두고 미온적 대응으로 실기를 하여 내년도에 의료대란과 감염병 위기를 자초할 일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부 여당이 편협한 생각에서 돌이켜 이성적 판단으로 내년에 발생될 의료대란과 감염병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를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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