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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를 둘러싼 '동상이몽' (상)
정윤빈 세브란스 교수(입원전담전문의)
기사입력 : 20.11.1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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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최근 정부와 국회, 의료계의 연이은 발언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뜨거운 화제다. 전문의에 의한 양질의 입원환자 진료를 표방하며 어렵사리 4년의 시범사업을 이끌어온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보건의료계 최고 수장의 한마디에 의해 ‘인턴의 대체재’로 전락하는 서글픈 현실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추진 동력이 소위 ‘전공의 특별법’ 제정에 따른 의료현장의 혼란이었음은 사실이며, 따라서 입원전담전문의는 ‘전공의 5년차’라는 우려가 가득한 키워드와 함께 출발하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원일수 감소, 처치 및 투약의 신속성 증대, 전문적 설명, 환자 만족도 상승, 병동 간호사 업무 만족도 상승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공의와 비교할 수 없는 가시적인 성과들을 나타내었다.

입원전담전문의 도입 후 나타난 극적 효과의 근간은 ‘병동에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입원환자 진료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은 병동환자 진료 이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업무를 수행한다.

외래환자 진료와 각종 검사, 시술, 연구, 컨퍼런스 뿐 만 아니라 외과계 의사들이라면 하루의 대부분을 수술실에서 보내는데, 병동에서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은 다른 공간에 있는 의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급성기 환자의 예후는 진단 및 처지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그 신속성이 매우 중요한데, 다른 업무 대신 오로지 병동 환자를 위해 같은 공간에 상주하는 의사의 존재만으로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환자 곁에 상주하는 의사가 ‘전문의’일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의료현장의 전공의는 ‘수련의’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 권한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전공의에 의한 판단이 정확할지라도 담당 교수의 확인을 거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며 이에 의해 시급한 투약과 처치 등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는 환자 상태에 대한 독립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으로 신속한 처치가 가능하며, 이는 국내의 입원환자 진료에서 반드시 필요했던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에 따른 수련의 질 저하에 의해 전문의와 전공의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이 오늘의 의료현장에서 당장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며, 이에 따라 ‘전공의 5년차’의 키워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액공급, 감염관리, 영양지원, 창상관리 등 모든 환자에게 중요하지만 그동안 전문질환 진료에 가려져 소외되었던 영역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의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실상은 누구의 전문 영역도 아니었던 각 진료과 총론 분야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역할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병동에서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한 전공의 교육의 효과는 극명하다. 이제까지의 전공의 교육과는 차원이 다른 실제적이고 즉각적인 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급 년차 전공의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예전의 교육 시스템은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해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도제식 교육 아래 자라오던 전공의들은 이제 배움을 위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전공의들에게 입원환자 진료를 위한 교육의 기회는 이제 입원전담전문의가 유일한 원천일지도 모른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대한민국 입원환자 진료의 축을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전국 250여명의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 현장에서 전문의에 의한 수준 높은 의료를 고민하고 있는데, 의사 파업 당시에는 ‘비상진료패키지’를 내세우더니 이제는 ‘인턴의 대체재’를 언급하며 땜질용 인력정도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입원전담전문의의 업무는 입원의학이라는 학문적 관점에서 고민할 문제이지, 국가에서 업무의 범위를 지정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 대한 왜곡된 현실 인식의 근본이 대한민국 의료계의 가장 중심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며, 의·정 갈등의 해소를 위해 입원전담전문의가 더 이상 ‘애드립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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