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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성공 이면엔…"거버넌스 차이 보라"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기사입력 : 20.11.1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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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친추가
지난 주에는 화이자 백신, 이번 주에는 모더나 백신의 중간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물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의 문제이지 결과가 뒤집히기는 거의 어려울 정도로 희망적인 결과였다. 한 감염내과 전문가는 한줄기 햇살이 비추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백신의 성공은 회사만의 능력일까? 당연히 회사의 능력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화이자가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에서 조금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한 데에는 오랫동안의 백신 개발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칼럼에서 백신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 한가지 큰 요인으로서 미국 규제기관의 거버넌스를 얘기하고 싶다. 코로나19와 신종플루는 판데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상황이 아주 달랐다. 신종플루는 치료제가 이미 있었고, 백신 개발이 수개월내 가능한 상황이었던 반면, 코로나19는 치료제도, 백신 플랫폼도 없는 상태에서 판데믹으로 번졌다. 글로벌 거버넌스 역할을 해야 하는 WHO는 코로나19가 판데믹으로 진행하는 과정이나 판데믹이 된 상황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에 각 나라의 방역은 각 나라가 알아서 하는 상황이 됐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백신에 있어서 가장 먼저 국가적 승인을 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그러나 세계는 이 발표를 환영한 것이 아니라 뜨악했다. 그것은 해당 나라 규제기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코로나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중간 분석 발표를 세계가 환영한 것은 이들의 발표 뒤에는 미국 규제기관의 거버넌스가 있고, 이는 신뢰할 만하다는 세계의 암묵적인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대해서 규제기관들의 거버넌스가 작동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미국 국립의료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산하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앤서니 파우치는 이 연구소의 소장이다. NIAID는 전체적인 개발 상황을 모니터링할 뿐만 아니라, 또 중요한 역할로서 미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의 독립적인 DSMB(Data and Safety Monitoring Board) 역할을 겸하고 있다. 즉, NIAID는 백신/치료제의 안전성 모니터링 역할을 겸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3상 임상시험 보류나 릴리의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 보류 등은 NIAID의 DSMB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이 거버넌스의 중요한 다른 한 축이 승인/허가를 담당하는 FDA이다. FDA는 코로나 백신 임상시험에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주요 백신 개발사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이 가이드라인을 거의 그대로 베껴서 쓰고 있다. 이와 같이 NIAID와 FDA를 주축으로 하는 거버넌스는 팬데믹의 혼란한 상황 가운데서도 엄중한 안전성 모니터링, 과학적 심사와 평가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백신 개발에 있어서 필자가 또 하나 놀란 것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3상 계획서가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된 것이다. 임상시험계획서는 개발사의 고유 정보로서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은 임상3상 계획서를 개발사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미국계 제약회사라서 그렇다고 쳐도, 아스트라제네카에게도 계획서 공개를 요구한 것은 참 놀랍다. 이와 같은 투명한 정보 공개는 팬데믹 상황의 극복이 어떤 한 나라나 한 두 제약사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전세계 과학자들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협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윤리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지며, 참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된 약조차 허가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부끄러운 줄 알기 바란다.

대중에게 공개된 임상시험계획서를 살펴보고 더 놀란 점은 화이자는 FDA에 임상3상 계획서로 승인받은 것이 아니라, 임상1/2/3상 계획서로 승인받은 것이었다.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네카는 1/2상 승인 후 결과가 나올 즈음 3상을 다시 승인받고 진행했다. 어느 규제기관이 1/2/3상이 모두 합쳐진 임상시험을 승인할 수 있을까? 이는 FDA가 아무리 유연하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한 승인인데, NIAID가 직접 안전성 모니터링을 하고, 회사와 FDA간의 massive communication을 전제로 매우 파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이자는 중간분석 결과도 FDA와 직접 의논해 발표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엔테크의 CEO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백신을 개발하면서 지체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는 미국 규제기관의 유연하면서도 엄중한 거버넌스가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버넌스가 큰 역할을 한 분야가 있는데, 진단 키트 분야이다. 진단 키트의 성공은 방역의 (비교적) 성공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한국의 진단 키트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거버넌스의 핵심축 역할을 한 전문가 집단이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이다. 이번 코로나 진단 키트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응급 키트 및 정식 키트의 평가 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거버넌스는 갑자기 생길 수 없다. 수년 전부터 진단검사의학회와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진단과, 식약처의 체외진단 의료기기과의 꾸준한 소통이 있었고, 이번에 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치료제/백신 쪽의 거버넌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치료제/백신 개발에 어떤 전문가 그룹의 거버넌스가 아니라, 오히려 정치인들의 말이 앞서고 있는 것 같다. 치료제/백신의 성공은 '끝을 보자'는 누군가의 말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전문가집단을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에서 나온다는 것을 코로나 백신의 중간 성공들을 통해서 배웠으면 좋겠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이런 거버넌스는 갑자기 구축되지 않는다. 평상시 복지부, 식약처가 의료계 전문집단과 얼마나 소통하느냐에 달려있다. 새롭게 임명된 식약처장은 부디 이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료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에 힘써주시기 바란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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