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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모집 경쟁률 1대 1의 비밀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69]
기사입력 : 2017-02-20 0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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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의 비밀

의과대학을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이 하고 싶은 과가 마음속에 정해진다. 입학하기 전부터 하고 싶은 과를 정한 친구들도 있지만 대개는 의학을 배우고 수련을 하다가 결정이 바뀌게 마련이다.

올해도 마지막에 다른 선택을 해서 예상치 못한 과에 예상치 못한 인턴들이 지원하기도 했다. 아마 인턴 생활을 하면서 의사 상과 자신이 기대하는 삶, 그리고 스스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마지막에 발표되는 경쟁률은 사실 이미 정리가 된 경쟁률이다. 1대 1의 비밀이기도 한데, 그 해의 의대 졸업생 수와 필요로 하는 인턴 숫자 그리고 매해 뽑는 전공의 숫자가 거의 1대 1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아 지원자보다 수요가 더 많다.

더구나 레지던트 모집은 모집 기간 동안 한곳의 병원, 하나의 과에 한 번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만약 자율 경쟁으로 모집된다면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사전 면접과 시험을 통해 어느 정도 걸러내고 분산시켜 지원받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좋은 병원, 좋은 과로 대량 몰렸다가 대거 미달이 돼 여러 병원이 마비되는 일을 막을 수 없다.

각 병원마다 과 내 지원 경쟁률이 속속들이 발표되면 의학 전문 신문들은 앞다투어 전공의 비인기과 기피 현상에 대한 기사를 싣는다. 주요 언론에서도 의사들이 점차 수술하는 과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같은 병원일지라도 과마다 근무 환경이 매우 다르다.

몇몇 혹독한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전공과들, 혹독한 수련을 겪고 나서도 전망이 어두운 과는 외면받는다. 같은 조건에 같은 월급을 받게 되면 보다 편한 과로 젊은 인턴들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전처럼 소명 의식을 갖고 일하던 시대는 지났다. 선진국처럼 삶의 다양한 가치들과 여가가 중요해졌다.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외면받는 세태를 안타까워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대형 종합병원은 비인기과라 해도 희귀질환을 다루고, 어려운 수술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죽어도 서젼을 꿈꾸는 매니아 층 덕분에 대형 종합병원의 흉부외과, 비뇨기과, 외과는 신규 레지던트 채용에 성공한다.

하지만 그 과정 역시 녹록치 않다. 큰 수술은 무조건 서울 대형 병원에서 하려는 환자들 때문에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제대로 된 수술다운 수술을 배울 수 없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몇몇 대형 종합병원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이 몰리고 결국 의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의료계와 정부에서는 비인기과의 지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인기과 전공의에게는 초과분 월급도 지급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전공의는 기껏해야 4년인데 그 4년 동안 몇 백 만원의 돈을 더 받는다고 이후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앞에 지급되는 월급만 보고 평생의 과를 결정하는 인턴 역시 만나보지 못했다.

비인기과의 수련 환경이 혹독하고 필요한 전문의 숫자가 부족하다면 한해 배출되는 의사 숫자를 단순히 늘리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비인기과의 문제는 수련을 마친 이후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고 개업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숫자를 늘리면 부족한 그릇에 사람 숫자만 더 늘어나서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의료 수가에 있다. 한국 의사들은 환자들을 너무 많이 본다. 모든 문제는 의사가 환자를 많이 봐야 병원 수익이 남는 형태에 있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은 환자를 끌어들이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전국 종합병원에서 골고루 봐야 하는 환자들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젊은 수련의들이 나와 기량을 펼칠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전공을 수련하고 큰 대학병원의 교수가 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지역 병원이 살아야 젊은 전문의들이 역량을 발휘할 자리는 늘어난다. 4년 내내 각종 어려운 수술을 배운 전문의가 자리를 찾아 지방 병원으로 내려가서 수술도 못하고 지낸다는 것은 심각한 것이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외국 의사들도 한국 의사보다 환자를 훨씬 적게 본다. 이는 적게 보더라도 병원 수익을 남길 수 있고 다른 지역 병원도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인 유병률(일정기간 동안 한 인구 집단 내에서 어떤 질병에 걸려 있는 환자의 수)은 현대 질환의 특성상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 전염병으로 인해 갑자기 많은 환자가 생기지 않는 이상,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당뇨병이나 심장 질환, 암 질환은 매해 꾸준하게 혹은 비슷한 숫자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 10명의 환자가 매해 생긴다고 했을 때 한 환자 당 100원의 의료 수가를 병원에서 받을 수 있고 그런 경우 2명의 환자만 보면 병원은 적자가 아닌 상태다. 그런 환경에서는 의사나 병원, 대략 3명의 환자를 보고 나머지 7명의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처럼 한 환자 당 받을 수 있는 의료 수가가 30원으로 제한되어 있으면 7명의 환자를 봐야 수익이 남는다. 그렇게 되면 병원이나 의사나 무리해서 환자를 보게 되고 남은 3명의 환자만이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니 한정된 수의 환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병원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것이다.

종합병원 전공의의 삶은 고달파지고 대학병원으로 몰린 환자들 때문에 지역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환자들은 줄어든다. 이런 기형적인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의료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비뇨기과 인턴 당시 복부에 16센티미터의 축구공만 한 종양 때문에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었다. 수술은 4시간이 걸렸고 집도의, 전문의, 전공의 2명, 인턴, 스크럽 간호사와 순회 간호사, 마취과 전공의, 마취과 보조 간호사까지 9명의 의료진이 직간접적으로 수술에 참여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부에서 책정한 수술비는 40만 원이 조금 넘을 뿐이다. 의료진 한 명당 시간당 임금을 단순 계산하면 1만 1000원이었다.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으면 병실 입원료나 각종 검사료, 그리고 수술비까지 꽤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잘 비교해보면 검사비나 병실 입원료보다 수술비가 더 쌀 때가 많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처럼 명품 가방 든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지하철을 타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십 만 원짜리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다. 연휴가 끼면 공항은 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붐빈다는 뉴스가 매년 보도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인데 정작 자신의 건강을 위해 내는 몇 만 원이 비싸다는 환자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너무 인색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식의 불균형과 의료 비용의 경제적 불균형이 지속되다 보니 지금의 사태에 이른 게 아닐까. 교수님 말처럼 나중에는 지방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응급 환자들이 수술받기 위해 서울로 오는 도중 사망할지도 모른다.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수술받으러 원정을 떠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에서 암 수술을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30~40년간 의사 생활을 해야 하는 젊은 의사들에게 사명감을 들먹이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 모습이 아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수술비가 비싸서 수술을 못 받는 미래보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미래가 더 빨리 올지 모른다.

[70]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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