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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노트| 당뇨성 족부 궤양 할아버지
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세계…박성우의 '성형외과노트'[20]
기사입력 : 2018-05-15 12: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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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성 족부 궤양 할아버지

국내 몇몇 대형병원의 경우 성형외과 안에도 여러 분과로 진료가 분담되는데 유방 몸통 재건, 두경부 및 선천기형 재건, 하지 재건 등이다.

하지 재건 주치의는 삶의 질이 극악일 정도로 일이 많고 힘들었다.(하루에 2~3시간 자는 날들이 태반이었다 ).

하지 재건 분야의 특징이 몇 가지가 있다. 플랩 수술의 성공률이 얼굴이나 상지, 몸통에 비해 일반적으로 낮다. 그만큼 수술 이후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재건을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도 교통사고 등의 외상 환자가 많다.

당뇨성 족부 궤양 역시 주요 환자군 중에 하나였다. 외상이나 당뇨 환자들의 경우 입원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상처 드레싱과 데브리망이 필요하고 수술 후 재활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또 환자들의 거동이 불편해 드레싱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병실 침대에서 낑낑대며 인턴과 함께 다리를 한 쪽씩 들고 드레싱했던 기억이 남는다. 몸무게만 80~90킬로그램이 넘는 성인 환자들의 다리 드레싱은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주치의로서 괴로웠던 환자는 할아버지 환자들이었다. 그분들은 일단 말이 통하지 않는다. 치료 때문에 병원을 오래 다녀 의사나 간호사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한다.

성형외과에 입원하는 할아버지들은 약을 잘 안 챙겨 먹는 환자들이 많다. 당 조절이 안 되니 당뇨 합병증도 잘 재발한다.

70대 할아버지 한 분이 내과에서 진료받던 중 엄지발가락에 물집이 생겨서 성형외과로 오셨다. 다행히 물집이 심한 상태는 아니어서 드레싱을 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기로 예약하고 돌아갔다.

문제는 며칠 후 응급실로 그 할아버지가 온 것이다. 외래 예약 날짜에는 오지 않고 지내다가 상처가 심하게 덧난 것이다. 이미 엄지발가락은 물집이 궤양으로 변해서 뼈가 덜렁덜렁 보이고 있었다. 봉와직염이 발등까지 번져서 벌겋고 뜨끈하면서 퉁퉁한, 감염의 모든 소견을 보이고 있었다.

고령에다 당뇨 조절도 안 되고 있던 탓에 내과로 입원하기로 하고 우선 성형외과에서는 데브리망부터 시행했다.

무릎에서부터 엄지발가락까지 죽죽 밀면서 짜주었다. 혹시나 고름이 근육 사이 막을 타고 위로 번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역시나 허연 고름이 은빛 스테인리스 수술 쟁반 위로 뚝뚝 떨어진다.

이미 고름이 고여 있다고 확인되니 고름이 차 있던 부위만큼 절개해서 열어줘야 한다. 한 번 고름이 생긴 공간은 곧 다시 고름이 찰 수 있다.

고름을 한참 짜고 난 다음에 식염수와 소독약품을 이용해서 상처 안을 깨끗이 세척했다. 이런 과정이 중요한 것은 염증이 패혈증으로 이어지는 경우 환자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 데브리망이 끝나면 그때부터 주치의와 할아버지의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들은 2~3일에 한 번 수술실에서 데브리망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죽은 조직을 제거하고 세척한다.

그렇게 감염이 잡히고 나면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혈당은 조절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말초 혈관 상태 평가를 위해 혈관 조영술이나 다른 검사를 시행한다. 영양 상태도 확인하고 상처에서 무슨 균이 검출되었는지, 항생제는 적정하게 쓰고 있는지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젊고 건강한 미용 환자에 비해서 주치의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소위 토탈 케어가 필요한 경우다.

이 할아버지는 결국 엄지발가락과 발등 일부가 괴사되면서 유리 피판술로 재건하는 방향이 결정되었다. 사타구니에서 아이 손바닥 크기 정도의 플랩을 채취해 엄지발가락이 있던 자리에 이식했다. 이제 할아버지와 본격적인 줄다리기 2차전이 시작된다.

유리 피판술로 이식한 수술 부위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머리카락 굵기의 혈관을 이어놓은 상태에서 자다가 뒤척이는 것만으로도 혈관이 뜯어지거나 막힐 수 있다. 팔과 가슴은 고정하기도 쉽지만 다리는 아무리 부목을 대서 고정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할아버지는 허리가 아프다며 언제쯤이면 다리를 편하게 움직일 수 있냐고 계속 뒤척이셨다.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플랩이 안정될 때까지 최소 2~3일은 가만히, 움직이지 말라고 하지만 오히려 자신이 안정이 안 되어 죽겠다고 맞받아친다.

결국 달래고 부탁하고 혼내도 할아버지는 움직인다. 꼼짝 없이 누워있어야 하는데 화장실도 갈 수 없으니 아예 일어서서 소변통에 스스로 소변을 봤다는 소식을 간호사의 전화를 받아 들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허겁지겁 수술실에서 병실로 올라와 할아버지보다 플랩을 먼저 본다. 플랩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면 너털웃음이 나오곤 했다. 윽박지르고 달래도 안 되는구나 싶은 순간이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병동 간호사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서 감시당했고 무사히 플랩은 잘 살아남아 휠체어를 탈 수 있게 되었을 즈음, 퇴원하셨다.

“박 선생, 나 때문에 욕 봤소” 라는 말을 남긴 채.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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