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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다시 위헌 심판대 선 낙태죄…찬반 팽팽
헌재, 3시간 걸쳐 공개 변론…낙태 허용 범위 확대에는 공감
기사입력 : 2018-05-25 06: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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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박양명 기자| 사회적으로 찬반 논쟁이 뜨거운 낙태죄.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지 6년 만에 다시 한 번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판한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위헌소송 공개 변론을 3시간에 걸쳐 진행했다.

헌재는 이미 2012년 낙태죄 위헌심판 결과 합헌과 위헌 4:4 의견으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관 사이에서도 합헌과 위헌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던 만큼 6년이 지난 지금 헌재의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찬반 논쟁이 뜨거운 만큼 공개 변론이 이뤄지기 2시간 전부터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 낙태반대운동연합 등 낙태법 찬반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낙태는 어린 아기 차별입니다', '헌법 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입니다', '여성이 낙태를 강요받지 않을 수 있어야 올바른 법입니다' 등 상반된 주장이 담긴 피켓을 들고 현재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69회에 걸쳐 낙태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J씨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위헌심판 대상 법률 조항은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했을 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의 벌금, 의사가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했을 때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 헌법소원 심판 대상 낙태죄 관련 형법 조항
"임산부 자기결정권 일방적 희생…여성 건강 관점에서 생각해야"

J씨 측 법률 대리인은 "청와대에 올라온 낙태죄 폐지 청원이 한 달 만에 20만명 이상 동의했고 정부는 내년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응답했다"며 "낙태는 국가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인데 처벌 규정 때문에 음성화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아는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므로 태아가 엄마와 별개의 생명체로서 엄마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이라고 볼 수 없다"며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J씨 측은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임부의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와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다른 국가의 상황을 봤을 때 낙태를 허용한다고 해서 낙태율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J씨 측의 주장.

법률 대리인은 "낙태에 대해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만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막연한 추측"이라며 "허용범위와 상관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낙태 대응 방식은 아일랜드처럼 모든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인데 이는 낙태를 허용하는 이웃나라로 떠나는 원정 낙태를 양산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그 결과 아일랜드는 25일 낙태 금지 헌법 조항 금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낙태에 대해 엄격한 나라는 칠레만 남게 된다"며 "우리나라는 낙태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처벌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은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고 현실을 말했다.

모자보건법에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만 낙태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현재의 형법을 폐지하지 않으면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구인 측 법률 대리인은 "지금과 같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형법에 대해 위헌 선언이 되지 않는 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낙태죄에 대한 출발점을 여성의 경험과 현실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일방적으로 희생하고 태아의 생명권에 일방적 우위만 인정하고 있다"며 "임신 12주 내에는 태아의 생명권보다 임부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고 24주가 넘어가면 태아 생명권을 우선하는 규범조화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태아 생명 보호는 중요한 공익…낙태 처벌은 위헌 아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태아는 엄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태아 생명 보호는 매우 중요한 공익이고 낙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한다면 사실상 대부분 낙태를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낙태 시술 대부분은 의사 등이 행하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가 낙태 시술을 하는 경우 비난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의사 낙태죄 조항도 합헌이라고 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현미 교수는 "낙태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거의 모든 입법례에서 공통적이며 낙태의 자유는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통해 결정된다"며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 자체는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헌법에서 생명권을 가장 중요한 기본권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태아의 생명도 원칙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낙태를 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게 아니라 임신초기 낙태,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하는 것을 처벌하는 게 위헌이라는 것은 모자보건법 문제일 뿐이지 형법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합의 통해 낙태 허용 범위 확대하자"

눈에 띄는 점은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법무부와 참고인도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 한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 형사 처벌 조항을 폐지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낙태죄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 14조
현재 모자보건법 제14조와 모자보건법 시행령 15조에 따르면 ▲본인이나 배우자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인척 간 임신 경우 ▲임신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데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임신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낙태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과 위헌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며 "낙태를 어느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할 것인지는 사회 전체가 합의를 도출해야 할 문제로서 입법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했다.

이어 "낙태죄 관련 입법 과정에서 주무부처는 법무부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 입법할 것인지 심각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J씨와 법무부 측 참고인 자격으로 나온 전문가들도 낙태죄에 대한 폭넓은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정현미 교수도 "낙태의 예외적인 허용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모자보건법은 그 허용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며 "사회적, 경제적 적응 사유를 추가하거나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하는 등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고경심 이사(산부인과 전문의)는 "태아는 모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여성의 몸, 여성의 건강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낙태를 비범죄화함으로써 안전한 낙태 방법이 도입되고 의료인의 교육과 훈련이 가능해지므로 낙태 비범죄화는 여성의 건강 및 모성 보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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