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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칼럼| 2020년 보건의료 분야가 나아갈 길
손건익 보건복지부 전 차관
기사입력 : 20.01.0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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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건익 보건복지부 전 차관(법무법인 광장 고문)

한동일 교수는 그의 명저 ‘로마법 수업’에서 다사다난 했던 하루가 저물고 나면 또 다른 아침이 시작되지만 하루가 바뀌는 그 순간 대개 사람들은 잠들어 있듯이 변화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난 수 년 동안 보건의료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보건의료분야의 변화는 무엇이고, 올 해 이에 대처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

우선, 보건의료의 주요한 외적 환경 분야의 변화를 살펴보면, 급속한 저출산과 고령화의 진행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심화되었다. 가임여성들의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지는 이미 오래 전인데 비해 올해부터 베이비부머 1세대인 1955년생들이 노인이 된다. 그 동안에는 1년에 평균 38만명 정도가 노인인구로진입하였지만 앞으로 8년 동안은 평균 80만명~85만명 수준이 진입한다. 뿐만 아니라 평균수명의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많은 75세 이상의 후기노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건강보험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임은 불문가지다.

보건의료의 주요한 내적환경변화도 크다. 근자에 각종 전염병 등은 크게 감소하였지만, 암과심뇌혈관 질환, 자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폐쇄성폐질환(COPD), 우울증 등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유난히 많다.(보사연2012) 따라서 이제 보건의료의 내적 환경변화에 우리사회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해주고 있는지, 관련 재정은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때가 되었다.

또한, 의료기술의 개발과 신약개발, 신의료기기의 개발 등 보건의료산업분야에서도 이제는 R&D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생각하고 있다. 고무적이고 큰 진전이다. 보건의료산업의 발달은 잘 활용하면 치료효과도 높이고 의료비도 절감하며 국가경제에도 도움을 주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과 국민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육성은 말이 아니고 실천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어렵게 신기술 신약을 개발했는데도 관련규정이 있느니 없느니 핑퐁이나 치면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육성하는 자세다.

불쑥 우리에게 찾아온 보건의료와 관련 산업분야의 다양한 변화에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다양한 의제가 도출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보건의료분야의 많은 과제를 포괄하는 의제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건의료분야에서우리가 원하는 어떤 개혁이나 개선, 변화를 모색하든 그 재원은 사회보험(건강보험)하에서는 건강보험재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담보가 과제를 추진하는 에너지고정책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올해 보건의료계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의료자원들간의 역할분담과 전달체계를 재구축하고 수가가산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현재 의원, 병원, 종합병원, 전문병원, 상급종합병원 간의 역할과 기능의 중복에 따른 오용과 낭비가 너무 심하다. 심하게 얘기하면 1차 의료기관과 상급병원이 경쟁하는 형국이다. 복잡한 수가가산제도는 제도를 만든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 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의료자원의 낭비와 보험재정의 낭비는 얼마나 심하고 비효율성은 또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민관이 함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합심하여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통합적 만성질환의 관리체계를 구축해아 한다.
만성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는 향후 건강보험의 재정안정과 직결되는 과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베이비부머들이 노인으로 진입하고 있다. 앞으로 더 급증할 노인의료비의 절감은 지금과 같은 분절적 단편적인 만성질환 관리체계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수요자(노인)는 오히려 더 편리하고 재정안정에도 큰 도움을 주는 통합적 만성질환 관리체계의 구축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가름 할 수 있는 가늠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셋째,보건의료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진료를 하든, 진단검사를 하든, 신약과 신의료기기를 개발하든 관련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더 효과적인 치료방법, 더 효과적인 약재, 더 적합한 의료기기를 찾는 자발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고 자원의 투입도 과감하게 이루어 질 수 있다. 손쉬운 재정확보 방법만 찾다보면 재정은재정대로 악화되고 신뢰는 신뢰대로 잃어버릴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물이다. 보건의료분야의 시급한 과제가 어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뿐 이겠냐 마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닐뿐더러 생색도 나지 않는 힘든 일들이다. 게다가 올해는 생색내기 좋은 과제가 각광을 받는 총선이 있는 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관 보건의료계가 지혜를 모아 주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경자년의 벽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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