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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약 기대 면역항암제 급여, 속도만이 능사일까
원종혁 의약학술팀 기자
기사입력 : 20.05.2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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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약학술팀 원종혁 기자
[메디칼타임즈=원종혁 기자] 일부 고형암종에서 최신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들의 보험급여 적용을 놓고 정부와 제약사가 약값 힘겨루기를 한다며 논란이 뜨겁다.

이미 국내 처방권에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옵디보(니볼루맙)를 필두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임핀지(더발루맙) 등의 면역관문억제제 신약들이 진입한 상황이지만, 말그대로 비싼 약값을 놓고는 비용효과성 논의에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들 면역항암제를 판매하는 다국적제약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요지는 이렇다. 면역항암제 시장에 선발품목으로 들어온 옵디보·키트루다 등 표적 면역항암제의 경우 일부 악성 암종을 제외하면 건강보험에 비급여 대상으로 분류돼 여전히 고가의 약값을 지불하고 있어 환자들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면역항암제 치료비로 한달에 500~600만원을 약값으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의 생존권도 함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환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기존 표적항암제들과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어느 '누군가'에게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진지하게 따져볼 부분도 있다. 면역항암제 등장 당시 일부 난치성 암환자들에 완치 사례가 소개되며, 마치 차세대 항암제의 끝판왕이자 기적의 신약으로 너무나 큰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항암신약들의 효과 판정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전체 생존기간(OS),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반응기간(DOR) 등 평가지표을 놓고는 이전 세대의 표적항암제나 화학항암제들과의 비교에서 모두가 월등한 생존 개선혜택을 검증했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7월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경우 기대를 모았던 간암과 폐암 1차약 임상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간세포암 1차 표적치료제로 10년간 진료현장에서 사용 중인 넥사바(소라페닙)와의 직접비교 3상임상인 'Checkmate-459 연구'에서 일차 평가지표인 전체 생존율(OS) 개선에 실패한데다, 비소세포폐암 1차약 병용 임상에서까지 이렇다할 개선효과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3상임상 'CheckMate-227 연구' 결과만 봐도 당초 기대와 달리 항암화학요법 단독치료와 비교해 옵디보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전략은 일차 평가변수였던 전체 생존율 개선혜택을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Part 2 임상 결과에서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옵디보를 추가로 병용한 환자군에서 OS 중간값은 18.83개월로 항암화학요법 단독군 15.57개월에 비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면역기전을 차단하는데 따른 안전성 문제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처방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입장도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렇게 임상현장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사용만으로는 암환자에서 생존개선효과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 이제는 표적항암제들과의 병용전략에 집중하는 것이 분명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PD-1 및 PD-L1에 작용하는 면역관문억제제에 CTLA-4 및 TIGIT 계열 표적항체약 등을 추가하거나, 나아가 항암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항암제들을 다양하게 섞어쓰는 일명 '칵테일요법'이 대세가 된 만큼, 지불해야 하는 약가 재정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최근들어 보건당국의 고민도 깊어 보인다. 면역항암제 등 고가약제의 급여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올해 보험약제 분야에 던져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의 급여 등재절차는 암질환심의위원회와 약가급여평가위원회,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 등 3단계를 거쳐야 등재가 이뤄진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예전 보험약제 연간 사용량이 100억원도 많았는데 지금은 면역항암제와 희귀질환 약제 등 고가 약으로 연간 수 천 억원 대에 달한다. 복지부 입장에서 비용효과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그 것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면역항암제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차세대 면역치료제 신약들의 진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미 1억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값으로 바이오젠의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뉴시너센)가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이르면 올해 도입이 검토되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s) 세포치료제 킴리아나 후속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는 1회 투약비용에만 5억원에서 많게는 25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의 약값을 예고하고 있다.

분명 약제 보장성 강화는, 난치성 중증 질환에 더없이 중요한 방책이다. 그럼에도 고가의 신약들이 계속해서 처방권에 진입하는 가운데, 한정된 보험약제 재정을 놓고 질환들에 형평성과 함께 임상효과가 확실히 검증된 신약들을 평가하는데에는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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