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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의료소송에 위축된 의사들…이대로 괜찮나
기사입력 : 20.09.1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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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교도소 담벼락 위를 걷는 의사들

최근 장폐색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약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가 법정구속되는 사건으로 의료계가 뜨겁다. 최근 의료계는 매년 안타까운 의사 법정구속 사례를 마주하면서 사법부의 판결에 공분하는 분위기. 메디칼타임즈는 변화하는 의료소송 현황과 더불어 그에 따라 위축되는 일선 의료진들의 고충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초점|의료분쟁 건수·조정액 급상승…내외산소 기피 심화 우려
  • |일선 의료진 "무서워서 진료 못하겠다…방어·과잉진료가 답"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 산부인과 A원장은 자신이 돌보던 산모가 사산아 분만을 하게되자 인근 대학병원에서 수술받을 것을 권했다. 사산아의 경우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 하지만 해당 환자는 미혼모로 외부 시선을 꺼려 극구 A원장에게 수술받기를 원했고, 사정을 딱하게 여긴 원장은 사산아 분만을 집도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수술을 잘 끝났지만 사산아를 분만한 산모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렀고 A원장은 소송에 휘말리면서 결국 의사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A원장은 환자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사산아 출산이 리스크가 있음에도 직접 수술을 택했지만 순식간에 그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죄인이 돼 있었다.

당시 40대에 젊은 A원장은 산부인과 개원 준비로 막대한 대출을 끼고 있는 상황에서 억 단위의 손해배상에 의사면허까지 취소되자 깊은 우울증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의사 법정구속 등 의료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진료 위축이 되고 있다.
#대학병원 B흉부외과 교수는 폐암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수술했다. 암 부위가 폐 중앙에 위치해 1/3가량을 절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수술을 받은 환자는 폐를 너무 많이 잘라 호흡이 가빠지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마침 환자는 현직 변호사로 기대수입이 높은 전문직인 만큼 소송 비용은 10억원대로 상승했다.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당 대학병원 측은 10억원의 손해배상을 할 경우 해당 교수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정년을 앞두고 있는 B교수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빚더미를 떠안을 위기다.

급증하는 의료소송…조정 신청액도 급등

최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법정구속 사례가 아니더라도 일선 의사들은 급증하는 소송에 의료사고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의료분쟁 조정신청 건수가 2012년 503건에 그쳤던 것에서 2013년 1398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매년 상승해 2017년 2420건으로 2천여건을 넘겼으며 2018년 2926건에 달하면서 3천여건을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의료분쟁에서 조정 신청금액 또한 불과 몇년새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중재원이 발표한 진료과목별 조정신청 평균 금액을 살펴보면 내과의 경우 2012년 당시 6102만원에 그쳤지만 2015년 9029만원으로 급등하더니 2018년 9879만원으로 1억원을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료: 한국의료분쟁조정원,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의료소송이 빈번한 흉부외과의 경우는 더 심각한 수준. 2012년 평균 조정 신청액은 4793만원으로 내과보다 낮았지만 2013년 8779만원으로 약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후 2016년 1억 6134만원까지 올라가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이 급상승했다. 4년새 약 4배가 뛴 셈이다.

신경외과 또한 마찬가지. 2012년만해도 5877만원이었지만 2015년 9561만원으로 상승하더니 2017년 1억 4272만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쯤되나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바이탈 진료과목 의료진들은 "의료소송 리스크 부담 때문에 진료가 위축된다"고 입을 모아 토로하고 있다.

2년전 분만을 접는 한 산부인과 원장은 "의료사고에 대한 공포로 수술을 기피하고 분만을 중단하는 것을 두고 의사들에게 도덕성만 강요할 수 있는 문제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의료분쟁조정원,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
일본과 대만의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실질적인 재원을 정부가 100%지원하지만 한국의 경우 정부가 70%, 의료기관이 30%로 책정해 일선 의사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재원 전액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추진 여부는 미지수다.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 진료 위축은 당장 진료에 차질을 빚는 것 이외에도 장기적인 시각에서도 마이너스인 상황.

젊은의사들이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을 리스크는 높은 반면 보상은 낮은 소위 바이탈 진료과목 기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원영석 총무이사는 "의사의 과실을 두고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면 어떤 의사가 소신껏 진료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의사의 진료가 위축되면 가능한 대형병원으로 전원 조치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놓치는 환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법정구속 왜 늘었나 봤더니…원인은 '양형기준'

최근 3년간 논란이 된 법정구속 의사 사례를 보더라도 이와 관련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

지난 201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이 복부 통증을 호소하던 8세 소아환자를 오진한 의사 3명을 법정구속한 사건으로 의료계는 궐기대회에 나서는 등 공분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해인 2019년 대구지방법원은 사산아 분만 중 갑작스러운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로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해당 의료진을 법정구속하고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의료전문 변호사들은 최근 교통사고에 적용하는 양형기준을 의료사고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장폐색 소견을 받은 80대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한 의사를 법정구속하고 금고 10개월을 판결하자 일선 의료현장의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과거 판사의 재량에 맡겼던 것과 달리 '양형기준'을 근거로 판결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진다고 봤다.

의료소송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대표 변호사는 "의료사고의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한 양형기준을 교통사고에 준해 적용하는 문제"라고 봤다.

의료사고는 교통사고와 달리 과실판단이 어렵고 인과관계도 어렵기 때문에 동일한 양형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의 유죄 여부는 인정할 수는 있지만 과실이나 인과관계에 있어 사망의 결과만 갖고 의사를 구속하는 것은 신중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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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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