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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단계 접어든 흉부외과…더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
기사입력 : 20.10.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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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마지막 해결사' 흉부외과 의사의 현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소위 '바이탈'과의 대표주자 흉부외과. 없어서는 안될 전문과목이지만 의료계 3D로 분류되면서 기피과를 넘어 대가 끊길 위기라는 경고가 새어나온다. 메디칼타임즈는 흉부외과의 현실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심장수술 전문의가 심근경색 앓게 된 사연
<하>흉부외과 의사가 생존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 |흉부외과 교수 절반이 전공의 없이 나홀로 진료 중
  • |지역별 성장도 중요하지만 '규모의 경제' 갖춰야 선순환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최근 10년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 연 평균 24명. 수련병원 절대 다수가 전공의 없이 교수 인력으로만 유지 중.

이는 2020년 흉부외과가 처한 현실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전국 흉부외과 전공의는 1년차 30명, 2년차 26명, 3년차 23명, 4년차 21명이 전부다.

연도별로 전공의 수의 변화. 자료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1년차 전공의 모집 당시 30명을 넘겼지만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면서 최종 전문의를 취득하는 흉부외과 의사는 20여명에 그친다.

흉부외과도 정예부대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1993년 당시에는 1년차 전공의, 4년차 수료 전공의 모두 65명에 달했다. 1997년에도 1년차 전공의와 4년차 수련 전공의 51명으로 밸런스를 잘 맞추며 배출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0년 접어들면서 위축되기 시작하더니 2009년 1년차 지원자가 20명으로 급감하면서 큰 충격을 줬다. 다음해인 2010년 적극적인 전공의 모집에 사활을 걸면서 36명으로 늘어나는 듯 했지만 하락세는 걷잡을 수 없었다.

2011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줄곧 20명대를 유지하며 간혹 30명 초반을 기록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현실. 특히 1993년과 비교하면 전공의 배출은 1/2으로 반토막났으며 전문의 배출은 1/3로 줄어든 셈이다.

연도별 흉부외과 레지던트 1년차 확보 현황 및 4년차 레지던트 현황. 자료제공: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여기에 은퇴 예정인 흉부외과 전문의를 계산하면 더 심각해진다.

학회가 파악한 것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흉부외과 1456명 중 전공의와 은퇴 전문의를 제외한 1155명 중 416명은 10년 내에 정년을 맞이한다.

문제는 은퇴한 만큼 신규 전문의가 배출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흉부외과 전문의 배출은 평균 24명 수준, 10년간 이탈 없이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240여명이 의료현장에 남는다. 다시 말해 10년 후 신규 전문의는 은퇴한 전문의 수의 절반가량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흉부외과 중에서도 소아흉부 의사는 일부 병원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에 따르면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 가능한 소아흉부외과 의사는 전국에 20여명. 수술이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10곳 남짓이다.

김 이사장이 근무 중인 서울대병원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4명. 국내 최대 인력 수준이다. 지방의 경우 소아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더라도 1명 혹은 2명에 그친다.

김웅한 이사장은 "대형 대학병원은 소아환자가 몰려 의사가 많아도 업무량이 많은 게 문제인 반면 지방은 환자가 없어서 소아흉부 전문의가 성인심장 환자를 치료하기도 한다"며 "지역간 격차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아흉부 의사는 이미 멸종단계를 밟고 있다. 제도적인 지원 없이는 계속해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소아환자의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송비용이 높아 병원 경영진들은 기피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흉부외과 전공의도 빈익빈 부익부가 문제

사실 더 문제는 의료진의 분포.

흉부외과학회가 최근 실시한 회원 대상조사에서 응답자 327명 중 160명이 전공의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답한 반면 327명 중 34명은 전공의가 10명 이상이라고 했다.

설문에 답한 흉부외과 의사 절반이상이 수술부터 병동, 외래까지 전담하고 있는 반면 1/10에 해당하는 소수의 의사들은 그나마 체계화 된 시스템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흉부외과를 운영하는 병원 입장에선 수술을 유지하려면 개심술 기준으로 적어도 1년에 200케이스 이상을 실시해야 흔히 말하는 규모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술기의 질 관리 측면에서도 1년에 10건하는 의사와 1년에 100건을 실시하는 의료진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현장의 전문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소아흉부 수술의 경우 인건비, 장비, 시설 등 비용 대비 정부가 정한 수가는 턱없이 낮다보니 월 100건 이상 수술을 해야 현상유지할 수 있는 수준. 임상적으로 술기를 발전시키고 연구를 하려면 병원당 월 250건 이상의 수술 건수는 갖춰야 한다.

지역간 격차도 문제지만 흉부외과 특성상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춰야 선순환할 수 있는 만큼 집중화 하는 편이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심장전문병원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월 250건을 해도 전문의 5명이 함께 하면 지치지 않지만 월 50건을 하더라도 전문의 2명이 하면 지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장수술은 술기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병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늘 대비하고 즉각 대처해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흉부외과 전문의 2명이 전부일 경우 수술과 동시에 밤새 응급 콜을 감당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의료진은 번아웃에 빠지고 악순환이 이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게 박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의료진의 번아웃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수술 1건을 하는데 흉부외과 전문의 5명이 필요하다"면서 "흉부외과 의사 1명씩 흩어져있는 것 보다는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의료진은 중심 센터로 집중화하는 편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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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기사를 쓴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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