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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 발전 유통구조 개선 없인 공염불
이인복 의약학술팀 기자
기사입력 : 21.06.2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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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4차 산업 혁명의 바람을 타고 의료기기 산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진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맞물리면서 변방에 머무르던 의료산업이 이제는 국가적 핵심 산업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에서도 각 부처마다 의료기기 산업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각종 지원책과 예산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필두로 각 산하 기관인 중소기업청,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까지 나서며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국내에서만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예산이 2조원을 넘어간다는 분석도 나온다. 말 그대로 의료산업의 르네상스다.

이처럼 혁신 의료기기 개발과 상용화를 목표로 수조원대 예산이 쏟아지며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만 가고 있지만 이에 반해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산업의 그늘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가는 분위기다.

기대감과 축포에 가려져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가장 큰 병폐이자 어둠인 유통 구조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유통 구조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낙후돼 있다. 일각에서 21세기에 산업 혁명 시대 구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산업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현재 국내 의료기기 유통망은 일선 의료기관부터 대리점, 직영점, 간납사, 소비자, 약국까지 끝도 없이 산재돼 있다.

의료기기 기업이 제품을 수입, 제조할 경우 이 모든 유통망에 알아서 납품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장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의약품의 경우 전문 유통사가 이 모든 업무를 맡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유통 비용은 매출의 25%를 넘어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 산업군의 유통 비용이 1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두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이 또한 평균일 뿐이다. 의료기기 기업들의 규모마다, 유통량마다, 일자마다 수수료는 모두 제각각으로 매겨진다. 말 그대로 유통 비용이 '싯가'라는 의미다.

계약서 또한 마찬가지다. 그나마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의료기기 표준계약서를 권고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각 유통 채널마다, 각 기업마다 계약서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곧 데이터의 부재로 나타난다. 실제로 의약품의 경우 제조사, 수입사별, 품목별, 계열별, 분기별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는 이러한 데이터가 없다. 유통 채널이 산재해 있는데다 각 기업이 알아서 이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이터 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산업 구조 자체에 대해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참조할만한 마켓 사이즈나 트렌드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의료기기 산업 전체의 고질적 병폐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의료기기 기업이 제조부터 유통, 공급, 영업, 사후관리까지 '싯가'에 맞춰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투자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업 이익이 남는다고 해도 늘 유보금을 남겨둘 수 밖에 없기 때문. 유통비용을 추산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R&D에 섣불리 예산을 투입하기는 한계가 있는 이유다.

결국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게 아무리 혁신적인 의료기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그 공급과 유통은 1차 산업 혁명 시대와 다를 것이 없는 구조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이런 부분들에 대한 지적과 비판, 개선 노력은 십수년째 지속돼 왔다. 하지만 전체적 구조가 바뀌어야 하는 유통의 특성상 늘 한계론만 대두됐다. 특히 의료기기 산업 자체가 변방에 머물렀던 만큼 정부의 관심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이러한 고질적 병폐를 개선할 수 있는 적기일지 모른다. 혁신 의료기기라는 이름으로 신규로 산업계에 들어오는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정부의 관심 또한 그 어느때보다 높다.

더욱이 사실상 범 정부적 지원책이 나오고 있는데다 규제 완화와 개선에 대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셈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러한 문제들을 안고 앓고 있던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관련 단체 및 협회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느때보다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놓친다면 그 어둠의 시간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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