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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가 준비한 3개의 비단 주머니
정윤빈 세브란스병원 외과 진료교수(입원전담전문의)
기사입력 : 21.11.2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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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와 외과에 이어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수련기간이 3년으로 단축되었다. 입원환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실력있는 전문의를 배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메이저과의 수련기간 단축 움직임은 머지않은 시일 내에 많은 임상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윤빈 교수.
전공의 특별법과 수련기간 단축이 맞물린 끝에 현장에서는 예전과 비교하여 산술적으로 최대 50%의 인력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단축된 수련 기간 동안 전공의 수련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가장 시급하며, 실력있는 전문의의 배출은 각 임상과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에 결국에는 수련 방향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시대에, 당장 줄어든 전공의로 입원환자의 안전은 과연 어떻게 담보할 것이며, 이에 대한 계획과 대안은 누구에게 있는가?

전공의가 입원환자 진료의 핵심이던 과거는 수련환경 개편과 함께 이제는 놓아주어야 한다. 수련환경의 변화나 전공의 수급 여하에 따라 입원환자의 안전이 결정되는 현실도 국내 의료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입원환자 진료가 외부적 요인에 따라 달라지게 되면 좋은 취지로 시작된 수련 환경 개선도 한계에 부딪혀 현실적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다.

역설적이지만 전공의를 입원환자 진료의 중심에 계속 두게 되면 입원환자의 안전도, 수련의 질도 담보할 수 없게 되며, 이에 따른 결과를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감내하여야 하는 점은 불공평하다.

전공의 수련환경이 격변의 시기에 놓인 지금이야말로 전문의 중심의 의료 체계로 변화할 수 있는 적기이다. 전문의가 전공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마땅히 전문의가 담당했어야 하지만 비용의 문제로 그렇지 못했던 의료 시스템이 정상화 되는 것뿐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의지가 결합하여 시작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새로운 노멀로 가는 첫 걸음이다.

의도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공교롭게도 진료보조인력의 합법화 논쟁이 전공의 인력 감소에 맞추어 다시 뜨거워지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절묘하다.

의사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외치는 쪽에서는 현장의 의사 인력 부족을 더욱 부각시키고 진료보조인력의 제도권 진입을 동시에 꾀할 수 있으니 좋고, 병원 경영의 입장에서는 전문의 한 명의 비용으로 불법 의료의 부담을 덜어낸 여러 명의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묘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진료보조인력을 수천 번 합법화 시킨다 해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을 책임지는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항공기의 승무원을 수없이 늘려도, 합법이라는 달콤한 말로 아무리 포장해도 조종사 없이는 항공기는 날지 않는다. 진료보조인력의 수가 늘어나든, 합법이든 불법이든 이는 환자의 치료와 안전 강화에 있어 핵심이 아니다. 그렇기에 의료 현장의 중심에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못하고 진료보조인력의 합법화만을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나의 가족이 환자라면 전문의가 아닌 보조인력에게 기꺼이 모든 것을 믿고 맡길 것인가?

9월 기준 전국에서 활동 중인 입원전담전문의는 전체 270명으로 주목할 것은 이 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40명으로 전체의 약 15%에 이르는 점이다.

사업 초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였으나, 전공의 지원율 감소로 인한 현장의 공백을 다른 인력이 아닌 전문의로 보완하려는 시도와 함께 그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매우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전체 입원전담전문의의 규모는 본 사업 전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으로, 채용할수록 손해가 나는 비정상적인 수가 수준과 불확실한 미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확대에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고 있다.

진료보조인력의 합법화여부는 의사 면허를 부여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나, 상주하는 전문의를 입원환자 진료의 중심으로 하는 논의가 결여된 진료보조인력 만의 합법화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진료보조인력 합법화를 둘러싼 작금의 논쟁은 소모적이기 그지없다.

환자 곁에 상주하는 전문의가 있는데 ‘의사의 지도하에’ 행해야만 하는 업무가 무엇이 있겠는가? 소수의 전문의가 진료보조인력에게 행하는 지도는 ‘지시’와 ‘책임지지 못할 행위’만을 남길 뿐이며, 이에 따른 책임은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소수의 전문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 정도(正道)를 포기하고 서로 간에 책임지지 않을 일만 찾는 동안 애꿎은 환자와 그 가족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전문의가 입원환자 진료의 중심에서 뿌리를 내리기에 지금보다 더 적절한 시기는 없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정규사업으로 전환하였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민관이 협력하여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수가 수준으로의 개선을 이끌어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 내야만 한다. 남아있는 270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모두 떠나고 나면, 입원환자 진료를 전문의 중심의 의료 체계로 개편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주하는 전문의가 곁에서 환자를 지키는 제도가 환자에게 해가 될 리는 만무하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의 존재는 제한된 수련시간 내에서 전공의들이 양질의 수련을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늘 위태롭던 진료보조인력은 곁에 상주하는 전문의에 의해 그간의 미필적 고의에서 벗어나 환자의 안전을 함께 지키는 핵심 인력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입원전담전문의는 근래 다시 회자되던 비단주머니 3개에 가깝다. 다만 너무 오랫동안 비밀스레 숨겨두지 말고 모두 열어보시라, 늘 그렇듯 항상 곁에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필요할 때 찾을 수 없는 것만큼 난감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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