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더보기
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 메타가 만난 사람들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 한국인 100만 명의 유전체·임상·생활습관 정보를 통합하는 국가 차원의 정밀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BioBigData.Korea)이 올 하반기 첫 데이터 개방을 통해 임상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지난해까지 확보된 데이터 중 표준화와 품질인증을 완료한 고품질 데이터가 그 대상이다. 개방 데이터는 질병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신약 개발의 핵심인 '타겟 발굴' 등 바이오 분야 연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출신으로 임상 현장의 요구를 사업 설계에 직접 녹여낸 백롱민 사업단장을 만나 100만 명 바이오 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들어봤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단은 올 하반기 국가 차원의 바이오 데이터를 공개할 전망이다.이번 프로젝트는 2032년까지 한국인 100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기증받아 국가 정밀 의료의 초석이 될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를 구축하는 국가전략자산 사업이다.백롱민 단장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연구를 넘어, 국내 연구자와 산업계가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본질이라고 정의했다.백 단장은 이 과정을 배와 조선소를 만드는 작업에 비유했다. 백 단장은 "우리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고 참여자도 모으고 있다. 배도 만들고 조선소도 함께 만들고 있는 셈"이라며 "이 조선소는 올 연말 정도가 돼야 기본적인 시스템이 완성될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사업단은 현재 1단계 목표인 77만 명 구축을 향해 가고 있으며, 본격적인 참여자 모집 개시 이후, 올해 4월까지 약 16만 명의 데이터를 확보하며 궤도에 올라섰다.■ 유전체·임상·생활습관의 통합...개인별 맞춤 치료핵심 수집 데이터는 데이터는 크게 세 가지다.혈액 분석을 통한 '유전체 데이터', 병원 진료 기록인 '임상 데이터',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나 설문을 통한 '생활 습관 데이터(라이프로그)'가 한 사람을 중심으로 묶인다.백 단장은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자와 평소 생활 습관을 같이 분석하면, 왜 이러한 임상 데이터가 나오는지 인과관계를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의료"라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당뇨병을 예로 들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피력했다.백 단장은 "옛날에는 당뇨가 그냥 집안 내력이면 생기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생활 습관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암이나 만성 질환도 이 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알고 치료 방법을 찾아 평생 관리하며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감 있는 데이터 설계... "임상 의사의 시각으로 간극 줄여"특히, 이 사업은 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하면서도, 바이오 산업계 및 의료계 등 현장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렇게 설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백롱민 단장의 전문성이 큰 역할을 했다.백 단장은 서울대병원 출신의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랜 시간 임상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이다.백롱민 단장은 "의료계 및 산업계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고 밝혔다.임상과 연구 양쪽을 모두 경험한 백 단장은 현장의 의사들이 원하는 데이터와 실제 구축되는 연구용 데이터 사이의 미세한 '온도 차'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그는 사업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했다.백 단장은 "실제로 쌓을 수 있는 데이터와 쓰는 사람 입장에서 바라는 데이터 사이의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며 "단순히 양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쌓는 것보다, 연구자나 산업계에서 가장 쓰기 좋고 편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끊임없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세밀하게 맞춰나갈 것"이라며 "의사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이 데이터들이 미래 의료의 실질적인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민감한 의료 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백 단장은 데이터 설계 단계부터 이를 원천 차단했다고 밝혔다.그는 "우리는 이름이나 주민번호 같은 개인 식별 정보는 아예 모으지 않는다. 데이터뱅크 안에서는 '(예시) 007 8 abc' 같은 뜻 없는 문자의 나열로 아이디가 부여된다"며 "해커가 들어와서 봐도 개인의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고, 연구자들은 개인 정보가 아닌 혈압이나 간 기능 수치 같은 데이터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사업단은 '바이오 코리아 2026'에서 '데이터 개방 및 활용'이라는 주제로 오는 29일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였다.특히 올 하반기에는 구축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에게 1차 개방을 실시한다. 백 단장은 "이만한 규모로 데이터를 모은 사례가 없기에 상당히 기대가 된다"며 "구축된 데이터의 개방을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연구 생태계를 활성화하려 한다"고 밝혔다.마지막으로 그는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백 단장은 "우리나라 국민은 나름의 유전적, 생활적 특성이 있어 반드시 우리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이 이 사업에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 기획연재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혈당 관리의 기준은 오랫동안 '평균'에 머물러 있었다. 당화혈색소(HbA1c)는 지난 수십 년간 당뇨병 치료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으며 환자의 장기적 혈당 조절 상태를 간결하게 보여주는 도구로 기능해왔지만 문제는 평균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정보를 지워버린다는 점.하루 동안 반복되는 혈당의 급격한 상승과 하강, 특히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저혈당의 위험, 식후 급등과 야간 패턴 같은 미세한 변화들은 HbA1c라는 단일 수치 안에서 사라진다.그런 가운데 연속혈당측정기(CGM)의 확산은 단순한 기기 보급을 넘어 당뇨병 관리의 패러다임을 혈당 변동성(GV)과 목표 혈당 범위 내 시간(TIR)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기존 지표의 한계 인식이 CGM 기기의 확산과 함께 자가혈당측정기 기반의 산업 지형도마저 흔들고 있는 것.■ 데이터가 드러낸 HbA1c 중심 평균의 한계HbA1c는 당뇨병 관리의 핵심 지표지만, 동일한 HbA1c를 가진 환자 간에도 실제 혈당 변동 양상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특히 저혈당 노출이나 식후 급등과 같은 위험은 평균값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CGM 기반 지표, 특히 Time in Range(TIR)다.TIR의 임상적 유효성은 이미 다수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2019년 발표된 다기관 분석에서는 TIR이 10% 증가할 때마다 당뇨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고, 같은 해 후속 연구에서는 미세혈관 합병증과의 상관성이 HbA1c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제시됐다.평균 혈당이 150 mg/dL 수준으로 유사하지만 한 환자는 하루 종일 140~160 mg/dL 범위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혈당을 유지하고 다른 환자는 50 mg/dL의 저혈당과 300 mg/dL 이상의 고혈당을 반복하며 큰 폭의 변동을 보이는 경우 예후는 어떻게 될까.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두 환자의 '평균'은 같지만, 임상적 위험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후자의 경우 저혈당으로 인한 급성 위험과 고혈당 노출에 따른 만성 합병증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HbA1c 또는 평균 혈당을 보이는 환자라도 실제 위험도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이처럼 평균값은 결과를 단순화하는 대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성과 위험 노출을 상당 부분 소거한다. CGM이 제공하는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연속적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는 단순 평균이 아니라, 혈당이 시간에 따라 어떤 범위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TIR), 저혈당 또는 고혈당 구간에 얼마나 노출되는지(TBR, TAR), 그리고 그 변동 폭이 어느 정도인지(CV)를 동시에 보여준다.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이를 "혈당을 점이 아니라 흐름으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예전에는 공복혈당, 식후혈당 같은 특정 시점의 값만 보다가, 이후 당화혈색소로 평균을 보게 됐고, 지금은 연속혈당을 통해 변동성과 패턴까지 함께 보는 단계로 확장된 것"이라며 "지표가 바뀌는 게 아니라 계속 추가되면서 더 정밀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그는 "CGM이 도입되면서 TIR이나 변동계수(CV)처럼 혈당 변동성을 반영하는 지표가 추가된 것이지 당화혈색소를 없앨 수 있는 건 아니"라며 "결국 혈당을 점이 아니라 패턴으로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CGM, 측정 넘어 '치료 개입'으로 작동CGM은 단순히 측정 빈도를 늘리는 기기가 아니라, 혈당을 '시간축 위의 데이터'로 재구성하는 도구라는 게 그의 판단. 평균값이 '얼마나 높았는가'를 보여준다면, CGM은 '왜 그런 평균이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하기 때문에 치료 전략의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CGM을 활용한 메타분석에서는 기존 자가혈당측정(BGM) 대비 TIR이 평균 수 %p에서 최대 10%p 이상 개선되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이는 TIR이 단순 보조 지표가 아니라 임상적 예후와 연결되는 지표임을 시사한다.실제 임상에서도 이러한 '지표의 다층화'는 치료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HbA1c가 유사한 환자라도 TIR이 낮고 변동성이 큰 경우 치료 강도를 높이거나 식후 혈당 조절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이 달라진다. 이는 단순 수치 관리에서 벗어나, 혈당의 시간적 분포와 변동성을 함께 고려하는 정밀의료적 접근으로 이어진다.CGM의 임상적 가치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순응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실제 임상 결과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기존 BGM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하루 여러 차례 채혈을 수행해야 하는 구조로, 현실적으로 측정 누락과 데이터 공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CGM은 자동 측정과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다.조재형 교수는 "하루 4번 바늘로 찌르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담"이라며 "환자가 직접 해보면 통증과 불편 때문에 점점 측정을 회피하게 된다. CGM은 이 지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순응도를 높인다"고 말했다.효과는 임상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CGM 사용군은 기존 BGM 대비 HbA1c 감소와 함께 TIR이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특히 고혈당 노출 시간(TAR)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장기 관찰 연구에서는 CGM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환자군에서 약 절반 이상이 TIR 70% 이상 목표를 달성했고, 이 중 상당수가 HbA1c 7% 미만으로 개선됐다.조 교수는 실제 진료 경험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그는 "약을 3제, 4제까지 늘려야 할 환자라고 생각했던 경우에도 CGM을 통해 식후 혈당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약을 추가하지 않고도 개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단순히 혈당 수치가 좋아지는 것을 넘어 약물 사용 자체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즉 CGM은 '측정 → 피드백 → 행동 변화 → 치료 최적화'라는 일련의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단순 모니터링 도구가 아니라 치료 개입의 일부로 기능하는 셈이다.■ 선택에서 표준으로…주요 학회, CGM 권고 상향이처럼 임상적 근거가 축적되면서 CGM은 주요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빠르게 중심 위치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3년 이후 '표준치료 가이드라인'에서 CGM 사용을 제1형 당뇨뿐 아니라 제2형 당뇨 환자까지 확대 권고하고 있으며, TIR 등 CGM 기반 지표를 공식적인 평가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유럽당뇨병학회(EASD)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CGM을 디지털 기반 당뇨 관리의 핵심 도구로 명시하고 있다.조재형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이미 예견된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혈당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 자체가 합병증과 관련 있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해졌고 그 결과가 TIR과 변동성 지표"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지표는 계속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미국당뇨병학회의 2024년 개정 관리 지침. CGM을 제1형 당뇨병 진단 시부터 적용할 것을 제시했다(증거 수준 A).다만 그는 CGM이 기존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보완적 확장'의 성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당화혈색소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면서 더 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현장의 수용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비용과 정확도에 대한 인식이 보급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지적된다.조 교수는 "기술적으로 MARD(평균절대상대오차)는 계속 개선되고 있고, 결국 남는 문제는 가격"이라며 "가격 장벽만 낮아지면 CGM이 BGM을 대체하는 흐름은 자연스럽게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의료진은 데이터를 보지만, 환자는 매일 채혈을 견뎌야 한다"며 "환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 더 비용을 내고 덜 아프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선택'이 충분히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결국 CGM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당뇨병 관리의 기준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평균 혈당 중심의 단일 지표 체계에서 벗어나, 시간·변동성·패턴을 포함한 다층적 관리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CGM은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다. 축적된 임상 근거와 가이드라인의 변화, 그리고 실제 진료 현장의 경험은 이미 이를 '표준 진료의 일부'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많이 읽은 뉴스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