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상분 갖고 월급 올리기 경쟁 벌여서야"

발행날짜: 2009-11-25 06:49:08
  • 대형병원 경쟁의식에 경계 목소리 "장기계획 고민해야"

최근 일부 대형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인상하자 단기처방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타 병원과의 경쟁심으로 월급인상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자칫 아전인수식 정책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장기적인 수급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대형병원, 월급인상안 놓고 자존심 싸움 양상

고려대의료원은 흉부외과 전공의 월급을 400만원 올리고 전임의, 임상조교수 등의 연봉도 함께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서울대병원이 흉부외과 전공의들에게 150만원씩 월급을 더 주겠다고 발표한 지 3달 만이다. 이 사이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흉부외과 전공의들에 대한 월급인상안이 계속해서 발표됐다.

가장 먼저 불을 지피고 나선 곳은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월급을 300만원씩 인상하는 방안을 결정하면서 병원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상 전공의 연봉을 8000만원으로 올려놓는 파격적인 결정이었기 때문.

그러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경쟁병원들은 서둘러 이와 비슷한 수준의 월급인상안을 추진하기 이르렀고 고대의료원이 400만원 인상이라는 보다 파격적인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전공의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해지는 초유의 상황이 나오게 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부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전공의 수급대책을 위해 지난 7월 흉부외과와 외과의 수가를 각 100%, 30% 인상한 이래 수련병원들이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논란이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형병원들이 서둘러 전공의 월급인상이라는 수를 들고 나온 것은 흉부외과 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월급인상 등 처우개선은 분명 일정 부분 수급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정부가 해줄 수 있는 일을 해준만큼 병원들도 스스로 수급을 위해 해야할 일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급인상에 매몰되선 곤란…장기계획 고민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계획없이 월급인상에만 매몰되서는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또한 대형병원들의 아전인수식 정책으로 오히려 수급 불균형만 가속화시킨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A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사실 기피과 전공의 수급문제는 의료계 전체가 풀어야할 숙제"라며 "정부가 수가인상이라는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도 그러한 숙제를 해결하라고 힘을 보태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흉부외과 전공의들의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수급균형을 맞추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부 병원들이 자존심 싸움을 하듯 경쟁적으로 월급을 올리는데 혈안이 되는 것은 결국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B대학병원의 교수도 "사실 월급인상은 수련보조수당을 올린 것과 다를바가 없지 않느냐"며 "이럴 것이었다면 500억 예산을 활용해서 전국의 흉부외과와 외과 전공의들의 수련보조수당을 수백만원씩 인상했으면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월급인상과 더불어 장기적인 수급정책을 마련하는데 대승적인 화합과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전 국가적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병원계 모두의 하나된 힘이 필요하다는 것.

A대학병원 흉부외과 과장은 "흉부외과의 가장 큰 문제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진로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라며 "당장 전공의 월급을 올리는 단기처방보다는 일자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안 혁 이사장은 "전공의 처우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임금인상은 분명 필요하지만 일부 병원에서 경쟁적으로 임금을 인상해 전공의를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흉부외과 진료의 쏠림 현상도 원활한 수급을 위해 꼭 풀어야할 숙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수직 등 일자리를 늘리고 진료환경과 법률적 문제를 개선하는 등 당면한 현안이 많다"며 "나만 살겠다는 정책보다는 모두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대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