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메타가 만난 사람

    무수한 잡지사들이 경영난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 의료계에서 꿋꿋이 잡지를 발행을 이어가 곳이 있다. 일반적인 의사회 회지처럼 의학정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음악·영화·여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2년간 잡지 '안과의사'의 편집위원장으로 있었던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을 만나봤다.안과의사회 잡지 안과의사는 2000년 의사회가 출범한 이듬해부터 발간되기 시작해 올해도 22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목차는 ▲앞마당 ▲마루 ▲공부방 ▲사랑방 ▲곳간으로 이뤄져 있는데 각자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그 뜻을 살펴보면 앞마당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의료계뿐만 외에도 여러 분야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마루는 모두가 모여 앉아 강의를 듣는다는 뜻으로 영화·음악·미술·스포츠 등 각계 전문가가 전하는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공부방은 학술을 담당하고 있는데 안과 질환이나 정책 외에 여러 진료과목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안과의사 잡지 목차사랑방은 안과의사회 회원들의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순서로, 회원들이 릴레이식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전하거나 각자의 취미생활을 전하는 코너로 구성됐다. 곳간은 임원·회원 명단과 회비 납부율 등을 다룬다.실제 최근 발행된 85번째 안과의사 잡지를 보면 ▲네이버 신사옥 탐방기 ▲인공지능 ▲마동석 배우 ▲유튜브 음악 추천 ▲미술 작품 ▲K리그 ▲색소폰 ▲카메라 ▲여행일지 ▲커피 ▲칵테일 ▲와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일간지에서 근무하는 고정저자나 프리랜서 기자도 있지만, 대부분 안과 전문의들이 저자로 활동하는 모습이다.안과의사 잡지가 처음부터 이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안과의사는 여느 회지와 다르지 않게 안과 관련 의학정보를 다루는 것에 그쳤다.이와 관련 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은 "예전에 안과의사 잡지는 보험 관련 얘기나 안과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며 "뒤쪽에 회원들이 찍은 사진이나 시·소설을 조그맣게 다루곤 했는데 과연 회원들이 이 잡지를 끝까지 읽어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어 "일단 내가 읽고 싶은 책이어야 회원들도 읽지 않을까 싶었고 총무이사 시절부터 그런 잡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했다"며 "그래서 편집위원장이 되자마자 그동안의 아쉬웠던 점들을 모아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고 말했다.이후 안과의사는 환골탈태했다. 잡지의 디자인, 크기, 두께에서부터 유광이었던 종이를 무광으로 바꾸는 등 디테일도 신경 썼다. 이를 위해 기성 잡지 20~30권을 가져다 놓고 일일이 비교해봤다는 설명이다.콘텐츠를 고르는 것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회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이 나오고, 가보고 싶었던 곳을 안내해주고, 일상에서 접하지 못했던 여가들을 알려주는 쉼터 같은 책이었음 했다는 마음이었다고.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잡지 발행은 콘텐츠 기획부터 작성, 인터뷰이 섭외, 교정·교열 및 사진 촬영·편집, 인쇄 및 배포까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이를 환자 진료, 의사회 회무와 함께 병행하는 것은 애정 없인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안과의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별도의 월급이나 활동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정혜욱 회장이 펼친 안과의사 편집본에 수정사항이 적혀있다.인터뷰이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하기 일쑤여서 정 회장이 직접 기자와 함께 발로 뛰기도 했다고,콘텐츠를 작성할 기자·칼럼니스트를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정된 재정으로 잡지를 발간하면서 많은 원고료를 지급하기 어려운 탓이다.한 번은 비용이 문제로 잡지를 웹진으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는데, 정 회장의 격한 반대로 발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초기엔 콘텐츠 제작을 위해 소위 '지인 찬스'를 사용했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이와 관련 정 회장은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미술·음악·영화 등 각 분야에 조예가 있는 선생님들을 찾아 나섰는데 그렇다고 퀄리티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며 "외람되지만 칼럼니스트 분께 안과의사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부탁했고 다행히 허락해 주셨다"고 말했다.이어 "덕분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영화만 다루는 콘텐츠가 아니라, 영화배우·감독 등 사람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며 "후문으로는 칼럼니스트 분 역시 새로운 방식 글쓰기 방식으로 매너리즘에서 벗어났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안과의사회는 이렇게 시작된 인연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실제 이달 안과의사회 편집위원들과 고정 저자들이 만나 꽃다발을 전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고.수익이 남는 것은 아니다. 잡지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많은 지면을 광고에 할애해야 하는데 그보단 더 많은 콘텐츠를 담는 편이 낫다는 이유에서다. 주 구독자인 안과의사회 회원들에겐 별도의 구독료도 받지 않고 있다. 또 계간지인 안과의사 잡지는 분기별로 3000부 씩 매년 총 1만2000부가 발행된다.집무 중인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의 모습.이런 상황에서 안과의사 잡지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효율화된 시스템이 필요했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특히 이 잡지의 회원 소통 콘텐츠인 '내 일상의 비타민'의 경우 이전 저자가 다음 저자를 지명하는 식으로 연속성을 가지게 기획했다.그는 "혼자서 끝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안 된다. 시스템이 잘 짜여있어야 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투입돼도 잘 돌아갈 수 있고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며 "사무국 직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루틴하게 원고 청탁을 맡기고 일정을 관리하거나, 들어온 원고를 컨펌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사무국에서 편집회의도 하고 잡지가 나오면 한권을 돌아가면서 교정하는데 엄청 심혈을 기울인다"며 "많이 힘든 일이고 따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열정과 애정이 없었다면 안과의사 잡지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그가 안과의사회 회장직을 맡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힘들어도 안과의사 잡지를 애정해 지금까지 끌고 왔던 것처럼, 사랑하는 안과의사회를 위해 고된 회장직을 감수했다는 설명이다.또 이번 안과의사회 집행부의 비전으로 ▲안과의사회 학술대회 발전 및 정책팀 재정비 ▲공식 유튜브 및 인스타그램 개설 ▲국영문 슬로건 및 마스코트 선정 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회원 권익을 늘리는 한편,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이와 관련 정 회장은 "사실 회장 자리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며 "하지만 안과의사회 회무를 잘 알고 의사회를 진심으로 아끼는 입장에서 이번에도 피하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이어 "안과의사회는 소중한 한 그루 나무 같다. 의사회 일을 시작하면서 내 세계와 관계가 확장됐고 이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행복했다"며 "어릴 때부터 가꿔온 안과의사회라는 나무가 이제 풍성한 성년이 됐다. 이를 수백 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아름드리나무로 잘 가꾸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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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난 상황에서 국회 제도화 논의까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중개플랫폼 산업계의 보릿고개가 계속될 전망이다.상위 플랫폼들은 특정 진료과목이나 플랫폼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거나, 비대면 진료 외연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중개플랫폼 업체들이 저마다의 특화 서비스 구축으로 분주하다. 시범사업에서 초진·약 배송이 빠지면서 비대면 진료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데, 제도화 역시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에 국회 제도화 논의까지 무산되면서, 중개플랫폼들이 비대면 진료 외의 영역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비대면 진료 제도화 무산에 살길 찾는 플랫폼들애초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비대면 진료가 본인확인 없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대량의 의약품을 한 번에 처방받는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산됐다.이달 19일과 20일 국회 법안소위가 예정되긴 했지만 앞선 소위에서 의원 반발이 심했던 만큼, 법안이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어 다음 달엔 국정감사 예정돼 있어 올해 안엔  제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에 플랫폼들은 비대면 진료 외의 영역에서 살길을 찾는 한편, 소아청소년과 등 수요가 높은 진료과목에 집중하거나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특정 진료과목에서 가장 확고히 영역을 굳혔다고 평가되는 것은 비브로스가 운영하는 똑닥이다. 똑닥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주력으로 밀고 있는데 덕분에 '육아 필수앱'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똑닥은 이미 2019년에 만 12세 미만 사용자의 신체적 성장수치와 체온 및 해열제 복용량을 기록할 수 있는 건강피드 기능을 도입했다. 이를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하는 기능과 병·의원 예약을 구현한 상황에서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시행으로 입지를 굳힌 모습이다.수익성을 꾀하는 영역은 이용자 수 자체다. 똑닥 누적 가입자는 1000만 명에 달하며 연계 병·의원은 1만여 곳인데 지난달 병·의원 접수기능을 월 1000원으로 전환하는 유료 멤버십을 출시했다.■유료 멤버십 출시한 똑닥…굿닥 빅테이터화로 눈길굿닥은 병·의원 예약·접수 기능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플랫폼의 빅데이터화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굿닥은 7만 개의 병·의원 데이터베이스와 40만 건 이상의 방문자 리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약국 찾기 단계에서부터 탐색·분석·이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태블릿 접수 기능을 통해 모인 정보도 강점이다. 이 기능으로 전화 응대, 서면 접수를 대신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은 환자 통계 데이터로 병원 운영 솔루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클리닉마켓 등 사용자에게 병·의원의 비급여 진료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병원·의사회들과 접수 시스템 전산화 및 컨설팅 등 경영지원 MOU를 체결하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대면 진료 대신 이 같은 분야에서 수익성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닥터나우 역시 비대면 진료를 후 순위로 미루고 의료 포털을 방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실시간 의사 무료상담을 확대하고 'AI의사진단' 서비스를 출시한다.현재 겪고 있는 증상을 입력하면 AI 알고리즘으로 몇 퍼센트 확률로 어떤 병증에 속하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혹은 다음날 내원으로도 충분한지, 어떤 진료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비대면 진료 중개플랫폼 산업계가 포털·커머스·AI·빅데이터 등에 방점을 찍고 수익 모델 마련에 나섰다.그동안의 실시간 의사 무료상담으로 16만 건 정도의 상담이 발생한 것도 강점이다. 여기엔 간단한 건강 정보부터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의사 답변이 모두 담겨 있다.이용자는 언제든지 상담 내용을 검색·열람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정보를 위해 모여드는 환자들을 위한 포털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특히 닥터나우는 오는 4분기 의사영양상담 기능을 출시할 계획인데, 의료진이 영양제를 권고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닥터나우·올라케어 포털·커머스화…나만의닥터는 중개올라케어는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커머스화를 노리고 있다. 올라케어는 지난해 7월 개인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올라케어 몰을 출시한 이후 3개월 만에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출시했다.이후 스트레스 검사 및 유로 심층 분석, 상담을 제공하는 '심리케어' 서비스와 걷기, 물 마시기 등 생활 루틴을 관리해주는 '루틴케어'를 출시했다. 올라케어 몰은 건강, 뷰티, 헬스케어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케어 서비스로 모인 이용자 정보와 연계할 시 시너지가 예상된다.메라키플레이스가 운영하는 나만의닥터는 영역 확장보다 플랫폼 본연의 역할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축소되지만, 그 외의 중개서비스 전반을 강화한다는 것.이를 위해 지난달 내비게이션 기능을 탑재한 병·의원 검색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기에 진료비나 서비스 품질을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다는 설명이다.또 기존 비대면 진료 탭에 단순한 B2C 서비스 외에 의료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고객 관계 관리(CRM) 서비스를 연동했다. 이처럼 자사 서비스나 다른 유사 서비스에서 생기는 불편을 반면교사로 플랫폼을 고도화 한다는 목표다.다만 보건복지부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시범사업 초진 허용 범위 및 재진 기준 개선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계 숨통이 트일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와 관련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선재원 이사는 "비대면 진료로 시작된 플랫폼들의 서비스가 대거 전환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다들 살아남아서 비대면 진료를 잘 풀어나가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정부 발표가 무슨 의도인지 알긴 어렵지만 재진 기준 기한과 초진 범위를 늘려주는 정도로도 괜찮을 수는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 배송"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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