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만난 사람
한국산 비대면 플랫폼 필리핀 도전장...통증클리닉도 연계
정부 의료 개혁 정책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의료계에선 의대생이 의사 국가시험이 아닌 미국의사시험(USMLE)을 준비하고, 전공의가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개원의의 경우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 의대 교수들에겐 해외 의료 선진국으로부터 영입 제안이 잇따르는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현지 개원이라는 투트랙으로 해외 의료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이 있어 의료계 관심이 쏠린다. 메디칼타임즈는 29일, 통합 의료 플랫폼 모비닥과 통증클리닉으로 필리핀에 출사표를 던진 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를 만나봤다.메디칼타임즈는 통합 의료 플랫폼 모비닥과 통증클리닉으로 필리핀에 출사표를 던진 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를 만나봤다.■비대면 진료, 통증클리닉 투트랙 "확장성 기대"모비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 및 진단과 연계된 과별 전문의의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실시간 예약 등의 여러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이런 모비닥 서비스를 글로벌 버전 앱으로 올해 12월에 출시할 예정인 것. 김도연 대표는 이를 위해 필리핀 현지 헬스케어 기업과 합작 법인도 설립했다.이와 관련 김도연 대표는 "한국에선 비대면 진료 수익 모델을 찾기 어려운 반면, 필리핀에서는 비대면 진료 관련 구독료나 수수료와 같은 수익 모델이 모두 합법"이라며 "또한 스마트폰 보급률이 굉장히 높고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기 때문에 서비스 개발과 확산에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반면 아직 의료IT의 저변은 넓지 않아 우리 회사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궁극적으로는 비대면 진료 뿐 아니라 우리 회사가 제공하는 의료 전반에 걸친 디지털 헬스케어 모델을 이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통증클리닉의 경우 김도연 대표가 한국에서 운영 중인 '바른신경외과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접목, 현지 의사들을 교육해 운영할 예정이다.이를 위해 이미 현지 의사들이 한국에 방문해 4주간의 교육을 마쳤고,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필리핀에서 가장 큰 학회 중 하나인 PAMS(Philippine Academy of Medical Specialist)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 Dr.Rylan Flores가 이를 직접 운영할 예정이다.현재 마닐라 지역엔 비수술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통증클리닉 모델이 없기에, 이 같은 모델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김 대표는 "현재 메트로마닐라 인구가 1200만 명 정도 되는데 상당수가 글로벌 기업의 백오피스나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척추 통증 환자 수요는 많은 반면 통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형태의 의료 기관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이어 "또한 의료 수가가 한국보다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높고 한국 의료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며 "이 때문에 한국형 통증클리닉 모델의 경쟁력은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가 PAMS 학회에서 모비닥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궁극 목표는 의료 데이터 "미래 의료 새 형태"특히 그는 모비닥을 통한 의료 데이터 수집 및 통합 관리를 궁극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모비닥은 비대면 진료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병원을 운영하며 쌓인 임상 경험이 반영돼 현재 병원 진료 전 과정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특히 환자용 앱에선 예약과 진료·결제 같은 진료 연관 프로세스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에 맞춤형 의료 정보 전달 ▲환자 개인의 건강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통증클리닉과 관련해선 향후 이를 한국형 건강검진센터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국민 소득이 점점 높아지면서 건강검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한국 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국형 검진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이와 관련 김 대표는 "미래 의료는 결국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진단 및 치료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여기서 의료 데이터가 중요하다"라며 "의료 데이터는 일상생활에서의 라이프 로그 데이터, 병원 진료와 연관된 질병 데이터, 그리고 유전 정보 등 크게 세 가지다. 이를 활용해 미래 의료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다만 비대면 진료에 부정적인 우리나라 의사들의 인식을 보면,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도연 원장이 '모비닥'을 서비스하게 된 배경에 궁금증이 생긴다.그는 이 같은 질문에 "비대면 진료는 진료를 하는데 있어서 최선의 방법이 아닙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전화를 거는 방법은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내 환자가 불가피한 이유로 병원에 오지 못할 때, 그때는 모비닥이 필요합니다"는 모비닥 홍보 문구로 답을 대신했다.척추관절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수술·시술 후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이중 지방에 거주하거나 연세가 많은 노인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이동이 불편한 환자를 타사 비대면 진료 플랫폼으로 진료해보려고 했지만 대부분 전화 연결만 가능하거나 결제, 처방전 전달 방식에 불편함이 있었다는 것.이들 플랫폼이 환자 모객 수단으로 변질되고 의사를 플랫폼에 종속된 상품으로 취급하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보면서 의료의 본질을 지킬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든 게 모비닥 출시 계기가 됐다고 했다.김 대표는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창업자가 의사가 아니거나 의사더라도 임상에 종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의료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는 단순히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공급자인 의사가 의학적 기준에 따라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따라서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친화적인 서비스여야 함에도 현재 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환자를 모객하는 광고 플랫폼 역할에 그치고 있다"며 "결국 비대면 진료 시장도 주로 미용이나 비급여 시장으로만 확산되면서 시장이 왜곡돼 진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반면 모비닥은 직접 병원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의 임상 경험이 녹아들어 사용성 측면에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역할 역시 진료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비대면 진료의 본래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플라잉닥터 김도연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필리핀 현지 통증클리닉 개원 커팅식을 하고 있다.■"지금이 해외 진출 적기…현지 개원은 고심해야"해외 진출을 고민 중인 다른 의사들을 향한 응원의 말도 전했다. 대한민국이 가장 우수한 의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언어와 면허 문제만 해결된다면 해외 진출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조언이다.다만 자본을 들여 해외에 의료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의사 개인으로 진출하는 것과 다른 문제라고 부연했다. 본인 역시 필리핀에 통증클리닉을 개원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인허가를 받는 데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특히 필리핀은 사회적 인프라나 인식 수준이 아직 한국에 미치지 못해 현지 외주 업체들과의 계약에서 업무가 지연되거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이 때문에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한국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는 애로 사항이 있었다고.이 밖에도 현지 의료 제도의 차이나 현지 직장 문화, 세금·법률적 문제가 한국과 다른 등 경영적 측면에서도 굉장히 복잡한 장애물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 대표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의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학문적 성과는 물론 임상에서의 수술 실력이나 진료 관련 술기, 환자의 예후 등 의료 관련 모든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당연히 해외에서도 한국 의사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이어 "하지만 자본을 들여 해외에 의료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본인 역시 처음 필리핀 진출을 준비하고 법인 설립까지 1년, 실제 병원 개원까지는 2년이 걸렸다"며 "만약 이를 고려한다면 우선 철저하게 현지 상황을 조사하고, 경험이 있는 선배 의사나 현지에 신뢰할 수 있는 에이전시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