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구걸행위를 하는 이른바 '앵벌이'에게 불법으로 다량의 마약을 투약한 의사와 약사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여한 혐의로 김모(42)씨 등 의사와 약사 6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마약을 복용한 이모(33)씨 등 2명도 입건했다.

김씨 등은 환각 상태로 구걸 행위를 해온 이씨에게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졸피뎀'이라는 마약류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써주거나 조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수치심을 없애기 위해 수도권 일대 내과병원을 다니며 '졸피뎀' 3만여 정을 처방받아 매일 70~120정을 복용한 뒤, 환각 상태에서 구걸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씨와 같은 쪽방촌에 사는 배모(68. 여)씨는 이씨의 친모라고 사칭해 처방전을 받도록 도와주고 복용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환각 구걸'은 지난해 8월 중독 상태가 심해진 이씨가 응급실에 실려가 2개월간 치료를 받으면서 막을 내렸다.

경찰은 이씨의 진술과 의사 진단서 등을 토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의사 55명이 이씨에게 비급여로 '졸피뎀'을 처방해주면서 보험급여 삭감을 피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의사 김씨의 경우 60일치에 해당하는 '졸피뎀' 6백정을 한꺼번에 내주면서 "치사량이어서 원장이 알면 뭐라고 할테니, 일반(비급여)으로 가져가라"고 이씨에게 얘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약사 노모(47)씨는 이씨에게 총 81번에 걸쳐 '졸피뎀'을 조제해 줬는데, 한 달에 10번 조제해주거나 하루에 두 번 조제해준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이씨처럼 환각 상태에서 구걸하는 앵벌이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메디칼타임즈 제휴사/CBS사회부 이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