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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납사 매각에 사모펀드 '북적'…실효성 논란의 그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대형병원들이 의료기기 간접납품회사(간납사) 지분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국내 의료기기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병원 특수관계인의 유통이익 확보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지만, 의료기기 업계에선 새로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납사를 인수한 대형 유통기업과 사모펀드에 구매력이 집중되면서 중소 제조·공급업체의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대형병원들이 의료기기 간납사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는 가운데, 새로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병원 간납사 지분 매각 본격화…사모펀드 등 인수 가세2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개정 의료기기법 시행을 앞두고 대형병원들이 간납사 지분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의료기기 유통시장에선 병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가 구매·물류 업무를 독점하고, 유통이익이 병원 관계자나 재단으로 돌아가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돼왔다.실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사립 상급종합병원 35곳 중 27곳이 특정 의료기기 도매업체 한 곳으로부터 전체 의료기기의 90% 이상을 공급받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부 역시 지난해 말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판매업자와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관 간 거래를 제한하도록 했다. 의료기관 개설자와 판매업자 간 친족·임원 관계나 사실상 지배관계 등이 규제 대상이다.특히 법인 지분을 50% 초과 보유하는 경우뿐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관계도 규제 판단에 포함된다. 관련 조항은 2027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이에 따라 병원 관련 법인들이 보유한 간납사 경영권이 외부 기업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실제 연세의료원 관련 간납사 에비슨케어는 의료기기 구매대행 전문기업 이지메디컴 측에 경영권이 매각됐다. 이지메디컴은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인수를 진행했다.가톨릭중앙의료원에 의료기기와 소모품 등을 공급하는 오페라살루따리스와 밸류프로 역시 지난 7월 서브원에 각각 지분 51%가 매각됐다. 서브원은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이다.이 밖에도 서울아산병원 관련 간납사 메디굿파트너스는 현대그린푸드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순천향대의료원 관련 동하메디칼과 을지대의료원 관련 토탈메디칼 등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대형병원 간남사 지분 매각 현황안정적 수익에 유통자본 몰려…제조업체 '단가 압박' 우려대형병원 간납사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사모펀드를 비롯한 유통기업들의 시장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간납사는 병원의 의료기기·소모품 구매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특히 기존 병원 납품계약과 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어피니티는 서브원을 통해 의료기기·의약품 유통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앞서 의약품 유통기업 비아다빈치를 인수한 데 이어 오페라살루따리스와 밸류프로까지 확보, 병원 구매·물류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이지메디컴 역시 에비슨케어 인수를 통해 기존 병원 구매대행 사업의 외형을 확대했다. 의료물류 혁신을 통해 병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협력사와의 상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이 같은 유통망 통합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물류비 절감과 병원 구매업무 효율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의료기기 제조·공급업체들의 반응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자본력을 갖춘 소수 유통기업에 구매 물량이 집중되면 납품업체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특히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은 대형병원 납품을 위해 간납사와 거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매대행 기업의 단가 인하 요구나 거래조건 변경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간납사 지분을 인수한 한 기업 관계자는 "병원은 의료기기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간납사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며 "사모펀드 입장에선 기존 병원 거래망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사업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문제는 거대 자본이 간납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의료기기 업체들을 상대로 가격 인하 압박이나 불리한 거래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라며 "결국 중소 제조·공급업체들은 이전보다 더 큰 유통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지분 팔아도 병원 거래는 그대로?…법 개정 실효성 의문법 개정 이후 간납사의 소유구조는 달라지지만 기존 병원과의 거래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쟁점이다. 간납사의 기업가치는 기존 병원 납품 물량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확보한 뒤에도 기존 거래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이에 따라 M&A 과정에서 기존 병원 거래를 일정 기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이나 거래 중단에 따른 손해배상 약정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법조계 분석이 나온다.문제는 이런 조건이 실제 계약에 반영될 경우, 병원이 구매업체를 변경하거나 거래조건을 재협상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간납사 소유관계 변화 구조도간납사 지분 매각을 통해 병원과 유통기업의 소유관계를 분리하더라도, 기존 거래구조 자체가 유지된다면 법 개정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새로운 인수기업 역시 기존 병원과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종전 간납사 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법무법인 한앤율 조태진 변호사는 "사모펀드가 인수했는데 기존 거래가 유지되지 않으면 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기반을 잃는 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M&A 계약 조건에 기존 거래를 일정 기간이나 규모까지 유지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규정 등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할 수 있다. 병원이 향후 납품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넣으면 매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인수기업이 가격을 올리더라도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이 환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유통구조 개선 효과 관건…정부 추가 규제 마련 예고법 개정 이후에도 기존 납품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추가적인 관리방안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납사 실태조사를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초 추가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법조계와 산업계 양쪽에선 단순한 지분율 규제를 넘어, 실제 거래구조와 유통비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분 매각 이후 납품가격과 수수료, 공급업체 선정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관건이다.조 변호사는 "법 개정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한다. 간납사 지분이 바뀐다고 기존 관계자를 모두 내보내진 않는다. 이 사람들이 있어야 병원과의 거래가 유지되기 때문"이라며 "결국 기존 관계자들은 통제 권한은 없지만 거래에 계속 관여하고, 인수기업은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들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병원 관계자들이 간납사를 통해 유통이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였다"며 "하지만 이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거대 유통자본에 구매력이 집중된다면 결국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만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단순히 간납사 지분을 누구에게 매각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거래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다"며 "기존 간납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유통시장 독점과 불공정 거래가 생기지 않도록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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