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복귀율로 본 전공의 현실…인기과 90% vs 필수의료과 40%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전공의 8000여명이 복귀를 선택하며 전공의 인력은 의정갈등 이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전공의 상당수가 수련 현장으로 돌아오면서 의료체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기과와 필수의료과 간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졌다.정신건강의학과·안과·영상의학과 등 일부 인기과는 90%가 넘는 복귀율로 빠르게 정상화되는 반면, 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는 복귀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인력난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과·영상의학과·성형외과 등 인기과 90% 이상 복귀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에 따르면, 총 1만3498명 모집에 7984명이 선발돼 복귀율은 59.1%로 집계됐다.전통적으로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높은 과는 복귀율 또한 높게 나타났다.보건복지부는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2일 발표했다.이번 모집에서 가장 많은 전공의가 복귀한 진료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로 417명 모집에 390명이 선발돼 93.5% 복귀했다.안과(91.9%), 영상의학과(91.5%), 마취통증의학과(90.7%) 등 또한 선발인원이 90%를 넘어서며 대다수의 전공의가 복귀했다.뒤이어 ▲피부과(89.9%) ▲재활의학과(89.5%) ▲성형외과(89.4%) ▲정형외과(87.2%) ▲이비인후과(86.1%) 등 또한 복귀율이 높게 나타났다.  비교적 근무 강도가 낮거나 개원이 용이한 비응급·선택 진료과를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가 확인됐다.반면, 필수의료 과목은 대다수가 모집인원의 과반수도 선발하지 못했다.가장 심각한 진료과목은 소아청소년과였는데 770명 모집에 선발된 전공의는 103명에 그쳤다. 복귀율 13.4%다.대표적인 필수의료과목인 외과(36.8%), 응급의학과(42.1%), 산부인과(48.2%) 등 역시 결과는 처참했다.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한 내과는 1752명 모집에 1137명이 선발돼 복귀율이 64.9%로 집계됐다.이번 전공의 모집과 관련해 수도권의 한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인기 진료과목은 이전 모집부터 복귀하는 전공의가 있었고 이번 모집을 통해 대다수 복귀를 마친 듯 하다"며 "필수의료 역시 복귀율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대보다는 많이 돌아왔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전공의 인력은 의정 갈등 이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전공의 인력은 의정 갈등 이전의 76%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전공의 약 24%는 복귀를 거부했다는 뜻으로,  진료과목별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복귀율 상위권은 정신건강의학과(95.6%), 안과(95.3%), 영상의학과(95.3%), 피부과(92.6%), 마취통증의학과(92.1%) 등이 차지했다. 이들 진료과목은 거의 100%에 가까운 복귀율을 기록하며 정상화를 이뤘다.하지만 기존에도 인력이 부족하던 외과·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는 복귀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하며 향후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외과는 의정갈등 이전 전국에 447명의 전공의가 있었으나 현재는 267명으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기존 236명에서 141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산부인과(73.8%), 병리과(70.6%), 심장혈관흉부외과(63.6%) 등 역시 복귀율이 낮아 필수 진료 기능 유지에 차질이 우려된다.■ "전공의 모집 결과, 의료개혁 실패 방증"의료계는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의 실패를 방증하는 지표라고 주장하며 맹비난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향후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정책이 오히려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했다는 지적이다.의료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필수의료는 의료개혁 이전부터 저수가 문제와 과중한 업무 등의 이유로 점차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나마 사명감을 가진 일부 전공의들이 현장을 지탱해 왔다"며 "하지만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의사를 소모품처럼 다루는 정부에 그나마 버티던 인력들 마저 모두 현장을 떠난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필수의료 복귀율이 저조한 이번 하반기 모집 결과는 예고된 재난이나 다름없다"며 "전공의 수련자체를 포기하는 일반의로 개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누가 업무는 고강도인데 보상은 저조한 필수의료를 전공하려고 하겠느냐"고 비판했다.실제 이번 하반기 모집에서도 인턴 복귀율은 52%로 레지던트 복귀율(61.2%)보다 낮게 나타났다.의정갈등 기간에 수련을 마치지 않고 '일반의(GP)'로 표시해 개원한 의료기관 또한 759곳으로 전년 대비 94곳(14.1%) 늘었다.사직전공의 A씨는 "3~4년차는 그동안 쌓아온 수련 기간이 아까워 어쩔 수 없이 복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턴이나 저연차 전공의들은 수련을 포기하고 페이닥터로 경력을 쌓다 개원하겠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필수의료과는 더이상 전공할 가치가 있는 분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복귀한 필수의료과 전공의들도 장래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의가 된 이후 소아심장이나 소아신장 같은 세부전공을 선택하기보다, 미용 시술을 배우거나 다른 진료 영역으로 방향을 틀어 개원하는 등 결국 전공을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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