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김진규 총장, 리더십 잃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2-05-17 06:40:33
  • 의대 교수들 "구성원 목소리 들어야…쇼맨십 지나쳐"

건국대 김진규 총장 겸 의무부총장이 교내 구성원으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대교수들은 도덕성까지 문제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리더십을 잃은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대 A 교수는 16일 "교수채용기준, 연구논문기준 상향조정은 1류 대학으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하지만 네거티브 정책만 계속 밀어붙이면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카이스트를 좋은예로 들었다. 카이스트가 조만간 세계적 대학이 될 것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카이스트는 당근과 채찍 정책을 동시에 쓰고 있다. 지금도 교수들의 반발이 있지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대학에서 연구비 지원도 제대로 해주지 않는데 기준은 높여 놓으니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건국대병원 고위관계자도 "개혁을 위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왜 이런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해 시간이 더디게 걸리더라도 구성원을 설득해가면서 추진해야 한다. 너무 일방적, 독선적으로 가니까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언행불일치 때문에 신뢰 완전 잃었다"

건국대 교수협의회가 지적하고 있는 김 총장의 도덕성 문제도 교내구성원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터져나온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병원 고위관계자는 "교수에게 도덕성은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다. 리더는 이에 앞서 조직 구성원에게 정책의 정당성, 비전에 대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 김 총장은 이부분에서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일례를 들려줬다.

그는 "김 총장은 임상의가 아니다. 그런데 취임 당시 환자진료를 할 거라며 병원에서 진료를 했었다. 누가봐도 쇼맨십이다. 그런것이 반감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협도 15일 건국대 노동조합과 '김진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으로 해임권고 최후통지서 통해 김 총장의 언행불일치 때문에 구성원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김 총장이 부임하기 전부터 공언한 자전거 출퇴근 약속에 대해 비판했다.

교수협은 "숙소에서 학교까지 몇백미터밖에 되지 않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발상 자체가 일종의 쇼맨십"이라며 "최근에는 김 총장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을 본 적 없다"고 밝혔다.

교수협은 이밖에도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행정 및 밀실 행정, 예산낭비를 부르는 계열별 부총장직 마련, 과도한 연봉 등을 문제삼고 있다.

또 서울대 의대 교수 재직 시절 내연녀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고소된 경력을 놓고 김 총장의 도덕성을 지적하고 있다.

교수협의회, 4차례 걸쳐 총장 신임 투표 진행

교수협은 근본적으로 김 총장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교수 및 교직원과 협의없이 결정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수협은 총장 신임 투표를 2010년부터 4차례에 걸쳐 실시했다. 2010년 8월 총장 취임 직전 총장적합여부 투표결과 총응답자 299명 중 32.8%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절반에 가까운 127명이 모르겠다고 답했다.

두번째로 지난해 12월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총장 신임투표를 했다. 총 59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10명 중 8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지난 4월 교수협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총장 해임권고안 투표가 이어졌다. 66명 중 90.9%가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2일 10여년만에 열린 교수총회에서 총장해임권고안 투표를 실시했다. 391명 중 372명(95.1%)이 찬성했다. 이 중에는 의대교수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수협 회원은 891명이지만 회칙에 따르면 교수총회는 10분의1만 참석해도 성립된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도 지난달 30일 총장 신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363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89.5%가 불신임에 표를 던졌다.

한편, 교수협 주장에 대해 건국대 관계자는 "타대학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연구업적 기준 등은 상향될 수 밖에 없다"며 "개혁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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