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인력 증원 논란 재점화…"의대 정원 증원" "근시안적 시각"
적정 의료인 수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쪽은 장기적으로 의사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OECD의 비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주장은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맞서고 있다.
최근 서울대 김진현 교수가 의대 입학정원을 최대 6천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연대 정형선 교수가 지난해 12월 복지부에 제출한 '적정 의사인력 및 전문분야별 전공의 수급추계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 교수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향후 3600명 선까지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김진현 교수는 지난달 30일 '공공의료인력 확충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한 근거로 OECD 'Health Data, 2011'을 제시했다.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1.9명. OECD 평균인 3.1명의 61% 수준이다. 이는 미국 2.4명, 영국 2.7명, 일본 2.2명 등과 비교해도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대 입학정원이 3058명이었지만 전공의 모집인원은 3957명이어서 시장에서 관찰된 현상을 보면 의사공급이 30% 부족하며, 분야별 의사임금 격차가 커지고, 중소병원과 지역 병원의 의사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중보건의사 역시 복지부의 2012년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2020년까지 2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인구 노령화, 국민 소득의 증가 등에 따른 의료 이용량의 급격한 증가, 농어촌 및 도서벽지 등 취약지역 공공의료인력 부족 심화, 국제화 및 의료서비스 산업육성 대비, 의사의 주5일제 시행 등을 예시하며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환기시켰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의대 입학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4000~6000명 수준으로 증원할 것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총량 증가 없는 재분배 정책은 문제 해결 없이 부작용만 유발하고, 기존 민간병원에서 공공의료기관으로 의사를 이동시키면 민간부문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연대 정형선 교수 역시 OECD 지표 등을 인용해 1단계로 의대 입학정원을 10% 감축 이전인 3300명 이상으로 증원하고, 2단계로 3600명 선까지 늘려야 한다는 견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런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의협 이재호 의무이사는 "OECD 국가에 비해 현재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통계의 절대치를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 증가율이 7.5%인 반면 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는 같은 기간 40%에 달해 2020년에는 초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사 밀도' 다시 말해 10㎢ 당 의사수를 보면 한국은 2006년 OECD 국가 중 3위(8.3명)에서 2009년 2위(9.5명)으로 월등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수하다는 게 이재호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공보의 부족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3년 의전원 제도를 도입했고, 이에 따라 여학생 수 증가 및 군필자 증가로 인해 일시적인 공보의 부족현상이 발생했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는 “5개 의전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다시 의대로 전환함에 따라 몇 년 안에 공보의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체 의과 공보의 가운데 63%만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등 의료취약지구에서 근무할 뿐 나머지는 민간병원 등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일선 공공병원의 재정이 열악하다보니 봉직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공보의를 배치해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구잡이식 의대 신설의 폐해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다.
그는 “무분별한 의대 신설로 인해 부실 의대가 양산되고 이로 인해 제대로 수련 받지 못한 의사들이 양산되고 있다”면서 “반쪽짜리 의사 배출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적 팽창만 주장하는 것은 질적 관리의 중요성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왜 의사집단에 대해서만 ‘진입장벽’이라는 특혜를 주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국가에서 의사면허를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한 배려일 뿐 특정집단을 비호하려는 게 아니냐”면서 “이는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재호 이사는 “진료과목간 편차, 대도시 환자 쏠림, 무분별한 병상 증축 등을 해결하지 않고, 의사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화폐를 마주 찍어내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결국 인플레만 조장할 뿐”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