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 증가로 수련 파행, 학회·병협 뒷짐…"지침 시급하다"
"전공의가 내시경을 잡아볼 수나 있나요. 결국 개원을 하건 봉직의를 하건 전임의 과정을 밟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단 얘기죠."
A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전임의의 말이다.
그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봉직의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됐다. 대다수 병원들이 대장내시경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5년차 자처…"치프 돼도 수술방 구경꾼"
전임의 정원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수련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전임의들이 레지던트 5년차로 불리며 전공의 업무를 도맡으면서 수련과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
이 전임의는 7일 "전임의 숫자가 전공의와 맞먹다 보니 레지던트 고년차가 해야할 일을 전임의가 맡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수 입장에서도 전문의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편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치프(레지던트 4년차)가 돼도 수술방에서 참관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간단한 수술도 제1 조수는 커녕 제2 조수까지 모두 전임의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전공의들이 받아야할 수련을 전임의들이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행 수련으로 인해 대다수 전문의들이 전임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4년간의 전공의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술기를 전임의가 돼서야 배울 수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전임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임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이러한 악순환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전임의를 수년간 계속하는 전문의들이 늘어나면서 전임의가 돼도 필요한 술기를 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B대학병원 전임의는 "우리 병원만 해도 전임의 4년차가 2명이나 있다"며 "솔직히 이 정도면 사실상 교수인력이라도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수술 조수를 도맡다 보니 전공의는 고사하고 전임의인 나조차 수술방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든다"면서 "이러다가는 언제 세부수련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임의 증가가 파행 수련을 불러오고, 나아가 수련기간까지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수련방식 주먹구구…전임의 하고도 인증의 기웃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임의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다 전문화된 세부전문의 인력을 양성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값싼 전문의 인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처음 6개월간은 내가 왜 전임의로 들어왔나 끝없이 의구심이 들었다"며 "교수도 아니고 전공의도 아닌 애매한 선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임의에 대한 체계적인 수련과정이 없다보니 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간다"며 "전공의를 관리하면서 전공의 노릇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중인 학회들은 수련과정에 대한 권고안을 내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병원과 해당 과장이 전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 과정은 그나마 의무화된 수련 프로그램이 있고 병원 신임 평가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지만 전임의는 수련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일부 전임의들은 수련과정 중에도 다른 전문과목 학회에 참석하거나 개원가에서 진행하는 인증의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며 곁눈질로 술기를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C대병원 전임의는 "내과 진료를 위해서는 초음파가 필수적이지만 전공의 과정은 물론, 전임의가 돼서도 배운 것이 별로 없다"면서 "결국 개원의 학회에 참석해 알음알음 초음파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대 동기들과 만나봐도 대부분이 위장 내시경, 초음파, 대장 내시경 등을 전임의가 되서야 겨우 만져보는 상황이더라"고 환기시켰다.
"뒷짐진 학회·병협…역할 정립이라도 해달라"
이에 따라 상당수 전임의들은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나서 수련교육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의를 따고서도 진로를 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지금 수련제도를 보면 전공의 4년 동안 잡일만 시키고서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배우러 온 전임의들을 또 다시 부려먹는 구조 아니냐"며 "결국 7~8년을 병원에 봉사해야 그나마 먹고 살 길이 열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려먹을 때 부려먹더라도 최소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르쳐 줄 것은 가르쳐 주면서 착취해야 할 것 아니냐"며 "학회와 병협이 나서 체계화된 수련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임의들은 인턴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턴을 폐지해 봐야 수련기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A대병원 전임의는 "레지던트 4년을 거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전임의로 몰려드는데 인턴을 폐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아마도 인턴을 폐지하면 전임의 과정이 1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인턴을 폐지하고 수련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인턴에서 전임의로 이어지는 수련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연차별 목표를 정해 체계화된 수련과정을 만들지 않으면 인턴 폐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밝혔다.
A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전임의의 말이다.
그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봉직의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됐다. 대다수 병원들이 대장내시경을 하지 못한다는 말에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5년차 자처…"치프 돼도 수술방 구경꾼"
전임의 정원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수련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난 전임의들이 레지던트 5년차로 불리며 전공의 업무를 도맡으면서 수련과정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
이 전임의는 7일 "전임의 숫자가 전공의와 맞먹다 보니 레지던트 고년차가 해야할 일을 전임의가 맡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수 입장에서도 전문의와 손발을 맞추는 것이 편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치프(레지던트 4년차)가 돼도 수술방에서 참관만 하다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며 "간단한 수술도 제1 조수는 커녕 제2 조수까지 모두 전임의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전공의들이 받아야할 수련을 전임의들이 침범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파행 수련으로 인해 대다수 전문의들이 전임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4년간의 전공의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술기를 전임의가 돼서야 배울 수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전임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전임의 공급이 크게 늘면서 이러한 악순환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전임의를 수년간 계속하는 전문의들이 늘어나면서 전임의가 돼도 필요한 술기를 접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
B대학병원 전임의는 "우리 병원만 해도 전임의 4년차가 2명이나 있다"며 "솔직히 이 정도면 사실상 교수인력이라도 봐도 무방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이들이 수술 조수를 도맡다 보니 전공의는 고사하고 전임의인 나조차 수술방에 들어갈 기회가 줄어든다"면서 "이러다가는 언제 세부수련 과정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임의 증가가 파행 수련을 불러오고, 나아가 수련기간까지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수련방식 주먹구구…전임의 하고도 인증의 기웃
사정이 이렇다보니 전임의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다 전문화된 세부전문의 인력을 양성하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값싼 전문의 인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처음 6개월간은 내가 왜 전임의로 들어왔나 끝없이 의구심이 들었다"며 "교수도 아니고 전공의도 아닌 애매한 선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전임의에 대한 체계적인 수련과정이 없다보니 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간다"며 "전공의를 관리하면서 전공의 노릇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중인 학회들은 수련과정에 대한 권고안을 내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병원과 해당 과장이 전권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공의 과정은 그나마 의무화된 수련 프로그램이 있고 병원 신임 평가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진행되지만 전임의는 수련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일부 전임의들은 수련과정 중에도 다른 전문과목 학회에 참석하거나 개원가에서 진행하는 인증의 프로그램까지 참여하며 곁눈질로 술기를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C대병원 전임의는 "내과 진료를 위해서는 초음파가 필수적이지만 전공의 과정은 물론, 전임의가 돼서도 배운 것이 별로 없다"면서 "결국 개원의 학회에 참석해 알음알음 초음파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의대 동기들과 만나봐도 대부분이 위장 내시경, 초음파, 대장 내시경 등을 전임의가 되서야 겨우 만져보는 상황이더라"고 환기시켰다.
"뒷짐진 학회·병협…역할 정립이라도 해달라"
이에 따라 상당수 전임의들은 의학회와 병원협회가 나서 수련교육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의를 따고서도 진로를 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노동력을 착취하는 상황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대병원 전임의는 "지금 수련제도를 보면 전공의 4년 동안 잡일만 시키고서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다시 배우러 온 전임의들을 또 다시 부려먹는 구조 아니냐"며 "결국 7~8년을 병원에 봉사해야 그나마 먹고 살 길이 열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려먹을 때 부려먹더라도 최소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르쳐 줄 것은 가르쳐 주면서 착취해야 할 것 아니냐"며 "학회와 병협이 나서 체계화된 수련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임의들은 인턴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턴을 폐지해 봐야 수련기간이 단축되지 않는다는 우려다.
A대병원 전임의는 "레지던트 4년을 거쳐도 제대로 배우지 못해 전임의로 몰려드는데 인턴을 폐지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아마도 인턴을 폐지하면 전임의 과정이 1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인턴을 폐지하고 수련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면 인턴에서 전임의로 이어지는 수련프로그램을 재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연차별 목표를 정해 체계화된 수련과정을 만들지 않으면 인턴 폐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