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의료행위 범위 명확히 할 때다

윤혜정 변호사
발행날짜: 2013-02-04 06:00:49
  • 법무법인 서로 윤혜정 변호사

지난해 4월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제주 H병원장과 PA(진료보조인력)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전협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김일호 전 회장은 해당 병원의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직접 상처를 내고 해당 병원을 찾아가 환자로 가장해 창상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창상 치료를 해 준 사람은 의사가 아닌 PA였고, 직접 진료를 함은 물론 상처까지 봉합했다. 이에 대전협은 제주 H병원에서 PA에 의한 불법의료행위가 행해지고 있다며 고발을 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법의료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PA에 대하여는 불구속 기소를 했으나 병원장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제주지방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지난해 11월 "사건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의사 등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의료법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응급구조사로서 그 같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잘못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결했다.

이에 벌금 300만원에 처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를 선고했다.

이것이 비단 지방의 한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대한외과학회가 가톨릭대 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국내 30개 대학병원과 5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벌인 PA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PA는 SA(수술보조인력) 89명을 포함해 모두 488명으로 파악됐다.

이를 전국 병원으로 확대한다면 PA의 수는 더 많을 수밖에 없다.

PA의 불법의료행위는 위법이니 당장 근절시키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PA가 많다는 것은 그들을 그만큼 필요로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등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특히나, 흉부외과 같은 기피 과들은 레지던트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한 환자를 수술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PA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잘못된 관행인 줄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이 병원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대학병원 교수들은 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PA의 고용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의사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공의 등 저렴한 저가의사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대형병원에서 전공의만으로는 부족한 인력을 메꾸기 위해 PA가 아닌 전문의를 고용한다면 현 수가 체계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지금처럼 PA를 활용한다면 현행 의료법에 위반됨은 물론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견을 시급히 모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PA가 불가피하다면 PA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PA가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이를 합법화하는 것이 시급할 듯 하다.

의사 대신 PA를 고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병원도 있겠지만 PA 1인 모집에 필요한 최소 의사수나 병상수 등을 도입하면 이러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떤 대안이 나오든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