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리베이트 사건 휘말린 일양약품 "억울하다"

이석준
발행날짜: 2013-03-11 12:03:16
  • "고인 A씨 자살과 리베이트 무관하다" 유가족 주장 일축

리베이트를 지시한 혐의로 고발 당한 일양약품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고인인 A씨가 일양약품에서 현금 로비 업무를 담당했는데 4억원 정도 금전 사고가 나자 회사로부터 변제 압박을 받았고, 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유가족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인의 공금횡령 자필 확인서.
11일 일양약품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을 이렇다.

고인인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갑작스럽게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연락이 두절됐다.

회사는 A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고인이 회사 공금을 유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일양약품 고위관계자 B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어렵게 A씨를 만났고 고인에게 전후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B씨는 "50여일 만에 본 A씨는 그간 알고 지내던 모습이 아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A씨가 겪은 도박과 사채 얘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A씨는 늘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듬직한 체격에 함께 어울릴 줄 아는 넉살과 술을 유난히도 좋아했던 친구였는데…"라며 안타까움 심정을 내비쳤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약 7년 전 아내와 별거했고 결국 몇 개월 전 이혼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도박과 사채였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도박은 어느 순간 도를 넘었고 급기야 불법 대부업자들로부터 초고금리 사채를 끌어다 썼다. 그 과정에서 회사 공급 횡령이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B씨는 "A씨는 매일 불어나는 사채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도피생활 중이었다. 그는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고 최근 심장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으로 꼭 복용해야 할 약도 못 먹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전후 사정을 듣고 그래도 어쩌겠냐며 A씨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 사주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잘못된 것은 사나이답게 책임지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하지만 이틀 뒤 연락하겠다던 A씨는 연락이 없었고 결국 자살이라는 비보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연관 자살이라면 사내 메일 보냈겠는가"

일양약품 관계자는 이같은 A씨의 사연은 B씨가 지난 1월 16일 사내메일을 통해 과장대리 이상 임직원들에게 알린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B씨가 사내메일을 보낸 것은 외부에 사실이 알려질 것을 감수한 행동이었다. 유가족이 주장하는 리베이트 관련 자살이었다면 굳이 메일로 공지해 확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고인은 기획실 소속으로 사내복지 업무 등을 담당해 리베이트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 유족이 리베이트 내역이라고 제보한 서류는 '그런 요구가 있었으나 우리가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회사로부터 변제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인이 무단결근 후 회사로 연락을 해와 자신이 도박에 빠져 공금 8억원을 유용했고 채권 추심도 당하고 있다고 고백하며 각서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일양약품 리베이트 고발을 접수받은 검찰은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사건을 내려보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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