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차' 금지령…사비로, 몸으로 때우는 이사들

안창욱
발행날짜: 2013-05-09 12:55:30
  • 법인카드 1차 한해 엄격 제한, 노 회장 "내역 공개 의향 있다"

8일 노환규 회장은 취임 1주년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모 기자는 노 회장에게 "고위 공무원들처럼 의협 회장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의협 노환규 회장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노 회장은 "법인카드를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 회장은 "정관상 의협은 공익단체이기도 하지만 이익단체여서 개인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공개할 용의가 있지만 대의원과 회원들이 결정하면 따르겠다"고 단언했다.

대의원회나 회원들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투명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얼마전 송형곤 대변인은 기자들과 술을 마시면서 "2차는 제 개인카드로 쏩니다"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법인카드는 1차에 한해 사용한다는 게 노 집행부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술자리든, 식사든 1차에서 끝내고, 불가피하게 2차를 간다면 개인카드를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외부 술자리나 식사가 잦을 수밖에 없는 의협 이사들은 1차가 끝나가면 슬슬 눈치를 살핀다고 한다.

의협 모 이사는 "솔직히 2차 가자고 하면 겁난다"면서 "법인카드 지출을 줄이고,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취지에는 100% 공감하지만 자주 개인카드로 2차를 계산하다보니 괴롭고 힘든 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법인카드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몸으로 때우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접대를 줄이는 대신 자주 방문해 눈도장을 찍거나 술 대신 당구를 치고, A급 식당 대신 B급이나 C급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비용을 줄이더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만큼 이사들의 고충은 그만큼 배가되기 마련이다.

송형곤 대변인은 "집행부 출범 초기 1차에 한해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회비를 투명하게 사용하자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이런 방식으로 한해 동안 법인카드 사용을 1/5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회장 역시 급여를 연간 1200만원 자진 삭감했다.

의협 회장 임기가 끝날 때마다 '회비 횡령'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의사들의 위상을 갉아먹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현 집행부의 의지가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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