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비친 병원은 '환자 등이나 치는 못된 집단'

안창욱
발행날짜: 2013-10-18 12:05:49
  • 남윤인순 "허위청구 손해 안본다" 김현숙 "민원 취하 압력"

A대학병원 K팀장은 요즘에도 진료비확인신청 민원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진료비확인신청제도는 환자가 진료를 받은 후 심평원에 진료비가 적정한지 확인을 요청하면 이를 심사해 만약 의료기관이 부당하게 본인부담금을 받는 게 있으면 환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환자들은 몇년 전 진료비에 대해서도 심평원에 진료비확인 민원을 신청하기 일쑤다.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진료비 확인 신청건수는 총 2만 4976건. 이 중 심평원이 환불처리한 게 1만 1568건(46.3%)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45억여원에 달한다.

심평원이 환불 결정했다는 것은 의료기관이 보험급여 진료비를 환자에게 비급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면 그대로 보면 부도덕하다.

K팀장의 주장은 다르다.

그는 "보험급여가 되는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비급여로 받는다면 진짜 나쁜 병원"이라면서 "하지만 5번 청구했더니 심평원이 모두 삭감하면 이걸 급여 대상이라고 판단해야 하나, 아니면 비급여라고 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K팀장의 주업무는 심평원으로부터 보험급여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으면 해당 진료비를 재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K팀장은 이 업무를 맡은 후부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보험급여가 되는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비급여했다고 치자. 그러면 의료기관이 해당 진료비를 환자에게 환불해 준 후 다시 심평원에 청구하면 비용을 지급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K팀장은 "환자가 민원을 넣으면 보험급여 대상이라고 하고, 의료기관이 해당 진료비를 환불해 준 후 재청구하면 삭감하는 게 심평원"이라고 질타했다.

심평원의 환자 민원부서와 심사부서가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은 18일 심평원 국감에서 "진료비확인제도에 따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받은 부당금액을 환불 처리한 경우에도 이를 다시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남윤 의원의 설명대로 하면 지난해 심평원이 환불 통보한 1만 1568건(46.3%), 45여원어치 진료비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환불해 준 후 공단에 재청구하면 전액 지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남윤 의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의료기관이 환불 결정된 1만 1568건 중 2381건을 다시 건강보험에 청구해 2억 9260만원을 지급받았다.

그렇다면 나머지 9187건, 42억여원은 어떻게 된 것일까?

남윤 의원은 "2억 9260만원은 추가청구 자료에 진료비확인환불 건으로 코드가 표시된 것만 추출한 것으로 의료기관이 코드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 확인할 수 없어 과소추계된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사실상 몇 건을 재청구했고, 이중 몇 건이 급여대상으로 지급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윤 의원은 "환자에게 부당하게 본인부담을 지우고, 건강보험에 허위청구를 한 의료기관은 아무 손해도 보지 않는 것"이라며 병의원의 부도덕성을 꼬집었다.

남윤 의원 스스로 재청구해서 돌려받은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고는 의료기관이 아무 손해도 보지 않는다는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K팀장은 "보험급여 대상이라고 해서 재청구하면 숱하게 삭감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왜 이런 현실은 간과한 채 의료기관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심평원에 진료비확인신청을 하는 것 마저 병원에서 압력을 통해 취하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 권리를 병원이 막아서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의 압력으로 진료비 민원을 포기하는 사례는 얼마나 될까.

김 의원 자료에 따르면 진료비확인 신청 취하건수는 2011년 4684건, 2012년 3965건이었으며, 이 중 병원의 취하종용에 따른 것은 각각 12건, 9건으로 전체의 0.2%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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