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3년째 흑자 행진…의사들은 왜 분노할까

박양명
발행날짜: 2014-01-04 07:00:35
  • 작년 3분기 4조원 누적, 노환규 회장 "병의원은 망해가는데…"

건강보험 재정이 2013년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당기수지 흑자는 2011년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저수가 문제를 공론화 하고 있는 의료계 입장에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건보재정 흑자 상황이 곱지만은 않다. .

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공개한 지난해 3분기 건강보험 재정현황(현금흐름 기준)을 보면 건강보험 총수입은 11조 1009억원, 총지출 10조 377억원으로 당기수지 7144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건강보험 재정현황(현금흐름기준, 단위 : 억원)
1분기부터 발생한 흑자를 모두 더하면 무려 4조 1133억원에 달한다.

전년도 같은 기간 누적수지 4조 422억원 보다 711억원이나 많은 수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매년 5월 들어오는 직장가입자 정산금 1조 5000억원이 3분기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통상적으로 4분기에는 지출이 수입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2년 4분기는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 265억원이 당기수지가 마이너스였다.

이 관계자는 "4분기 당기수지가 마이너스라도 흑자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2012년도와 비슷하게 2013년도 직전년도와 비슷하게 당기수지가 3조는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흑자는 7조 1290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은 현재 흑자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 중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2월말 2013년 4분기 건보재정까지 합쳐진 결산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으로 원인 분석에 들어갈 것"이라며 "2012년에는 약가 인하 정책이 건보재정 흑자에 큰 영향을 줬다. 이는 이듬해 3월까지도 효과를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누적 흑자분이 절대 많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년에 쓰이는 지출이 42조원이다. 한달 평균 3조 5000억원이 나가고 있다. 7조가 있다고 해도 두달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작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병의원이 진료한 시점부터 급여비를 지급받기까지 계류 중인 35일치 급여비 5조 4000억원이 부채가 됐다. 흑자기조라고 해도 돈이 남아서 어디 쓸까를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재정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법정준비금은 총 지출액의 50%인 약 20조원이 돼야 하는데 흑자분은 여기에 한참 못미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2011년 6008억원 흑자를 시작으로 3년째 계속되고 있는 흑자 기조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SNS를 통해 "건보공단이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진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의학적 판단이 아니라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따라 치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천개의 병의원이 경영난으로 폐업했고, 수만명의 의사가 원가 이하의 저수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직업윤리와 싸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보장성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내고 있는 건보공단이 원인을 공개하고, 이것이 과연 칭찬받을 일인지 대해 냉철하게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회장 의견에 동의를 표시한 한 개원의도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적자는 지양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의료 현장은 허덕이는데, 건강보험 흑자는 장사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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