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부리다 자충수 둔 관동의대…존폐 기로 섰다

발행날짜: 2014-01-10 06:44:37
  • 분당제생과 동거 시작부터 삐걱…인증평가 통과 확률 희박

|초점 = 위기의 관동의대 어디로 가나|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관동의대가 사실상 마지막 희망을 걸며 분당제생병원에 손을 내밀었지만 살림을 합치기도 전에 삐걱거리며 잡음을 내고 있다.

특히 분당제생병원을 통해 의대 인증평가를 넘겨보려던 꼼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존폐 기로에 선 모습이다.

코 앞으로 다가온 의대 인증평가…인증 여부 불투명

현재 관동의대가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의대 인증평가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지난해 1월 의대 인증판정위원회를 열고 관동의대에 인증 유예 판결을 내렸다.

명지병원과 결별하고 광명성애병원으로 교육병원을 옮긴 것을 보고하지 않은 것과 뒤늦게 제출한 주요 변화 보고서 모두 평가 기준에 어긋낫기 때문이다.

인증 유예 판정을 받을 경우 1년 안에 평가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며, 만약 1년 안에 재인증을 받지 못하면 불인증 판정을 받게 된다. 관동의대에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코 앞으로 다가온 의대 인증평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불인증을 받게 되면 관동의대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교육부가 조만간 의평원을 정부 인정 평가인증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기 때문.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는 정부가 지정한 평가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의대 졸업생은 국시 응시 자격이 제한된다.

하지만 관동의대가 의대 인증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황이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교수 인력이다. 인증평가를 받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관동의대에는 31명의 교수가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의학교육 평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13개 기초의학 분야에서 최소 1명 이상씩 총 25명의 기초의학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임상 전임 교수도 최소 기준이 85명이다.

결국 겸임 교수를 제외하고 최소 110명 이상의 교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동의대는 적어도 80명 이상 교수를 임용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최근 협력병원 협약을 맺은 분당제생병원 전문의들을 교수로 임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지만 이 또한 만만한 일은 아니다.

우선 전임 교수 인정 조건이 의대 졸업 후 임상강사 등의 교육 관련 경력이 필수 사항이며 최근 2년간 전임 교수 1명 당 국내외 연구실적 1건 이상이 필요하다.

즉, 전임 교수 최소 인원인 110명을 맞춘다 해도 최근 2년간 연 평균 110편 이상 논문이 나오지 않았다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의평원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인증 유예가 나온 만큼 평가 기준에서 하나라도 미달되면 불인증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협력병원 분당제생…위험한 줄타기

이러한 면에서 과연 분당제생병원이 사실상 심정지 상태에 빠진 관동의대를 소생시킬 여력이 되는가가 관건이지만 이 또한 그리 희망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아직 살림을 합치기도 전에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일고 있으며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갈등의 씨앗은 바로 관동의대에 속해있는 31명의 교수들이다. 분당제생병원이 과연 이 31명을 모두 수용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

병원계에서는 사실상 전원 이동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초 대형병원이 아닌 이상 시니어 의료진 31명을 한번에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동의대 일부 교수들이 동요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이다.

관동의대 A교수는 "당초 31명 모두 이동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아직 확정은 아니라는 소문도 있다"며 "이 부분은 확실하게 매듭지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분당제생병원 의료진도 동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31명 모두를 수용한다면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분당제생병원 모 전문의는 "솔직히 관동의대 전문의들이야 교원이니 어쨋든 정년이 보장되지만 우리는 월급쟁이 아니냐"고 털어놨다.

종교 문제도 난제 중에 하나다.

명지재단은 설립 목적에도 기독교 사상이 명시돼 있으며 원내, 교내에서 채플을 실시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재단이다. 하지만 분당제생병원은 대순진리교 산하 대진의료재단이 주체다.

각 재단에서 최대한 서로를 인정한다 해도 완전히 융화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재단 일부에서는 협력병원 협약 자체를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부모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과연 분당제생병원이 학생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관동의대 학부모협의회 관계자는 "강의실 등 하드웨어는 광명성애병원보다 낫겠지만 오히려 교육 능력은 1년이나마 경험이 쌓인 광명성애가 나을 지도 모르겠다"며 "더욱이 관동의대와 분당제생병원간에 협의도 제대로 이뤄진 것 같지 않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도대체 언제까지 병원만 바꿔가며 연명을 할 것인지 한탄스럽다"며 "관동의대와 명지재단의 거짓말에 신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관동의대 학부모협의회는 조만간 비공개로 학부모 토론회를 열고 현재 상황을 정리한 뒤 앞으로의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우선 분당제생병원에 학생 교육 프로그램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공문을 보내 놓은 상태"라며 "답변 내용을 가지고 학부모들과 상의한 뒤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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