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전 '브랜드' 개념 정립…경영성패 좌우한다"

손의식
발행날짜: 2014-06-04 07:35:29
  • 바로선병원, 미션·가치 강조한 브랜드 환자 30% '증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3년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설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1831곳이고 폐업한 곳은 1536곳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률은 2009년 74.8%에서 2012년 89.2%까지 높아졌으며, 가장 주된 폐업사유는 '경영상 어려움'이 3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고민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른 종별 의료기관에 비해 경쟁력이 열악한 개원가의 고민은 더욱 큰 것이 사실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가의 경영 상황. 무엇이 문제일까.
메디칼타임즈는 의료기관 전문 컨설팅 기업인 '엘리오앤컴퍼니'가 제공한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와 해결방안을 짚어봤다.

정철 팀장(엘리오앤컴퍼니 브랜드전략팀장)
엘리오 브랜드전략팀 정철 팀장은 개원가에서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정 팀장은 "의료분야에서 브랜드를 이야기하면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개념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브랜드를 단순히 홍보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고 인테리어나 건축 및 프로모션의 일부 등 이미지와 연계해서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팀장이 이야기하는 브랜드란 '고객이 구입할만한, 완성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는 고객과의 관계가 가장 핵심인 셈이다.

정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의료기관 브랜드라고 하면 보통 빅 5병원을 생각한다"며 "그런 병원들은 규모적인 부분 외에도 서비스라는 측면이 고객이 기대하는 바와 가깝게 있고 고객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측면에서 많은 컨텐츠 다뤄지고 있다. 실제로 거기에 집중한 병원들은 브랜드 평가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결국 브랜드라는 관점은 병원이 지향하는 가치를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와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팀장은 "때문에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은 이미지에 대한 변화일 뿐 병원의 메시지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세련됐다고 병원이 반드시 잘 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설부터 외부 및 내부 세팅 등에 병원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 이것이 브랜드 이미지 관리이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관리가 병원의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바로선병원'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바로선병원은 척추 수술을 잘하는 병원을 모토로 개원했지만 실제 척추 수술을 받는 환자보다 그렇지 않은 환자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브랜드 가치도 낮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3년전 한 장애인단체와 문제가 생기면서 병원 앞에서 2개월 가량 시위가 이어지면서 병원 평판도 안 좋아지는데다 의료진마저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병원 이미지가 안 좋아지자 바로선병원은 병원 이름을 바꿀 생각도 했다는 것.

정 팀장은 "병원장의 말을 들어보니 바로선이라는 이름은 바른 마음으로 베풀면서 성장하겠다는 좋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며 "이름을 바꾸지 않고 이미지를 바꿀 수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나선 것.

엘리오는 바로선병원의 로고부터 바꾸기로 했다.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존 바로선병원의 로고는 척추질환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 오히려 비뇨기과나 녹십자 등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새로 바뀐 로고는 '바로선'의 한글 이니셜인 'ㅂ, ㄹ, ㅅ'을 세로로 배열함으로써 척추를 연상시키게 할 뿐 아니라 'ㅅ'을 맨 위에 배치함으로써 사람(환자)를 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병원 벽면 역시 병원명만 적혀 있을 뿐 고객에 대한 메시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여기에 '바른진단 바른치료'라는 가치와 미션을 담음으로써 환자를 대하는 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게끔 했다.

▲시각적으로 거의 활용을 못하고 자전거 거치대 등으로 활용되던 병원 입구에도 병원장의 사진을 배치해 진료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과거 진료대기실의 경우 진료과 구분도 제대로 안 돼 있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특히 대기실 중간의 원목기둥은 답답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새로 바뀐 대기실의 모습은 기존 건물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정리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각물을 배치해 진료과에 대한 부분도 정리했으며 기둥도 하얀색으로 바꿈으로써 기존의 답답한 느낌을 벗었다.

실제로 바로선병원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통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환자 수가 30%나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정 팀장은 바로선병원의 사례는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에도 접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규모 의료기관에도 브랜드라는 마인드 접목이 가능하다"며 "어떤 활동을 하던 사회적으로 타당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에 의미가 있으면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대형병원이건 동네의원이건 같다"고 말했다.

개원 단계에서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포장은 인테리어나 홍보에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반면 브랜드는 고객 또는 환자들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주변 개원가와 비교해 어떤 컨텐츠를 지녀야 경쟁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별다른 고민없이 개원하는 게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일 때가 브랜드 성공확률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좋은 기회"라며 "개원할 때 지역 안에서 처음 느낌을 살리지 못하고 인테리어나 홍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멈추게 된다. 나중에 개선하는 건 선입견이 유지되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수혈이 필요할만큼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개원 이전에 진료와 환자에 대한 철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대학병원만이 세울 것 같은 철학과 메시지를 나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메시지가 규격화되고 원내에 심어지면 이 의원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모적인 홍보에 대한 경계의 생각도 덧붙였다.

그는 "개원가 중에 온라인 마케팅이나 홍보에 상당히 많은 비용을 쏟아붓는 곳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일 뿐이다"며 "이 병원을 꼭 가야한다는 목소리를 들으려면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 비전을 세우고 거기에 맞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목'만 보고 개원을 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팀장은 "개원가의 가장 큰 문제는 포화상태라는 점"이라며 "목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개원한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이다. 나중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원을 준비할 때 주변의 고객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느냐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른 차원의 생각과 컨셉이 없으면 어려울 것이다. 어떤 의원을 세울지에 대한 고민을 치밀하게 한다는 것이 곧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원가의 가장 큰 고민은 결국 고객 수 아닌가. 정부의 지원이나 제도의 변화만 바라고 기대하기에는 시간도 오래걸리고 실제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알면 성장할 수 있다"며 "이런 마인드와 가치 실현의 의지가 있는 개원가는 다른 곳보다 유리할 것이다. 누가 먼저 올바른 마인드를 가지고 좋은 병원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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