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하나, 스텐트 규제 문제있다

김명성
발행날짜: 2014-10-29 11:55:23
  • 성남 김안과의원 김명성 원장

올해 12월부터 심장 스텐트 시술 시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바뀐다. 동맥경화로 심장혈관이 좁아진 곳을 스텐트로 넓혀주는 시술로 심장수술에 비해 간단하고 덜 위험해서 많은 심장질환 환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

심장수술에 비해 간단하다고 하지만 스텐트 시술은 사타구니의 동맥에 얇은 관을 넣어 혈관을 따라 심장의 막힌 혈관까지 찾아가는 작업으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복지부가 세계에 자랑하는 의료수준으로 선진국 심장전문의도 포기하는 심장의 작은 혈관이나 여러군데 막힌 경우도 스텐트 시술로 거뜬히 해결하곤 한다. 얼마 전 모 재벌회장의 심근경색에도 스텐트를 삽입했으니 그 효과나 안정성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전에는 대도시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했던 시술이었으므로 많은 심혈관질환 환자들이 경제적 혹은 지리적 제한으로 제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대학병원 뿐만 아니라 지방의 중소병원까지 이러한 기술을 가진 심장내과전문 의료진을 확보해 인구노령화로 인한 심혈관질환 증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게 됐다.

그 결과 스텐트 삽입건수의 증가로 보험급여가 늘어나고, 평생 3개까지 보험급여가 제한된 스텐트 개수로 인해 4개 이상 사용할 경우 비급여비용이 증가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인구노령화와 이와 관련된 질환의 치료비용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심장 스텐트 삽입의 새로운 급여기준은 이런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무시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심장을 살리는 중요한 스텐트 시술을 엉뚱하게도 과도하게 남발된다는 것과 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는 근거로 규제하고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다르다는 핑계로 그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복지부의 자세도 옳지 않다.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환자의 치료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복지부가 환자의 발생과 종류까지 규제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현재 급여기준은 심장 스텐트의 개수를 평생 3개까지만 인정하고 4개 이후에는 비급여로 환자가 100% 본인부담으로 어느 병원에서나 같은 기준이다. 새로운 급여기준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중소병원에서는 복지부에서 인정하는 기준에 맞는 환자만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있다. (응급상황과 인근 흉부외과전문의가 있는 대형병원과 협약 시 예외로 하는 조항이 있지만, 심장병환자의 위급함을 생각하면 그저 핑계용 조항에 불과하다.) 그러나 흉부외과 전문의를 갖춘 대형병원은 스텐트 시술에 제한이 없다.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이 실제로는 스텐트 시술을 제한하고 비급여 시술은 못하게 해 대학병원에 갈 수 있는 경우만 무한정 스텐트 시술을 받을 수 있으며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많은 지방의 중소병원에서는 그 시술을 제한하는 기준이다.

이제 대학병원에 갈 처지가 못 되면 중소병원 급여기준에 맞지 않는 심장병은 걸리지 말라는 것인가? 아니면, 혹시라도 복지부 담당 공무원은 사람의 심장이 2~3개쯤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학적으로 특정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입증된 약이라도 약품허가사항에 없으면 급여기준에 맞지 않는 처방으로 규제하고 환수에 재미 본 복지부가 이제는 약품처방에 이어 목숨이 달린 심장질환의 스텐트 시술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꼭 규제를 해야 한다면 환자의 종류뿐만 아니라 치료도 선택해 주고, 나아가 복지부에서 규정한 대로 치료한 책임까지도 복지부에서 함께 떠맡아야 정상이다.

대형병원과 대기업을 위한 원격의료 및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식당에 숙박업까지 진출하도록 해준 보건복지부의 대형병원 사랑이 도를 넘어선 기분이다. 동네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까지 제한하는데, 오히려 복지부는 돈 없는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차의료기관을 포함한 중소형병원의 몰락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새로운 급여기준으로 중소병원에서 스텐트 시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는 어떻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학병원이나 급여기준을 갖춘 병원으로 가면 된다'는 식의 복지부에게 경제적 이유로 큰 병원에 못가는 서민들도 배려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한 부탁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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