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잘했다고 박수 받을 수 있는 회장되고 싶다"
|기획-동행취재|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표밭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발로 뛰는 선거를 표방하는 후보자들(기호 순)의 하루 일과 스케치를 통해 누구를 만나, 어떤 전략으로 표심을 공략하는지 들춰봤다. -편집자 주"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추무진 후보(기호 2번·55세·서울의대)를 만나는 사람마다 그에게 건네는 걱정의 말이었다.
실제로 추 후보는 지난 1월 정부의 규제 기요틴 정책에 반대하며 했던 단식 농성 후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고,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그는 "체력을 많이 회복했지만 아직 조금 달리네요"라며 솔직하게 답한다.
현재 의협 회장이기도 한 추 후보는 회무를 챙기랴, 선거 운동을 하랴 살이 찔 겨를이 없다. 오히려 단식 때보다도 체중이 더 줄었다고 한다.
메디칼타임즈는 9일 추무진 후보의 살찔 겨를 없는 이중생활을 따라갔다. 이날의 마지막 일정인 충남의사회 토론회까지 약 12시간을 추 후보와 함께 하기로 했다.
추 후보의 하루는 의협 회관 회장실에서 시작된다.
회장실 문을 열기 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을 수첩과 카메라 배터리를 체크했다.
선한 웃음을 던지며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에서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단식하던 때의 사진이 뇌리에 남아 있는 까닭인지 수척한 모습을 상상했던 터였다.
[오후 2시]이 날 추 후보의 첫 행선지는 세종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의 불합리함을 알리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의협 회장의 자격으로 말이다.
같이 점심을 먹고 가는 줄 알았는데 웬걸. 점심을 챙길 시간조차 없단다.
그의 일정에는 대한안과학회 김만수 이사장,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태경 이사장이 함께 했다.
의협 회관에서 세종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네 사람은 이동하는 차 안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학회 측은 관련 논문, 언론 보도 등 복지부를 설득할 근거를 단단히 준비했다. 이재범 회장은 세극등현미경까지 직접 들고 왔다.
추 후보는 "세 분이 있어 든든하다"며 "학회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복지부와의 만남도 빠르게 성사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1시간이 훌쩍 넘도록 복지부와 간담회를 가진 추 회장은 "복지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나왔다.
그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무조건 반대한다는 게 아니라 의학적 근거를 갖고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 복지부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정부는 의료정책을 추진할 때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훌쩍 넘었다.
"선거운동은 언제 하시나요?" 짧은 질문을 던지자 추 회장이 뜻밖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의협 회장이다 보니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서 (만나러) 간다고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협 회장도 같이 하다 보니까 말도 강하게 못하겠고 (상황이) 애매하더라구요."
이제부터는 의협 회장 후보로서 선거운동에 나설 시간이다. 회장으로서의 임무가 끝난 만큼 추 후보는 관용차 대신 개인 차를 이용했다.
충청남도의사회가 주최하는 의사협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까지 남은 시간은 이동시간을 빼면 2시간 남짓.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개원가를 방문하기로 했다.
"개원가는 오후 4시 이후가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라며 순천향대병원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맺었던 인연 두 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약속된 일정이 아니었음에도 의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의 발걸음에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보궐선거 당시 신발 뒤축이 닳을 정도로 발로 뛰어봤던 경험에다가 10개월 넘게 의협 회장으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덕분이다.
"의협 회무를 하면서 국회를 하도 많이 왔다갔다 하다보니 한 국회의원이 신발이 다 닳았을거라고 농담을 하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비오는 날 양말이 젖어있길래 신발을 봤더니 밑창이 다 닳아있었습니다."
추 후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O이비인후과의원 원장도 한걸음에 달려나왔다. 서로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잠깐 담소를 나눈 뒤 추 후보는 홍보물을 전달했고, 이 원장은 "의원 문 앞에 붙여놔야겠다"라며 화답했다.
하루종일 물만 마시는 강행군 속에서도 그의 발걸음은 바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아까워 3층 높이는 계단을 이용했다.
기분 좋게 옮긴 다음 장소는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옆 건물 D이비인후과다.
환자가 많았던 터라 원장과의 대화는 힘들었다. 직원에게 사정을 말한 후 다음 환자가 들어가기 직전에 원장과 잠깐 인사를 주고받고 홍보물만 전달했다.
다음은 천안에 위치한 대학병원들.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전공의에게 12일에 있을 전공의 처우개선 입법 토론회 홍보자료와 후보 전단지만 전달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이동하는 시간, 차 안에서도 추 후보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토론회에서 해야 할 말들을 틈틈히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부스럭 꺼낸 하얀 종이에는 전날 가정의학과의사회, 내과의사회에서 했던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선거 운동으로 토론회, 학술대회 등을 많이 다니고 있는데 매번 같은 말을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정의학과의사회에서는 약사들의 만성질환관리 교육, 내과의사회에서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 등을 이야기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거죠."
그는 충남의사회 주관 토론회에서는 '청양보건소장에 의사 임용 탈락' 등 지역보건의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준비를 했다.
그는 "공공보건의료기관 근무의사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공의료 업무 수행에 적합한 의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의협 정책이사 때부터 관심을 갖고 추진해 왔던 일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은 의협이 당연히 해야 할 고민"이라고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는 추무진 후보. 그는 현재 의협 회장으로서, 그리고 앞으로 의협 회장이 된다면 회원들에게 "잘했다고 박수 받을 수 있는 회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