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신고만 남은 '상실의 시대'

박양명
발행날짜: 2015-05-21 11:00:59
서울 강남구 A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원장은 최근 개원하면서 인근 비슷한 진료를 하는 한의원, 정형외과의원에 일일이 인사했다.

같은 건물에 개원하고 있어도 서로 얼굴을 모를 정도로 '정'을 나누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긴데, 개원했다고 인사를 하는 훈훈한 상황이라니…

그런데 인사를 나선 이유가 씁쓸하다.

경쟁 의원이 생겨 매출에 영향을 끼친다고 악감정을 품을까봐 먼저 이미지 관리에 나선 거란다. 혹시나 밉보이면 세무서나 보건소 등에 신고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끼어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상생을 위한 선의의 경쟁보다는 비윤리적 경쟁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

병의원이 밀집해 있고, 비급여 진료과목이 몰려 있는 곳일수록 볼성 사나운 경쟁은 특히나 심하다. 이웃 의원에 흠이 없는 지만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용 성형 관련 진료과목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의 B 의원 원장은 경쟁 의원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고 한다. 혹시나 이웃 의원이 의료법을 위반한 광고를 하지는 않았나 찾기 위해서다.

강남구 한 이비인후과의원 원장은 "같은 빌딩에서 위아래 선후배가 같은 직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보니 1년에 한 번도 같이 점심을 안 먹는다.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을 때 눈 인사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소통과 화합이 시대 화두다. 그런데 경쟁도 해야 한다.

소통과 경쟁이라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소통이라고 해서 거창한 게 아니다. 삭막함을 깰 정도의 면면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혹시나 같은 건물에 있는 이웃 원장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을 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 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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