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전원환자, 회송수가 약발 못 믿겠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6-01-22 05:05:59
  • 서울아산, 의뢰-회송수가 사업 참여 독려…개원가 "안 해도 그만"

상급종합병원과 병의원 간 진료 의뢰-회송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이 일선 의원에 시범사업 참여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을 받아든 개원의들은 원격의료의 포석이 아니느냐며 제도 참여 자체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의뢰한 환자가 회송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 진료의뢰협력센터(ARC)는 최근 공동연구 진료기관, 협력병원, 회원병의원에 진료의뢰-회송 수가 적용 시범사업 참여 신청 안내 공문을 일제 발송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시범사업 계획 요약본과 참여 신청서를 첨부하며 "성공적인 사업 구축에 이바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진료 의뢰-회송 수가 적용 시범사업 계획에 따르면 의뢰하는 협력 병의원은 1만원, 회송하는 상급종병은 4만 2000원의 수가를 받는다.

회송 후 환자 관리를 위한 협력 병의원의 실시간 전화는 1만2000원, 화상은 2만2000원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상급종병이 실시간으로 전화를 했을 때 수가는 1만6000원, 화상은 4만원이다.

이 같은 서울아산병원의 움직임은 협력 병의원의 시범사업 참여 동의서를 받기 위한 절차 중 하나다. 아직 동의서를 받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은 일부 대학병원과는 차별화 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의 공문을 받아든 개원가는 사업 참여 자체를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곳곳에서 걸림돌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회송 수가가 4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상급종합병원이 협력병의원으로 환자를 회송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서울 노원구 A비뇨기과 원장은 "사실 대학병원들은 협력 병의원의 진료의뢰 환자들에게서 얻는 수입을 무시할 수 없다.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며 "대학병원 내에서도 진료과목끼리 실적 경쟁도 있다 보니 4만원의 회송 수가가 있다 해도 환자를 얼마나 회송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래 수가도 없던 진료의뢰서 발급에 대해 1만원의 수가가 생겼다고 하지만 의원 입장에서는 회송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자조했다.

서울 B산부인과 원장도 "환자 한 명 회송하고 4만원 청구하는 것보다 그 환자를 안고 가는 게 대학병원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일 것"이라고 비관하며 "회송률이 5%도 안되는 게 현실이다. 대학병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만원으로 책정된 의뢰 수가도 찜찜하기는 마찬가지. 얼핏보면 진료의뢰서 발급에 대한 수가가 없었기 때문에 1만원이라는 수가 신설이 가뭄의 단비 같을 수 있다. 하지만 검사를 통해 진료의뢰를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 광진구 B내과 원장은 "검사를 해서 이상이 있을 때 진료의뢰를 하는데 요즘은 검사 내용을 CD에 굽고 환자에게 설명하는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진찰료 외에 1만원씩 추가로 비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뢰 수가가 1만원인데 따지고 보면 남는 것도 없다. 없던 회송 수가가 생긴 데 의의가 있을 뿐"이라며 "본사업으로 가게 되는 날에는 환자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어 민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로 가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특히 '실시간 전화, 화상 수가' 신설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송파구 C내과 원장은 "환자 관리, 실시간 화상이라는 말은 원격의료를 위한 떡밥 아닌가"라며 "시범사업에 참여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송파구 D가정의학과 원장도 "의사끼리 전화나 화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게도 좋은 것"이라면서도 "수가 신설을 빌미로 추후에 의사-환자에 적용하는 원격의료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B내과 원장 역시 "실시간 전화, 화상이라는 용어를 집어넣은 목적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순수한 의도였다면 수가만 잘 정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원래 허용되던 의사-의사 사이 전화 및 화상 진료에 수가가 책정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화와 화상 관리는 의사-의사 간 원격의료를 토대로 응급실 협진 모델을 준용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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