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돈놀이에 무너진 상아탑…서남의대생의 눈물

발행날짜: 2016-06-09 12:01:59
  • 부실운영·인수전으로 만신창이…정치 논리 더해져 악화일로

|초점=서남의대 폐과 논란|

부실 교육에 방만 경영, 인수전 가열로 만신창이가 된 서남의대가 결국 문을 닫는 상황까지 몰렸다. 하지만 여전히 머니게임과 정치싸움은 진행형이다.

설립자와 재단, 무리하게 의대를 욕심내던 인수자들, 정치권에 교육부까지 참여한 고래싸움에 상아탑은 무너졌고 의사를 꿈꾸던 학생들은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20년간 이어온 부실 논란…마지막까지 돈놀이로 귀결

서남대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최근 교육부에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을 폐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정상화 방안에는 서남의대 폐과를 전제로 과거 교육병원이던 남광병원과 녹십자병원, 남원병원 등 약 46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계속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의대와 병원을 모두 팔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셈이다.

서남대는 교육부에서 실시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각종 정부 연구 사업은 물론, 장학금과 학자금대출까지 모두 막혀있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 10여년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의대 평가 인증을 거부하면서 2018년부터는 졸업생이 의사 국가시험에 지원할 수 없는 상태에 몰려 있는 상태다.

결국 이러한 극단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의대 문을 닫고 병원을 팔아 대학 전체가 무너지는 상황은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남대 구성원들과 임시이사회,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명지병원 등은 이러한 방안에 결사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부 또한 서남의대의 폐과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5년도부터 대학구조개혁에 착수해 부실 대학 정리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개혁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교육부는 부실대학으로 지정된 13개 대학의 자금줄을 완전히 차단한 채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중 서남대는 의대 문제로 1년이 멀다하고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부로서도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이러한 가운데 서남대가 자진해서 의대를 폐과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굳이 이를 말릴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학구조개혁으로 인한 부실대학 정리 1호라는 점에서 정책 기조에 힘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대학을 통째로 뺏길 위기에 놓인 설립자와 재단으로서는 460억원의 현금을 마련해 대학을 되찾을 기회를 볼 수 있고 교육부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남대를 정리할 수 있는 이해 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의대를 지키고자 하는 지역 정치권과 의대 설립을 원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민심을 얻기 위해 정치 싸움을 시작하면서 서남의대를 둘러싼 논란에 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고래싸움에 피멍드는 학생들…"의사 꿈꿨을 뿐인데"

문제는 이러한 고래싸움에 의사를 꿈꾸던 학생들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져들며 피멍이 들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교육으로 상처를 입고 겨우 추스린 마음이 인수전으로 다시 혼란스러워졌다가 폐과라는 극단적인 카드에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교육부는 서남의대에 대한 특별감사를 통해 서남의대생들의 임상실습이 부실하다고 결론 내리고 학점과 학위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비록 법원에서 서남의대생들의 손을 들어주며 학위가 취소될 상황은 넘겼지만 수년간의 법정 싸움속에서 의대생들은 가슴을 졸이며 면허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그 후에는 인수전이 벌어졌다. 서남의대를 둘러싸고 명지병원과 예수병원을 비롯한 4개 컨소시엄이 참여한 인수전은 네거티브 양상을 보이며 과열됐고 마지막까지 수많은 잡음이 발생했다.

학생들은 과연 대학이 인수되는 것인지부터 정상화가 될 수 있을지, 또한 모교의 이름이 바뀌는 것인지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학업을 이어가야 했다.

그나마 명지병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면서 마음을 놓는듯 했다. 명지병원이 재정 투입과 교육 정상화를 약속하며 학생들을 다독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지병원의 약속도 모두 공염불로 돌아갈 상황이다. 자금에 문제가 없다던 명지병원은 당초 제시한 자금 마련 계획을 이행하지 못해 협상 결렬 위기에 놓여있다.

서남대 설립자와 구 재단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준 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나타난 구원자에게 뒷통수를 맞은 꼴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들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며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도 학생들의 거취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데다 상황 또한 설명해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의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들의 싸움에도 구 재단과 임시이사회, 명지병원간에 벌어지고 있는 머니게임에도 학생들의 자리는 없는 이유다.

서남의대 본과 4년생은 "워낙 논란이 많은 학교라 두려움을 안고 입학한 것은 사실이지만 6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단 한번도 마음 편히 공부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6년간 든 생각은 정부도 재단도 심지어 임시이사회와 명지병원도 학생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의사의 꿈을 안고 입학했을 뿐인데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알아버린 기분이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구 재단이 제출한 정상화 방안과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학생들의 거취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모든 것이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만약 폐과가 되는 상황이 된다면 현재 학생들은 타 의대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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