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네 글자에 감염된 대한민국…막연한 공포에 벌벌

손의식
발행날짜: 2016-09-01 12:39:31
  • 의료계 "콜레라 전파 가능성 낮은데 공포 확산…전문가 의견은 언제쯤"

영화 <감기>의 한 장면.
"이 정도면 집단감염이라는 단어 감염병에 걸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콜레라 감염환자 발생을 지켜 본 모 의사의 한마디다.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고르라면 아마도 '집단감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메르스에 이어 C형간염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의 무게는 무거워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국내에 콜레라 환자 3명이 발생하면서 콜레라에 대한 국민적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콜레라 발생이 잡단발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혹시 모를 집단발생을 막기 위한 노력은 소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31일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산발적 발생으로 보고 있다"며 "거제에서 콜레라 환자가 3명이나 발견된 만큼 집단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는 아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특히 현재 국내 방역체계를 볼 때 콜레라의 집단발생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
창원 파티마병원 마상혁 과장은 "호흡기 전파가 아니고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로 인하여 전파가 되므로 다수의 집단 발생은 있을 수 있으나 지금처럼 방역체계가 되어 있는 이상에는 대규모 전파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레라 확산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마상혁 과장은 "최근 콜레라에 대한 사회적 공포감은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며 "(언론 등에서)너무 앞서간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메르스 사태와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 등으로 가뜩이나 감염병에 예민해져 있는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 과장은 "콜레라 환자 3명 발생에, 그것도 모두 퇴원한 경우인데 마치 곧 전국에 퍼질 것이 이야기하는 것에는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며 "감염원이 오리무중인 것도 당연하다. 바다물에 감염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바닷물이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찾을 수 있나. 집단 발생을 했을 때는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산발적인 발생은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데 인색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콜레라가 경남 거제에서 발생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콜레라 발생 즉시 경남 지역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며 "형식적으로라도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면 좋을 텐데 질병관리본부 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만들 생각조차 안 하는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콜레라 확산에 대한 공포는 초점이 잘 못 맞추졌다"며 "콜레라 환자 3명 발생, 일본뇌염 환자 1명 발생, 이게 국민이 불안한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의료계가 마냥 정부의 요청만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아쉬운 것은 전문가 단체인 의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데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니까 국민에게 외면 당하고 설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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