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진단·치료 어려운 질환, 한방으로 해결?"

발행날짜: 2016-10-26 05:00:55
  • 보건산업진흥원, 한방 통합의료서비스 연구…의료계 "글쎄"

의학에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운 질병을 한의학에서 '통합의료서비스'로 치료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정부 기관이 3000만원을 투입해 연구를 추진한다. 정부가 10년 동안 한의학 연구에 쏟아부은 1조원이라는 액수의 0.3% 수준에 불과하지만 의료계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5일 '한방의료기관 통합의료서비스 제공 실태 조사' 관련 연구용역을 재입찰 공고했다. 연구비는 3000만원, 연구기간은 1개월이다.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한방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영역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데 연구 목적이 있다. 연구대상은 한의원이 아닌 한방병원인데, 올해 2분기 기준 한방병원 숫자는 274곳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양방에서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운 질병 영역을 한방에서는 미병이라는 개념으로 통칭하고 있다"며 "이 영역 관리를 통해 암, 만성질환 등 질병 유병률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학에서 치료할 수 없는 영역에 한방 통합의료서비스 방식을 통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보건산업진흥원의 생각이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한의원이 아닌 한방병원을 대상으로 통합의료서비스 제공 실태 및 향후 제공의향을 파악하고 앞으로 미병 관리를 위한 센터 지정 시범사업 추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의료는 이미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용어"라며 "양방에서 케어가 안되는 것을 한의학적으로 미병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데, 한방 육성 차원에서 이 영역을 찾아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소식을 접한 의사단체 관계자는 "한의학 자체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다. 의학에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는 또 어디있나"라며 "한의학에 통합의료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보건산업진흥원의 입찰계획서부터 납득이 어렵다"며 "한의학으로 무슨 통합의료를 한다고 할지 오히려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1년에 1000억씩 쏟았지만…투자 옳은지 고민할 때"

보건산업진흥원의 이 같은 연구 움직임은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이 한의학 육성 연구에 재정을 더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한의약 육성 발전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의 1~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정부는 2006년부터 한의약 육성 발전 계획에 따라 10년 동안 1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상황. 1년에 1000억원씩 들어간 셈이다.

이에 의료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한의약은 과거와 비교해 전혀 표준화, 과학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의 진료의 의학적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체계가 없는데도 한의약육성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행위의 안전성 및 효용성을 위해 다양한 임상전문가가 참여해 한의학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의사들 스스로도 한방 의료기기의 과학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2014년 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 실린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의 '한방 의료기관의 의료기기 보유현황 및 한방의료기기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조사 연구'에는 한의사 89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결과에 따르면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방의료기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서 60% 이상이 진단 결과의 낮은 신뢰도 및 재현성, 진단의 보조 또는 환자 설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한 성능,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 검증 부족 등을 꼽았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한방의료기기 연구개발은 임상연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스템적 부분에 치중해 개발했다"며 "신뢰도와 재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는 임상에서 사용하기 부적합하며 건강보험 항목에 등재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의사 기대에 부응하는 한방의료기기 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표준화된 한의학 진단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의사단체 관계자는 "1조원을 투자해 개발된 한방의료기기를 뒤로하고 현대 의료기기를 쓰게 해달라고 하는 건 한의사 스스로도 1조원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의학에 더 투자를 해서 뭘 더 얻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한의학에 투자하는 게 옳은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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